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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8016
· 쪽수 : 146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계절의 이빨 / 나무의 건축법 / 꽃의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 리트머스 잎사귀 / 나무는 노래한다 / 비는 수직 바람은 수평 / 물의 토목공사 / 봉숭아꽃 더욱 빨개질 때 / 사막에 내리는 눈 / 배추밭 보육원 / 사자왕의 행진 / 사원과 거목 / 길을 사유하다 / 모서리의 진화 / 기억 속엔 ㄱ이 살고 있다
제2부
단추의 감정학 / 연필심 / 나무의 경제학 / 울음 김장 / 새벽 어시장엔 바다가 없다 / 빨간 날 / 새벽을 배송하다 / 바다에 놓인 의자 / 검은가슴물떼새 / 눈물의 서식지 / 명당 / 동굴 파는 사람들 / 살얼음 꽃 / 산은 낮아진다 / 별의 눈물은 달다
제3부
뿌리 없는 나무 / 노을 택배 / 장마 정거장 / 등대부엉이 / 꽃피는 아궁이 / 번 아웃 / 숨겨둔 일기 / 홍수가 지나간 마을 / 우물은 퍼내도 마르지 않는다 / 눈물 한 병 어둠 한 접시 / 새들은 날지 않는다 / 빨래 건조대 / 흐린 날에 눈을 감고 / 대하소설 제1권 봄 / 틈
제4부
신발은 외롭다 / 곡선을 기르다 / 구름의 수유 / 감나무 설경 / 먼지가 사는 집 / 토마토 / 이따봐새 / 봄에 떨어지는 나뭇잎 / 눈물밥 / 눈물 속에 길이 있다 / 버팀목 / 립스틱 / 마리나베이가 있는 하늘 / 생일 / 우 박사 / 식탁방
작품 해설 : 나무와 곡선의 건축술-이재훈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무의 건축법
햇살이 길게 팔을 늘이고
바람이 살랑살랑 찾아오는 언저리에
튼튼하게 터 잡은 나무
깊숙이 뿌리를 내리는 공사
땅을 깊게 파
잔잔한 자갈과 모래를 섞어
철재처럼 굳건한 기둥을 세운다
바위가 가로막기도 하지만
틈을 지나가며 감싸는
유연한 공법으로 해결한다
굵은 줄기로 층층이 쌓아가며
넓고 푸른 잎사귀로 인테리어를 한다
전기공사는 벌과 나비의 일
꽃들이 눈부신 조명을 켠다
바람의 노래를 부르는 우듬지 테라스
날아가는 음표들이 햇빛에 찰랑댄다
더욱 깊어지는 초록 그늘
나무의 건축이 완성되는 날
하늘은 드넓은 정원이 되어주었다
비는 수직 바람은 수평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비
나무를 수직으로 젖게 하고
흔적 없이 지나가는 바람은
꽃향기를 수평으로 번지게 한다
모두가 꿈꾸는 조화
기차는 들판을 가로로 달리고
건물은 하늘을 세로로 올라간다
과욕을 억눌러야 하는데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들
가속 페달에 발을 얹는다
아래로 쏟아지며
먼지를 씻어주는 비
강물은 옆으로 흐르며
윤슬로 반짝인다
세상을 수평으로 길들이는 바람은
분수에 넘치는 구름에게
해법을 알려준다
잎사귀에 중심을 두고
뿌리에 마음을 담는
수직의 비와 수평의 바람이
균형을 잡는 날이다
곡선을 기르다
곡선을 기르는 나무
잎사귀나 꽃은
직선이 없고 곡선만 있다
무성한 줄기로 슬픔과 배려를 기르며
숲도 달빛도 동반자라고 가르친다
직선을 선호하는 사람
꺾일 수도 떨어질 수도 있어
엄마 젖을 먹으며 자라는 아기를
곡선으로 기른다
둥지 잃은 산새와
비바람에 쓰러지는 풀잎의 울음
둥글게 드리운 산그늘이 감싼 붉은 이슬
곡선이 아니고는 품을 수가 없다
나무를 가꾸며 꽃을 피우고
사람까지 키우는 곡선
봄산을 오르다 무더기로 피어난
제비꽃과 철쭉에 멈춰서는 발걸음
햇살의 그림자와 바람의 손길
눈앞이 곡선의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