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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3332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8-04-27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에스프리 / 마음아 너는 / 시의 초상 / 풍수지리설 / 달마 / 가슴 / 빨래 / 법 / 눈물길 / 물거품의 노래 / 새 / 낱낱이 샅샅이 / 쥐불놀이 / 득도법 / 고비사막
제2부
러시아워 / 빗방울 소묘 / 시간의 분노 / 빈터 / 안팎으로 발효하는 / 싸움 / 정년퇴직 / 세월 / 거미 / 염소는 힘이 세다 / 막이 내렸다 / 순천에서 화순까지 / 감을 깎다가
제3부
증명사진 / 넥타이 / 피리 / 피와 피의 끌림 / 다시 그리워지더라 / 굳이 말하자면, 그것은 / 안개 사우나 / 이어도 / 그는 미궁에 산다 / 빵 굽는 남자 / 꼬리 / 상표 인간 / 허구한 나날의 허구
제4부
식언 / 즐거운 환자 / 달의 알리바이 / 동상동 / 파업 / 불로소득 / 파란 대문 / 활짝 핀 홍매화 보기 됴은 봄날 / 아버지 / 소문 / 법주 / 산복도로 / 문패 / 즐거운 인생
작품 해설:방목된 말(言)의 유토피아로―박형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눈물길
기가 막혔다. 눈물길이 막혔으니……
길은 어디에나 있다고 하더라만,
미처 몰랐다.
눈물에게도 길이 필요한 줄은 정말 몰랐다.
무심코 사는 것도 바빠서
세례만 받고 교회에 안 나가는 신자처럼
눈물의 존재를 잊고 산 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곰팡내 나는 일기장을 들추어보니,
‘눈물은 나의 신앙’이라는 얼룩진 표현도 눈에 띈다.
가뭄에 메말라버린 골짜기의 저수지처럼
가슴속 밑바닥의 뻘이 드러나면, 그 속은
흉물스런 쓰레기들이 방치되어 있을 테지.
이마며 가슴에 환경보호 띠를 두르고
환경지킴이로 동분서주
개발이냐, 환경이냐를 역설하였는데……
건조주의보의 나이에 들면서
먼 곳의 우포늪은 잘 보여도 정말 가까운
눈물샘은 돌보지 않았다.
고도근시와 난시를 동반한 마른 가슴은
어이없게도 눈물길을 막아버렸다.
물론 수술만 하면 간단히 끝날 일이지만,
마음이 담수되지 않고서는
길이 있어도
눈물은 결코 가지 않으리라.
눈물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수몰된 고향과 같은 것.
인생의 이정표에 없는 눈물샘으로 가는 길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좁은 길
잡초에 묻혀 있던 고향 가는 길에 눈물길은 있으리.
달의 알리바이
한가위 보름달이 아무리 밝아도,
당신의 인감일 수는 없습니다.
즐거운 인생
음악과 으악 사이에는 무엇이 있나?
으악새 슬피 우는 사연이 있음직한데……
시험에는 안 나와.
음악과 으악 사이에는, 달아난
입이 있지. 하나, 둘, 셋…… 그리고 네엣. 네에미
없는 너의 입도 보이네.
마흔은 호구지책의 나이,
참 주책스럽지? 아니, 주접스러워!
아무리 주절주절 주억거려도
추억거리가 아니라 추접이야.
음악과 으악, 그 틈에 낀 이물질이야
우린.
알고 보면, 즐거운 인생인데…… 안 그래?
락커가 뭔 말인지 알지?
락, 락, 락, 악!
반항, 자유, 저항, 앙!
나 혼자서 무슨 활화산이야!
마른 장작 같은 불혹.
옹이가 박혀 그런대로
불쏘시개감으로는 괜찮아, 견딜 만해.
락, 락, 락, 우리는 라커. 활 활 불타오르는 롸커.
실업자보다야 훨 낫지, 안 그래
아니,
아니 즐거운 인생들.
음악과 으악 사이
입이 있었네.
호구지책이 악어처럼
떠억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네.
터질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