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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70965732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6-03-03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까 슬쩍 살펴본 결과, 나를 제외하고 <A>에 손을 들지 않은 아이들은 반에서 불량 학생으로 분류되는 녀석들이었다. 거수하지 않은 이유는 <B>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수업에 참여할 마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들처럼 둘 다 손을 들지 않으면 후회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고이치는 자기 생각과 달리 <A>에 손을 든 것도 아니므로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슴속에는 억제하려 해도 꿈틀꿈틀 끓어오르는 욕구가 있었다.
이 녀석들은 거의 전원이 <A>라고 생각하고 있다. 움직임이 있는 <B>보다 얌전히 일렬로 늘어선 <A> 그림이야말로 ‘정적’을 표현하고 있다고 바보처럼 단순하게 생각한다. 내가 <B>에 손을 든 순간 이 녀석들은 틀림없이 평소처럼 날 선 눈빛을 던지겠지만, 만약 니키가 <B>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본다면 그 내용을 듣고 다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감탄할지 모른다. 혹시 그중에 사실 <B>에 손을 들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라 <A>에 손을 든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주위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함과 동시에 의견을 굽히지 않은 나를 조금쯤 다시 보지 않을까.
혹여, 학생들은 동의하지 않더라도 미술 교사인 니키는 틀림없이 나를 감성이 풍부한 아이라고 눈여겨보지 않을까.
자기 하반신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 발기하지 않았다. 오빠의 손가락이 여자아이의 몸을 훑고 다니는 모습에는 그럭저럭 야릇한 기분이 들었으나, 이렇게 여자를 만지고 싶은 ‘가지조’ 선생의 욕망이 그대로 만화에 그려졌다고 생각하니, 성인만화를 본다기보다 파브르가 곤충을 관찰하는 듯한 시선이 되어 야릇한 기분도 금방 사라졌다. 게다가 명백히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여자아이를 보며 흥분하다니, 고이치는 무리다. 어린 여자아이가 남자 밑에 있는 모습은 섹스라기보다 폭력으로 보여 성적인 반응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평범한 감각이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나 인간으로서, 남자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똑똑히 알고 있다. 책을 훔치기는 했으나 이런 걸 생
각하는 놈보다는 훨씬 낫다.
어린 여자아이를 보고 흥분하는 놈은 망가져 있다. 지옥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