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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달린 왕자님

꼬리 달린 왕자님

솜꼬리토끼 (지은이)
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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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달린 왕자님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꼬리 달린 왕자님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31570388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6-03-23

책 소개

B&M 일흔세 번째 이야기. 저주를 받아 짐승의 신체를 갖고 태어나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자라난 왕자님. 저주를 받아 밤이 되면 개구리의 모습으로 변해 여우 왕자님 앞에 나타나게 된 대공님. 우연히 만나게 된 저주 받은 두 사람은 서로에 의해 행복을 찾아가게 되고….

목차

어느 음유시인의 이야기
1장. 저주 받은 왕자님
2장. 저주 받은 대공님
3장. 조우
4장. 행복으로 가는 길
5장. 저주 받은 왕자님과 개구리 대공님
외전1 성인식
외전2 선물
외전3 저주의 전이
외전4 아이

저자소개

솜꼬리토끼 (지은이)    정보 더보기
잠시라도 즐거울 수 있는 소설을 적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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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어느 음유시인의 이야기-

어느 왕국에 아름다운 아가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곱고 풍성한 크림색 머리카락과 영롱한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뛰어난 미모와 고운 마음씨로 유명했습니다.
그 아름다움에 반한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청혼을 했으나 그녀가 사랑한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비록 그의 유일한 사람이 될 수 없었지만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그녀는 행복했습니다.
그런 그녀를 저주한 청년이 없었더라면 계속 행복했을 겁니다. 그녀가 사랑을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것에 앙심을 품은 한 청년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저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몸의 안위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택했습니다. 마법이 사라져 전설이 되고 희미한 잔재만이 남아 있는 시대. 저주라고 해 봤자 십대 소녀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하는 사랑 주술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걸릴 확률도 낮고, 걸리더라도 신전에 한 번 들리기만 해결되는 그런 저주.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요. 선조가 흑마법사였던 청년의 집안에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저주 물품이 있었던 겁니다. 그의 저주는 성공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아기를 가지게 된 그녀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점점 부풀어 가는 배에 온화한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열 달을 기다려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난산의 고통을 이겨 내고 태어난 아기를 본 순간, 그녀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네, 저주는 그녀가 아닌 아기에게 내려진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있어서는 안 될 귀와 이, 꼬리를 가진 아기. 그녀의 아이는 짐승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아아, 이 무슨 슬픈 일인가요. 타국에 비해 평온하고 화목했던 왕가에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녀가 결혼한 사람은 자국의 왕이었던 겁니다. 그녀는 세 번째 후궁이었지요. 가엾게도 짐승의 모습으로 태어난 아이는 왕자님이었습니다.
짐승으로 태어난 왕자님은 단 한 번도 공식 석상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인간이라고 하나 일부는 짐승. 본능에 따라 소리를 지르고, 날뛰며, 동물의 생살코기를 씹는 저주 받은 왕자님.
뒤늦게 저주를 건 당사자를 처벌하긴 했으나 이미 걸린 저주를 풀 방도가 없었다고 합니다. 사랑스럽고 상냥한 그녀는 얼마나 절망했을까요.
이것이 이 나라에서 일어난 서글픈 이야기의 전말입니다. 모두들 겉으로는 쉬쉬하고 있지만 뒷소문으로는 알고 있지요.
한 왕가에 일어난 안타까운 비극을.


1장. 저주 받은 왕자님

따스한 햇살이 스미는 창가에서 그녀는 웃고 있었다. 창가에 놓인 작은 꽃송이를 보면서 미소 짓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엘리나 님.”
그녀를 부르는 시녀의 목소리, 방을 벗어나는 발자국 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 그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적막해지고 나서야 아샤는 숨어 있던 곳에서 기어 나왔다. 심장은 아직도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웃었다. 웃어 주었다. 그를 향한 웃음은 아니었지만 꽃을 보고 웃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그녀의 미소였다.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아샤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커다란 모자를 찾아 쓰고 창문을 넘었다. 급하게 넘느라 땅에 넘어져 까진 무릎에서 피가 났지만 다급한 마음에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다. 맨발에 콕콕 박히는 돌이 따가웠지만 목표했던 것을 얻기 위해 관리가 되지 않아 엉망인 정원을 뒤졌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꽃을 찾아냈다. 그녀가 보고 웃은 것과 비슷하게 생긴 작은 꽃이었다.
그는 고사리 같은 손은 뻗어서 꽃을 꺾으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아얏.”
작지만 화사한 꽃의 줄기는 날카로운 가시로 뒤덮여 있어 쉽게 꺾을 수 없었다. 어쩌지, 어쩌지. 안절부절 그 주변을 돌던 아샤는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손을 내뻗었다. 가시가 작고 여린 손을 상처 입혔지만 아픔을 참고 꽃을 꺾었다. 지금은 그 자신의 고통보다 그녀의 미소를 보는 것이 더 중요했다. 품에 안은 꽃이 늘어날수록 상처도 늘어만 갔다. 긁히고 찔린 상처가 하얀 피부 위로 그물처럼 붉게 남았건만 아샤의 얼굴에는 외려 웃음이 피어올랐다.
꽃을 원하는 만큼 모은 아샤는 이번에는 줄기에 돋은 가시를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정리했다. 그녀가 다치면 안 되니까. 간간이 솟아나는 핏방울을 옷에 문질러 닦으며 완성한 꽃다발은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처음 꽃다발을 만들어 보는 거라 솜씨는 많이 서툴렀지만, 그 안에는 그의 소망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꽃은 더할 나위 없이 예뻤지만 조금 더 장식을 하는 게 예쁠 것 같았다. 주변의 풀을 뜯어다 이리저리 대 보던 아샤는 눈앞에서 나풀대는 보라색 리본을 잡았다. 그의 모자에 달린 장식 리본이었다.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아샤는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뾰족한 삼각형 모양 귀가 위로 솟는다. 귀를 쫑긋거리며 다시 한 번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모자를 완전히 벗고 장식 리본을 뜯어냈다. 꽃다발에 리본까지 두르고 나니 그제야 맘에 든다.
기뻐해 줄까. 아샤는 완성된 꽃다발을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더러워진 발을 깨끗이 닦고 점점이 붉게 물든 지저분한 옷도 갈아입었다. 모자를 고쳐 쓴 아샤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굳게 먹고 그녀가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시녀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처럼 그를 스쳐 지나갔다. 익숙한 일이었다. 방에 도착해서도 한 번에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한참을 그 앞에서 주먹 쥔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문을 두드린 것은 그와 같은 행동을 열댓 번 반복하고 나서였다.
똑똑
살며시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문을 열고 먼저 얼굴부터 들이밀고 그녀를 살펴보았다. 다행이다. 기분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좋아 보인다. 아샤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며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멀어서 그런 걸까. 주춤주춤 더 가까이 다가가 꽃다발을 내밀었다.
가지세요. 당신을 위해서 꺾어 왔어요. 말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웃고 있는 그녀를 봐야 하는데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보고 싶었으니까, 없는 용기를 그러모아서 살며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의 눈에 보인 것은 끔찍한 표정이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것을 보는 표정으로 그녀는 소리 없이 분노하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아!!”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꽃다발이 손에서 떨어지고 아샤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느껴지는 아픔에 볼에 손을 대 보니 따끔거렸다.
“어째서 이 괴물이 여기 있는 거야?!”
발길질이 이어지고 뾰족한 구두 끝에 허벅지를 찍혔다. 아픔에 움츠러드는데 그 탓에 발길질을 하고 있던 그녀가 넘어졌다. 아픈 와중에도 그녀가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되어 손을 뻗었지만 세차게 맞았다.
“이 괴물!!”
넘어진 상태에서도 그녀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저항도 못 하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아샤의 살을 꼬집고, 할퀴고, 그 때문에 드러난 모자 아래의 귀를 쥐어뜯었다. 손톱 아래 핏방울이 알알이 맺혀 떨어지고 웅크리고 있던 아샤가 고통에 신음을 내뱉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죽어, 죽어 버려! 다 너 때문이야! 네가 태어나서 내가 이렇게 된 거야!”
그녀에게 있어서 아샤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였다.
“아파, 아파요.”
아샤는 몸을 웅크린 채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아 보려고 했지만 참기가 너무 어려웠다. 꽃을 꺾을 때는 기껍던 통증이 전혀 다르게 다가와 몸과 마음을 두들겼다.
“아파요, 어머니.”
그 때문에 저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해 버렸다. 순간 이어지던 폭력이 멈췄으나 여기가 끝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아샤는 맞을 때보다 더 무서워졌다. 부들부들 떨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보니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 어머니가 서랍에서 꺼낸 무언가를 움켜쥐고 다가오고 있었다.
“아…… 아아.”
아샤는 귀를 양손으로 감싸고 뒤로 기었다. 그녀는 아샤가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어린 시절, 날카로운 쇠붙이로 귀를 자르려 들었었다. 생살이 잘리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샤는 숨이 넘어갈 것처럼 소리를 지르며 울었고, 뒤늦게 달려온 시녀가 그를 구해 주었다. 좋은 약 덕분에 상처는 잘 아물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때때로 그를 괴롭혔다. 그 기억이 다시 살아났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페이퍼 나이프였다.
“그래, 이것만 사라지면, 사라진다면…….”
그녀는 나이프로 아샤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아샤는 머리를 감싸며 눈을 질끈 감았다. 공포로 굳어 버린 몸은 움직이지도 않았다.
“안 돼요, 엘리나 님!”
뒤늦게 소란을 듣고 달려온 시녀가 달라붙었으나 그녀는 몸부림을 치며 저항했다.
“싫어, 이거 놔. 저걸 죽여야 해!”
“안 됩니다!”
뒤이어 달려온 시녀 여럿이 가세하여 그녀를 내리눌렀다.
“아아아아악!!”
아무리 미친 듯이 발버둥 쳐도 가녀린 체구를 가진 여자가 사람 몇의 힘을 이기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그녀는 나이프를 든 손에 힘을 빼고 엎드려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저걸 죽여야 해. 죽어, 죽어 버려.”
가련하게 흐느끼면서도 계속해서 아샤에게 죽어 버리라고 말하는 그녀를 시녀들이 달래기 시작했다. 아샤는 그 틈에 반쯤 기면서 그 방을 빠져나와 자신의 방으로 도망쳤다. 나오기 전 그녀의 몸부림에 처참하게 뭉개진 꽃다발이 마지막으로 그의 눈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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