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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22259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5-02-28
책 소개
목차
제1부
씀바귀꽃 / 사월 / 붕어빵 가시 / 지루한 게임 / 쓸쓸한 채널 / 속도의 뒷면 / 바람이 세운 집 / 숨 참기 놀이 / 줄장미 담장 / 휘파람새 / 김옥주 기타 교실 / 두꺼비 / 계단 / 장마 / 먼 길 / 우편 행낭 / 울음의 언어 / 나사못 알약
제2부
너무 큰 행운 / 젖는다는 것 / 쉬는 날 / 진화하는 밤 / 잡초가 자라는 이유 / 따끔한 꽃 / 단순한 화법 / 구름의 지층 / 속눈썹 겹꽃 / 폐사지 / 목격자 / 꼬막 / 지도 / 밤을 수배하다 / 유령 / 건조주의보 / 싱싱한 죽음 / 다랑어
제3부
도둑게 / 기타, 그리고 / 덫 / 뒤집히는 봄 / 완벽한 비행 / 지혜의 숲 / 바람의 건축법 / 봄날의 삽화 / 소파 / 전복 / 이별 풍경 / 꼬리표 / 고달사지 / 바위의 이력 / 빈집
작품 해설 : 사람의 마을에 짓는 시의 사원(寺院) - 김윤정
저자소개
책속에서

따끔한 꽃
꽃에 쏘였다, 아니
꽃술에 쏘였다
꽃들이 부푸는 방식이란 이런 것이구나
빨갛게 부푸는 이마
얼떨결에 당한 꽃의 무차별 공격,
앙심인지 보복인지 매섭기만 하다
무심히 걷던 오솔길
손으로 툭 건드린 나뭇가지가
붕붕 날아올랐다
벌들은 꽃에서 쫓겨난 꽃술들일까
집을 지을 때 꽃송이 모양으로 짓고 있다
꽃의 씨앗들도 마지막에 가서는
날개가 생기거나 또르르 굴러가는
바람을 얻게 될 것이지만
무심코 건드린 꽃들은 끝까지 따라온다는 속설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듯
숨이 턱밑에 닿도록
도망을 쳐도 포기할 줄 모른다
꽃이 숨겨놓은 가시처럼
벌들의 침 끝엔 불이 들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따끔한 꽃
숨겨놓은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면
늘 손끝을 조심해야 한다
속눈썹 겹꽃
가녀린 어깨를 흔들고 지나가는 슬픔은 뿌리가 깊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뽑히지 않는다. 한바탕 울음을 쏟아내고 난 뒤에도 여전히 그렁그렁한 눈물 끝에 가까운 정원이 있다
촉촉이 젖은 속눈썹이 꽃처럼 피었다.
울어서 꽃 피우는 일이라면 기꺼이 봄이 되겠다. 눈앞의 슬픔은 서둘러 손등으로 마무리되곤 하지만 속눈썹은 겹꽃의 꽃말로 흐느낀다.
꽃은 스스로 넘치고 스스로 눈썹을 떨구는 식물, 마음이 데면데면할 때면 꽃 없는 계절을 지나야 한다. 눈물의 꽃말은 상황에 따라 바뀌지만 아무리 사소한 꽃도 반드시 이유를 갖고 핀다.
일 년에 한 번 짧게 울고 그치는 꽃들,
그칠 것 같지 않던 흐느낌도 서서히 잦아든다. 곧 속눈썹에 맺혔던 꽃들도 생기를 잃고 사라질 것이다.
눈물은 꽃보다 더 짧은 휘발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