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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19556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2-09-27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엄마의 문장
아인슈페너를 마시는 여자
울음소리
진동의 기원
해뜰참 토스트
북 리뷰어
마음 테라피
다락방의 상자
작품 해설:응시와 치유로서의 글쓰기 _ 심영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엄마는 잠들기 전 밤마다 식탁에 앉아 뭔가를 끼적거렸다. 노트북이 아니라 노트였고, 연필이나 볼펜이 쓱싹거리는 소리가 마치 재봉틀 소리처럼 들렸다. 엄마에게 뭘 그리 열심히 적느냐고 물으면 엄마는 그냥 ‘문장’이라고 했다. 노트에 문장을 쓰면서 엄마는 박음질하듯 자신의 마음을 재단하고 붙이고 싶었을까. 가끔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고, 그 소리는 세상의 저편에 있는 아버지를 향한 원망처럼 들리기도 했다. 천 갈래 만 갈래 찢기는 마음을 문장으로 이어 붙여 그 노트에 고스란히 담아놓았을 거라고 나는 짐작했다. 졸업을 앞둔 나만큼이나 초조하고 불안할까. 날 향해 미소를 짓는 엄마를 생각하면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노트가 열 권도 넘는 것을 보고 나는 말했었다. “엄마, 저걸 타이핑해서 책이라도 내지?” 엄마는 내 말에 실죽 웃었다. “미래야, 난 내 흔적을 남기기 싫거든. 내가 죽고 나서 내 이름, 책 같은 게 남아 있으면 찜찜해. 이건 그냥 가장 행복한 내 시간의 흔적이야.” 엄마는 마치, 천국에 오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역시 천사의 미소를 짐짓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엄마의 문장」)
시공에 착수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전담부서 측에서 맹꽁이들이 하나둘 죽어간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황 전무가 실태를 설명했다. 한 달 전만 해도 30마리 정도 있었는데 갑자기 25마리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맹꽁이 생태공원을 믿고 계약한 계약자들로부터 원성을 살 것이 분명했다.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계약자들로부터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착공 6개월 만에 회사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무슨 대책이 없겠습니까?”
내 목소리가 기운 없이 흘러나왔다. 무거운 침묵이 공기를 팽팽히 누르고 있었다.
“맹꽁이들을 전부 다른 장소로 옮기면 안 되겠습니까?”
“그게 간단히 될까요? 환경이 달라지는데. 맹꽁이가 뭐 물건도 아니고 말이지요.”
“환경을 똑같이 꾸미면 안 될 것도 없지요.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야지요. 안 죽게 하려면.”
“그러니까, 원인이 뭡니까? 아파트 공사로 인해서 맹꽁이 서식처에 오염 물질이 유입되어 환경의 변화가 생긴 것 아닙니까? 새 서식처는 그걸 감안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지요.”
(「울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