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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7774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1-03-2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미원집 / 나는 / 화엄벌 억새 / 삼소굴(三笑窟)에 들고 싶다 / 구봉대산 / 망해사 / 내 마음의 부처 / 가거도 일박 / 삼강에서 보내는 편지 / 다시 망해사 / 불편함의 힘 / 태연하게 / 갈목비 / 대롱대롱 그때 / 삼혹호 / 동백
제2부
비오는 아침 / 지리산 길섶 / 두부탕 / 약력 / 함백 친구 / 자장자장 / 우리 동네 식물원 / 아픈 사람 / 왕년 / 폐지 줍는 노인 / 담배 피우는 여자 / 마음은 바쁘다 / 맑은 대구탕 / 항동 기찻길 / 말씀 / 한겨레호 열차
제3부
물끄러미 / 구절초꽃 / 별 / 삼삼한 세상을 그리며 / 흐린 어둠 / 내 사랑 펑펑 / 빗방울 수만큼 / 그대를 위한 바다 / 개펄 / 도장산 심원사 / 청산도 초분 / 금오산 부처 / 문화동 주공아파트 / 여경암(餘慶庵) / 묵호 등대 / 요선암(邀仙岩)
제4부
기꺼이 나는 / 스며들었다 / 꼬치 아파 / 봄날의 그늘 / 아주 사소한 생각 / 살얼음이 살짝 / 2월 / 동백 아가씨 / 별난집 / 빈집 / 우수 무렵 / 양원역 / 경배 / 양지꽃 / 환한 잠 / 늦겨울 소망
작품 해설:느린 걸음으로 그리는 환대의 시학 - 오홍진
저자소개
책속에서
불편함의 힘
아주 오래전 이야기인데
정규 모임이 끝나고도 끈질기게 남은
몇몇의 시간은 질질질 흘러
마침내 한밤이 되고야 말았는데
가난뱅이 보일러공 시인은
한사코 택시비를 받지 않았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먼저 가라고
기다렸다가 첫 버스를 타면 된다고
편리함에 몸을 맡기면 끝장이라고
단 한 번의 손짓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가끔 일이 있어 한밤을 걸을 때면
문득 그때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나는 그런 모습을 가슴에 안고
걷고 또 걸어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불편함의 힘을
온몸으로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고맙게도 말입니다.
폐지 줍는 노인
삶의 터전이었던 굽은 골목을
고스란히 허리에 담고 있는 저 노인
폐지 가득 낡은 유모차에 기대어
오래 숨을 고르고 있는 저 노인
수없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지금도 저렇게 멈추어 있는 것일까
팔십 년의 지난한 세월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꼬치 아파
혀 짧은 발음의 그는
가끔 미간을 찡그리며
아후 꼬치 아파, 하는데
대체
골치가 아픈 것일까
꼬치가 아픈 것일까
오늘 아침
장대비에 맥을 놓은 백일홍을 보며 또
아후 꼬치 아파, 하는데
백일홍은 골치도 없고 꼬치도 없으니
분명
꽃이 아픈 게 맞으렷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