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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이 환하다

소란이 환하다

유희주 (지은이)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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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이 환하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소란이 환하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4384
· 쪽수 : 108쪽
· 출판일 : 2019-06-05

책 소개

푸른사상 시선 103권. 유희주 시인의?세 번째 시집. 시인은 생의 순간들이며 일상을 특유의 직설적인 방식과 날것의 언어로 읊는다. 또한 디아스포라 문학인으로서 국가적인 경계를 넘는 연대와 자유를 꿈꾸고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다정한 수행
신발 / 생일 미역국 / 궤도 / 2월 말 / 멋대로 / 이제 / 어금니 / 질그릇 / 배움 / 밤 / 돌탑 되기 / 나무 울타리 / 같다 / 개미집 / 친절해지기

제2부 걸음걸이
주민등록 초본 / 인수봉 아랫동네 / 번동 일기 / 삼양동 빨랫골 / 미아동 / 쌍문동 1987 / 정릉 / 사당동 / 화곡동 / 능곡 / 도곡동 이화주택 / 필동로 5길 (1) / 필동로 5길 (2) / 수유시장 / 오렌지, 전쟁은 말이야 / 몸의 타투

제3부 연인에 부쳐
나팔꽃 / 말갛게 / 수국 / 시 / 비린내 / 별 세기 / 반성 / 끈 / 대나무 / 궁궁이 꽃 / 사랑 / 해바라기 / 헤어진 날 / 민들레 부부 / 상수리나무

제4부 그들의 숨결
잠깐 / 균형 / 땅 / 풍경화 / 고개 / 베트남 여자 / 시골살이 / 우물 속에 빠진 책 / 한낮 / 선인장 / 년 / 어쩌다 낭만 / 물수리 / 눈밭 / 독립지사 남자현 / 해피 엔딩

작품 해설:경계인이 회감하는 맛과 상생 - 김응교

저자소개

유희주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3년에 태어나 서른일곱 살 『시인정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미국 매사추세츠로 이사한 후 2007년 평론으로 미주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았고, 2015년 소설 「박하사탕」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림과 시에서 풍기는 것이 많이 비슷하다고 느끼고 있다. 시집으로는 어둠에 젖어 썼던 『떨어져 나간 것들이 나를 살핀다』와 어둠과 이별 의식을 치른 『엄마의 연애』가, 산문집으로는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추억을 나눈 『기억이 풍기는 봄밤』이 있다. 지금은 비영리단체 ‘매사추세츠 민간 한국 문화원’을 운영하며 한인 도서관, 한국 학교, 한국 문학 번역 koreanlit.com 사업을 등에 메고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나무 울타리

못 없이
어깨를 걸었다는 것이
오기 어린 노인처럼 짱짱하다

청청한 옥수수밭 안
크느라 소란이 환하다

버스 온다는 신호 기다리는 동안
푸른 소리를 잡고
무릎을 세운다


말갛게

햇빛과 그림자는 한집에 살고 있는 애물단지
누구를 불러주냐에 따라 팔자가 달라지지
이도 저도 치우치지 않으면
키가 똑같아

오늘은 동지
내일은 하지
다른 날들은 모두 무릇해질 만해

혹여 다른 힘에 끌려나가도
괜찮으려면
헹궈내는 연습 365일


베트남 여자

베트남 여자 바니는
화장도 곱게 하고 치장도 예쁘게 하고 있지만 늘 화난 얼굴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각국의 사람들끼리
가장 쉬운 단어, 앵그리 우먼이라고 부른다

유니폼 갈아입는 라커룸에서 앵그리 우먼이 노래를 듣는다
나는 베트남 노래냐고 묻고
앵그리 우먼은 가톨릭 노래라고 한다
바니는 찬양을 반복적으로 틀어놓고 눈을 감고 있다

미지근했던 향수가 울컥 뜨겁다
여름 내내 대상포진으로 고통받던 바니가
고향을 떠나서 겪었을 하나하나의 일은 곧 나의 일

콧소리가 예쁘다는 칭찬 한마디에
모든 경계를 다 풀고 낭창낭창해진 바니가 라커룸에서 드린
그 기도가 무엇이든
나는 무조건 아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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