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18856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2-01-20
책 소개
목차
- 작가의 말
1. 추방자 옴마나스, 미래의 쿠샨 왕 구취각을 만나다
2. 옴마나스, 발흐를 떠나 마지막 여정에 오르다
3. 추강의 물길을 돌리고, 사크람의 날을 벼르다
4. 세 개의 무덤과 제국의 아침, 그리고 잊힌 이름 아게스 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청동 홰에 검붉은 불길이 일렁이는 밤의 타라한 궁정, 아게스 밀의 국왕이자 투란 바스네프의 아비인 베스티 파메네스의 일그러진 얼굴과 노성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옴마나스야! 너는 내 자비에 감사해야 한다. 죽은 네 아비 타르칸느가 너를 살렸다. 지체 없이 떠나라. 태양이 떠오르고 해가 지는 한, 너는 내 영토에 결코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된다. 떠나라, 옴마나스야!”
그리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오누이처럼 지내다가 연인이 되었던 청초한 아나테미스……. 포이베와 아나히타 여신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시샘할 만큼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지. 숨어서 우릴 지켜보며 질투의 불길을 내뿜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왜소한 체구에 선병질적이었던 내 친구 투란 바스네프. 왕의 아들이고 장차 아게스 밀의 통치자가 될 존귀한 신분이 아니었다면 그가 어찌 아나테미스와 나의 친구가 될 수 있었겠는가. 열등한 투란 바스네프는 아나테미스를 얻기 위해 청동 독수리와 켄타우로스의 석상이 있는 헤르메스 신전에서 나와 아나테미스가 불경한 짓을 했다고 부왕에게 모함을 했지. 우린 단순히 포옹을 한 것뿐인데. 어릴 적, 심약한 왕의 아들을 위해 기꺼이 동무가 되어준 우리. 붉고 흰 화려한 꽃들과 열주의 그림자가 어린 푸른 연못의 정원에서 뛰놀며 가꾼 우리들의 오랜 우정도 투란 바스네프의 야욕으로 그 순수의 빛을 잃었지. 20여 년 전 아게스 밀에서 추방되기 전의 일이다. 세상이 여전하고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투란 바스네프에 대한 원한을 반드시 갚으리라고 다짐했건만 신명의 도움이 없어서인지 세월만 흘려보냈다. 그러나 어이 잊으랴. 그날의 통한을…….
옴마나스의 주문은 그 후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그리고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어느 순간, 청동 대야에서 번쩍하는 빛과 함께 어떤 광경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옴마나스가 무상무념 속에서 본 것은 왕관처럼 생긴 세 개의 뿔을 지닌 붉은 소와 색이 불분명한 작은 소였다. 세 개의 뿔을 지닌 붉은 소는 우람했고 광대한 초원을 향해 힘찬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그 울음에 작은 소는 어느새 모습이 없어졌다. 때맞춰 세 개의 뿔을 지닌 우람한 붉은 소는 나중 구취각의 얼굴로 탈바꿈했다. 옴마나스의 얼굴이 절로 희색을 띠었다. 신이 점지한 상서로운 환시였기 때문이다.
“……아게스 밀을 떠나는 날, 네 조모는 내게 금과 보석을 주셨지. 그리고 우리와 같은 일족인 쥬신(朝鮮)족이 사는 후이오챠로 가서 몸을 의탁하라고 하셨어. 그러나 그게 마지막일 줄이야. 왕은 그 뒤 우리 집에 불을 질러 네 조모를 비롯한 집안 식구들을 모두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단다. 우리의 재산이 탐나서였지. 그때 네 조부에 대한 충성심에서 나를 따랐던 사람들의 가족도 죽임을 면키 어려웠지. 파무체카 아저씨 가족도 마찬가지였고. 세상에 이런 통분한 일이 또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