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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30823423
· 쪽수 : 202쪽
· 출판일 : 2025-12-15
책 소개
목차
∎ 책머리에│ 감정의 비선형을 건너 말의 편에 서기까지
제1장 시 쓰기를 통한 자기 표현 확장과 자기 치유 사례 연구
I. 서론
II. 인문치료와 시 쓰기
1. 인문치료
2. 시 쓰기의 치유적 효용
III. 시 쓰기를 통한 치유:자기 사례 분석
1. 시 쓰기를 통한 자기 표현
2. 인문치료학 입문 이전의 시
3. 인문치료학 입문 이후의 시
IV. 결론
∎ 참고문헌
제2장 감정의 언어를 찾아서
잿빛 날개 / 침묵의 말 / 기억 / 행간의 숲 / 문패 / 지느러미에게 / 귀뚜라미 / 색을 밀어내다 / 샛강 / 문장의 지도를 찾다 / 날아오르다 / 안목항에서 카푸치노를 1 / 안목항에서 카푸치노를 2 / 안반데기에서, 별을 노래하다 / 경포호 / 신복사지 삼층석탑
제3장 치유의 언어들
만남 / 갈대 / 길 / 생의 노래·방충망, 이슬 품어내다 / 우물 / 구두 / 길 / 길 / 길 / 생의 반려 / 민족 / 가을 엽서 / 빈 그릇 /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 박물관 / 신륵사에서 / 윤삼월 / 꿈 / 별 / 고향산천 / 책상
제4장 A Case Study on the Expansion of Self-Expression and Self-Healing through Poetry Writing
I. Introduction
II. Humanities Therapy and Poetry Writing
1. Humanities Therapy
2. The Healing Efficacy of Poetry Writing
III. Healing through Poetry Writing:
A Self-Analytical Case Study
1. Self-Expression through Poetry Writing
2. Poetry Before Entering Humanities Therapy
3. Poetry Written After Entering the Field of Humanities Therapy
IV. Conclusion
References
저자소개
책속에서
책머리에 중에서
나는 오래도록 나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지 못한 사람이었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일에는 익숙했으나, 정작 나의 말을 듣는 일에는 서툴렀다.
감정은 목울대에서 되돌아가고, 기억은 혀끝에서 부서졌다.
그 무수한 되돌아감과 부서짐 속에서 시가 나를 불러냈다.
그때부터 종이 위에 스스로를 앉히는 법을 배웠다.
걷고 쓰는 시간이 모여, 마침내 나를 살리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 건네는 늦은 인사의 기록이다.
상처를 과시하려는 기록이 아니다.
언어는 빛을 품어 감정에 무늬를 입힌다.
억압·상징화·전이·통합이라는 옷을 갈아입으며 언어는 감정을 품고 또 유희한다.
감정은 결코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넘어지고, 돌아나가고, 이미 지나온 길에서 고통이 불현듯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비선형성이야말로 삶의 진실에 가깝다.
치유란 잊는 일이 아니라, 다시 말하는 일이다.
융이 말한 개성화의 길에서 감정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억압은 상징화를 거슬러 돌아오고, 통합의 언덕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이가 다시 발을 붙든다.
나는 곧게 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대신 휘어지는 법, 머무는 법, 다시 말하는 법을 배웠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언어는 방향을 바꾼다.
그 배움의 기록을 네 개의 층위로 정리했다.
구성은 연구와 시, 자기 성찰의 기록을 함께 묶은 복합적 구조를 지닌다. 연구는 이론적 뼈대를 세우고, 시는 감정의 살과 숨결을 더한다. 학문과 시가 교차하는 자리에서 치유와 자기 이해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1부는 시 쓰기를 통한 자기 표현과 치유 과정을 분석심리학과 인문치료의 관점에서 다룬 연구이다.
2부는 논문과 함께 발표된 시 16편을 담았다. 학문이 놓친 여백을 시가 메우고, 시가 남긴 여운을 학문이 보완한다.
3부는 길 위에서 쓰여진 시 24 편으로 억압기의 고요, 상징화의 빛, 전이와 통합의 경계에서 태어난 시편들이다.
4부는 1부의 연구를 영어로 옮긴 글로, 『Journal of Humanities Therapy』에 게재된 논문이다.
이 네 개의 부는 서로를 비추며, 연구와 시, 경험과 개념이 교차하는 자리가 된다.
독자는 어느 쪽에서든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왕복하는 읽기, 그리고 그 속도 속에서 자기만의 감정 언어를 만나는 일이다.
여기 담긴 글들은 완결된 치유의 서사를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 이렇게 배웠다.
상처를 드러내되 타인을 해치지 않는 말, 자신을 지시하되 타인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는 말.
오늘의 통합이 내일의 억압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좌절이 아니라, 다시 말하기다.
그림자와 얼룩, 두 겹의 어둠이 대화가 되는 순간, 이 책은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무엇보다, 지나온 시간의 나에게 이제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돌아갈 수는 없지만, 다시 말할 수 있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지만, 언어는 언제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인문치료는 언어 예술을 활용하여 정서 환기와 자기 인식을 유도하는 통합적 치유 접근이다. 특히 시 창작은 상징성과 함축성, 감정 이입을 촉진하는 표현 방식을 통해, 억눌린 감정을 안전하게 표출하고 언어화하는 과정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은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회복시키고, 자아 감각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억압된 감정을 외화하고 의미화하는 과정은 단순한 감정의 표출을 넘어서,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감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시 창작을 통해 창작자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주체로 인식하게 되며, 그 결과 아픔을 다른 시각에서 풀어내고 회복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첫째, 시 쓰기는 자아 분화와 정체성 회복을 가능케 하였다. 어머니와의 무의식적 동일시 구조를 시적 상징으로 해체하며, 창작자는 억눌렸던 자아의 목소리를 회복하고 자기 존재의 실체를 명료하게 인식하였다. 이는 감정의 언어화를 통한 자기 통합의 실천 과정으로, 융 심리학의 개성화 개념과 밀접히 연결된다.
둘째, 시 쓰기는 감정 조절과 자기 효능감 회복의 실질적 도구로 작용하였다. 억눌린 감정을 반복적으로 언어화하는 과정을 통해 창작자는 감정에 대한 통제력을 획득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태도 변화와 사회적 관계의 회복을 경험하였다. 시 쓰기는 창작자에게 능동적 자아로의 전환을 이끌어내며, 정서 조절의 기제를 제공하는 문학 기반 인문치료의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셋째, 시 쓰기는 인문치료의 핵심 원리인 감정 인식, 자기 성찰, 의미 구성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문학 창작이 치유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전적 시 쓰기는 과거의 상처를 재서사화하고, 내면을 통합하며, 존재에 대한 긍정적 해석을 가능케 하였다. 이는 문학 기반 심리치료, 표현예술치료, 인문치료 전반에서 시 쓰기를 중요한 중재 도구로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적 정당성과 실천적 근거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시 쓰기는 단절된 자아의 회복, 감정의 통합, 사회적 관계의 확장을 유도하는 인문치료적 실천으로 기능하며, 자기 표현과 성찰을 통해 개인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 유의미한 방법론임을 본 연구는 보여주었다. 향후 시 쓰기를 기반으로 한 치유 프로그램의 개발과 다양한 대상 집단에 대한 적용을 통해, 시 쓰기의 인문치료적 활용 범위를 더욱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