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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외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0649689
· 쪽수 : 492쪽
· 출판일 : 2024-01-17
책 소개
책속에서
“루카.” 나는 붕대로 감싼 배를 내보이며 물었다. “우리 아들은 어딨죠?”
내 목소리는 속삭임보다도 못했다. 단어 하나하나 말할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비명을 지르고, 펄쩍 뛰어오르며 울부짖고 싶었다. 그에게 단 하나의 질문, 그 질문을 해야만 했다. 진실을 들어야만 했다.
마시모는 천천히 일어나더니 내 망가진 몸 위로 이불을 조심스레 덮었다. 그의 눈은 죽어 있었다. 그의 차가운 눈이 다시 나를 향했을 때, 공포와 절망이 밀려오는 게 느껴졌다.
“죽었어.” 마시모가 말하며 몸을 돌렸다.
“당신에게 적이 생기는 걸 원치 않을 뿐이에요. 결국 다치는 건 항상 나니까요.”
그렇게 말하자마자 후회했다. 이건 비난이었다. 그런 식으로 말할 의도가 없었대도 마시모에게 전부 그의 잘못이라고 말한 셈이었다.
마시모는 한숨을 쉬고는 조용해졌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은 조용히 용서를 구하고 있었고, 나는 그걸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그는 일어나서 등을 돌리더니 문으로 걸어갔다.
“퇴원 수속하고 올게.”
등 뒤로 문을 닫는 마시모의 모습을 보는 내 심장은 쿵쾅거렸다. 그의 눈이 나를 훑어봤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긴장됐다. 그가 나를 그렇게 보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내 안의 여자를 보는 것 말이다. 복도는 어두웠지만, 명백하게 커진 그의 동공을 볼 수 있었고, 그의 호흡 소리가 빨라지는 걸 들을 수 있었다. 내 머리가 돌아갈 때까지 우리는 잠시 거기에 서서 서로를 바라봤다.
“회의 중이었나 보네요. 미안해요.” 나는 실없이 속삭였다.
하지만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는 방에서 혼자 나왔다. 나는 문을 두드리지 않았고 말이다. 대체 뭐 때문에사과했지? 앞으로 한걸음 내디뎠지만, 마시모는 나를 막아섰다.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이 창문 사이로 그의 얼굴을 비췄다. 그는 침착했고, 흔들림 없었으며…… 달아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