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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들

소리들

정온 (지은이)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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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소리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20040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2-12-30

책 소개

정온 시인의 시집 <소리들>이 '푸른사상 시선 168'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어둠에 묻힌 존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듣고 내적 풍경을 자각하며 뜨겁게 빛을 발하는 정념을 발견한다. 존재의 심연을 위로함으로써 우리의 생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감각적인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

목차

제1부
잠귀 / 가는귀 / 소리들 / 고장 난 피아노 / 이명 / 손톱을 먹고 자라는 꽃에 대한 이야기 / 오동잎 한 잎 두 잎 / 환절기에 듣는 동화 / 창고의 문 / 오블리비아테 / 중첩 / 슬픈 사과

제2부
이 냄새의 기원 / 당신의 코사지, 우리는 / 싹이 파랗다 / 울어라 우크라이나 / 각다귀전 / 군계일학 / 검은 비닐봉지의 추억 / 신각다귀전 / 골몰과 골똘 / 전설 / 아르페지오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제3부
또 다른 관점으로 / 전망 좋은 곳 / 종이 인형 / 갑자기 / 소행성 / 이상한 나라에 온 / 풋잠을 말아 피우고 금성엘 간다 / 이상한 나라에 온 / 철이 들다 / 난간 / 시들시들 / 11월의 밤 / 말일

제4부
만첩홍도 / 살랑, 봄 / 변동림 / 시든 꽃 / 너의 이름 / 초설에게 / 슬리퍼 같은 / 음력 8월 / 먼지들 / 소설 / 반성과 공상이 따르는 가벼운 슬픔 / 손을 꼭 쥐면 / 십장생

작품 해설 : 어둠을 살피는 마음의 지평-이병국

저자소개

정온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 태생이나 전북에서 오래도록 자랐고 지금은 부산에서 살고 있다. 2008년 『문학사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오, 작위 작위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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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들

애기동백 꽃송이째 떨어지고, 그에 휘둥그레진 동박새 쓰윗 쯔윗 날아간다 가지에 걸린 울음은 쯔윗 쓰윗 동박새를 쫓지 못해 안달이어서 소리는 꼬리를 떨며 오래도록 귓바퀴를 돈다

두꺼운 표지 빛바랜 표지 습기를 먹어 우둘우둘한 표지 내용이 궁금하고 귓속이 아릿하고 심장이 뛰는 그 표지를 넘기면
십 년이 단번에 가고 그렇게 열 번쯤 또 지나서
광학렌즈를 눈에 댄 이가 달그락거리는 정강이뼈를 들고 나를 부른다

생활의 반대편은 늘 어둠이 고이는 정원
죽어가는 노루의 충혈된 눈처럼 할미꽃이 게슴츠레 피고 홍가시나무 아래 꽃댕강이 지는 봄, 쇠부엉이가 뜬금없이 울어

죽은 할머니죽은고모죽은아버지죽은엄마죽은동생죽은봉선이 언니 봄밤에 비명을 지르더니 꽃상여가 조용히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몽글몽글 피기 시작한 하얀 아카시아꽃에서 이상한 분 냄새가 났다

하늘 한편 흰 달이 켜진다
바스락바스락 자신의 뼈를 끌어안고 누운 마른 홑청 같은 이름들
하나씩 들추어 불러본다


골몰과 골똘

뜻밖의 문장을 받아 적었는데

어떤 존재들, 색과 무게를 떠난 그들이 가시권 바깥에 빙 둘러서서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생각을 나누던 중이었는데, 그중 발을 헛디딘 문장 하나가 애써 다가온 내 생각 안으로 미끄러졌던 것, 그걸 용케 백지 위로 끄집어내었던 것

불현듯 목소리를 실었네 음계의 구석에 고인, 떠나온 세계를 염려하여 읊조리는 기도 소리, 그중 흥에 취한 가락 하나, 눈물을 흘리며 소리 높여 노래 부르는 것을 내 속에서 가늘게 떨리고 있던 울대가 깊숙이 손을 집어넣어 그 가락을 잡아채어 데려온 것이라

골똘의 아비는 골독, 골독의 아이를 가진 키 작은 아내는 두상이 큰 골똘을 낳지 못해 고생하다 이틀 만에 해산을 하고는 죽고 말았네 그 후 골독은 재취를 하지 않고 몇 년을 젖동냥으로 어린 골똘을 키우다 그도 끝내 세상을 버리고 말았지 그리하여 배가 고픈 골똘은 오갈 데 없이 거리를 떠돌며 노래를 하며 구걸을 하였던 것인데, 배운 게 쌍욕밖에 없어 아무도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고 하네 그런 골똘의 새까만 귀를 잡아채어 데려온 이가 골몰이라네

그리하여

어린아이가 정신없이 놀고 있는 뒤통수같이 돌올한 게 골똘이라 하고, 한 가지라도 붙잡고 푹 빠져야 세상 살 만하다 하는데 그러다 보니 늘 여유가 없는 것이 골몰이라네


이상한 나라에 온

키우지 뭐든
앵무새금화조앙고라공작개구리병아리오골계장미봄이고여름이고장미,
빠알간 장미 옆에 하얀 몰티즈

여인네들은 일한다 끊임없이 일한다 악착같이 일한다
빨간 동화를 사기 위해 늘 바쁘고 늘 말을 끊고
잠도 안 자지

금요일이네 저녁이네
갖은양념으로 맛을 낸 음식에 장미 꽃잎 갈아 넣고 식탁을 차리지
어때?
불타는 저녁이구먼
세상을 돌아 식탁에 온 그가 머리의 물기를 털며 만족한 웃음을 짓는데

온다 드디어 온다 먹으며 눈짓 발짓
개처럼닭처럼토끼처럼앵무새처럼햄스터처럼열대어처럼 오물거리다 씹으며 짖으며 꼬리를 친다

휴일 아침이 오른쪽 창 앞에 느지막이 배달되고
새로 산 개에게 아침을 준다 새 옷으로 갈아입힌다 야외로 산책을 나간다
어때 좋지? 자 달려 달려봐, 맘껏 달리라구

48시간 빨간 동화가 끝나고

키우지 뭐든
집을 키우고 정원을 키우고 장미를 키우고 그 옆에 하얀 몰티즈, 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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