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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4841
· 쪽수 : 138쪽
· 출판일 : 2019-12-05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명함 / 비의 서체 / 가로수의 수학 시간 / 가슴엔 징검다리 / 검은머리방울새 가족 / 구름성형외과 / 낡은 책을 펼쳐보는 고양이 수염 / 검은 피를 수혈하다 / 울음은 날개가 된다 / 구름의 핑크 택스 / 밤의 온도는 측정 불가 / 어깨의 기울기에 관한 문제풀이 / 새끼손가락에 관한 학설
제2부
따뜻한 가시 / 튤립중학교 / 안테나의 온도 / 데칼코마니 / 구름 리조트 / 태양초 화장품 / 물로 한지 베기 / 바탐섬을 읽다 / 와이? 와이셔츠 / 잎사귀와 잎사귀가 사귀는 시간 / 작은멋쟁이나비 / 진통제 한 알 / 캐스팅 보터 / 타지마할 가는 길 / 추녀 끝에서 헤엄치다
제3부
꽃양배추 / 엄니의 걱정 / 감빛 립스틱 / 그 여자의 마티에르 / 도하마을 / 마당이 자라는 집 / 성묘길 소묘 / 큰오라버니 / 길몽으로 다녀가다 / 친정 / 그네 / 노란 프리마돈나 / 마법에서 풀리다 / 셔틀콕 신화 / 민지에게 / 어금니 / 어깨
제4부
물고기는 지도가 없다 / 느티나무 학교 / 근처라는 말 / 물은 거꾸로 흐른다 / 바람의 염색 / 메아리 / 성대가 붓는 계절 / 외발 의자 / 소파는 엉덩이를 먹지 / 쥐라기 호수 / 지렁이 / 바람개비별 / 매직 타임 / 테이크 아웃 / 바람의 손끝
■ 작품 해설:아날로지의 세계와 바람의 힘 - 이성혁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로수의 수학 시간
잎새 사이 보이는 하늘이 풀리지 않는다
세로로 자라는 가로수에 맞게
그림자는 가로로 누워 눈금을 그린다
나무와 그림자는 어떤 관계일까
모든 것을 서서 보는 가로수
그림자를 통해 짚어가는 세상
왜소한 인간들의 막대그래프가
들쭉날쭉 부풀어 오른다
잎사귀가 품고 있는 허공
솟구치는 땅에서 받는 기운
바닥에 발을 딛고
머리를 하늘에 두면서 문제를 푼다
새를 품은 우듬지의 떨림은
끝이 어딘지 가늠할 수 없어
도시의 매연 속 은행나무
눈짓만으로 다닥다닥 함수를 풀어간다
햇빛에 투영된 이자는
언제나 곱하기 100이다
자동차 너울거리고 사람들 파도칠 때
가로 세상을 꿈꾸는 떼구름
아랑곳하지 않고
세로로 올라가는 건물들
가로수가 보여주는 저울의 좌표는
그림자를 늘렸다 거뒀다 반복하며
도시의 현재를 계산한다
바람의 손끝
머리채 흔들며 알 수 없는 글자를 쓰게 하고
빗물로 유리창 얼굴을 때리며 나무들을 숨죽이게 하였는데
오늘은 망사 치마 하늘거리며
꽃 이파리까지 하르르 흩날리게 한다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로등 불빛과도 손을 잡고
나무가 자라며 꽃을 피울 때도 손길을 준다
잔잔한 물결에 파문을 그려 산 그림자 떨게 하는 나무
구름도 여행하고 싶을 땐
부드러운 손짓을 기대하며 떠날 준비를 한다
그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새털구름처럼 흐르는 날
샐비어 끝에 앉아 조는 잠자리
산바람 강바람 한 줄기 맛을 본다
눈보라 속에 찍힌 발자국을 슬며시 쓸고 가는 소리도 들려주고
파도가 꽃피는 밤바다의 절정도 보여주는
바람의 손끝은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다
외발 의자
분리수거 포대자루 늘어선
아파트 한쪽
누군가 버리고 간 외발의자
기둥이 탄탄하고
등받이와 팔걸이도 멀쩡한데
가죽은 빛이 바래고 금속 몰딩도 해졌다
외발 의자는 다리가 하나뿐
발바닥을 나팔 모양으로 넓혀야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다리 하나로 살아가는 사내
커다란 튜브를 잘라 칭칭 감고
시장 바닥을 기어다닌다
낡은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를
애처롭게 흥얼거리며
껌을 파는 외발 인생
종아리를 어루만지는
노을의 눈시울이 붉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