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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홀릭 1

시크릿 홀릭 1

하루가(한은경) (지은이)
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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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홀릭 1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시크릿 홀릭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1690994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4-07-10

책 소개

하루가의 로맨스 소설. 계약금 3천만 원. 학비 일체. 졸업할 때까지 생활비 월 500만 원 지급. 프로젝트 성공 후 서울에 34평 아파트 한 채. 세상에서 가장 비싼 고액 과외가 시작된다.

목차

1편
목차
01. 프롤로그
02. 정선 노마님
03. 계획된 만남
04. 달롱각시
05. 그 남자
06. 너에게로 가는 길
07. 이 남자가 사는 법
08. 소중한 것
09. 새로운 시작
10. 잃어버린 날개

2편
목차
11. 벼랑 끝에서
12. 사랑한다는 말 대신
13. 지워지지 않는 얼룩
14. 우리는 지금
15. 믿음이라는 것
16. 드러나는 진실들
17. 그해 겨울
18. 너를 위한 내일
19. 연인에서 가족으로
20. 에필로그
작가 후기

저자소개

하루가(한은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쟁처럼 치열한 삶을 살아가며 아직도 찬란한 사랑을 꿈꾸기에 오늘도 또 다른 이야기를 쓴다. [출간작] 천녀의 사랑. 너구리 사냥. 무영의 야래향. say say say 틱탁톡. 여제 서기단후. 작은단후 해지천후. 페르세포네의 딸. 하얀 깍두기. 무기여 안녕. 처음그대로. 은호 이야기. Hole in one. 환국의 루. 시크릿 홀릭. Squall. 청우. 천산이 각시. 기담 여울랑. Miracle. 옆집에 광년이가 산다. 화이란의 나비. 도발의 전지적 시점. Again. 회귀본능. 왕관의 무게. 천화월령가.
펼치기

책속에서

밸런타인데이, 흔들리는 젊음으로 물결치는 거리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북적였다. 술과 음악에 취해 아스팔트까지 들썩이는 이곳은 50여 개의 클럽이 밀집해 있는 홍대 앞이다.
“Club 4B.”
서연은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젊음의 메카라고는 하나 그녀의 눈에는 열정보다는 외로운 청춘들이 만들어내는 퇴폐적인 향락, 싸움, 술주정이란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조용하고 단아했던 그녀의 삶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이곳에서 서연은 한 마리의 레오파드로가 되어 서 있었다.
‘섹시하고 유연하면서 사납고 날카롭게?’
순하게만 보였던 서연의 눈동자는 짙은 스모키 화장으로 인해 고양이처럼 반짝였다. 헬 브라운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이 작은 얼굴을 감싸며 블랙폭스 탑코트 위로 물결처럼 허리까지 찰랑였다. 부풀어 오른 가슴과 탄탄한 엉덩이를 간신히 가리고 있는 레오파드 원피스 아래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까지.
클럽 문지기의 번득이는 눈길이 그녀에게 여과 없이 엉겨 붙었다.
“혼자십니까?”
서연은 대답 대신 고개를 까닥였다. 시커먼 지하세계로의 문이 악마의 입처럼 열린다. 폭음처럼 터져 나오는 음악 소리에 서연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계단에서부터 은근한 블랙 네온 조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어.’
담배와 땀 냄새로 숨도 못 쉴 줄 알았던 클럽은 그녀의 생각처럼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깔끔한 젠 스타일의 클럽은 안을 밝히는 테이블과 그 주위를 두른 푹신한 소파에 한쪽 벽으로 길게 자리한 Bar와 바텐더가 눈에 들어왔다. 각 모퉁이마다 환하게 조명이 켜진 미니바에 각국의 병맥주가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얼음 속에 가득 차 있다.
‘어디 있는 거야.’
미니바에서 병맥주 하나를 집어 든 서연은 테이블에 앉는 대신에 벽에 기대어 섰다. 한껏 긴장한 탓에 두근거리는 심장만큼이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더욱 자극적으로 보였는지 서슴없이 감겨드는 남자들의 시선에 마치 길거리의 창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슬금슬금 다가선 남자 하나가 히죽거리며 그녀에게로 상체를 숙였다.
“혼자 왔어요?”
시끄러운 하우스뮤직 때문에 남자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서연이 입술을 달싹이니 남자가 알아서 귀를 가져다 댔다.
“기다리는 사람 있어요.”
보기보다 매너가 좋은 남자다. 아쉬움 가득한 두 눈을 깜박이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하고는 가버렸다.
계속 두리번거리는 서연의 앞에만 유난히 많은 남자들이 바글거리는 것은 그녀만의 착각인 것일까?
은근하게 다가서는 남자들 때문에 서연은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코트를 벗어 빈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하나로 뭉쳐 동물적으로 움직이는 춤꾼들 사이로 느릿하게 걸어 나갔다.
‘섹시하고 유연하면서…….’
발 디딜 틈도 숨 쉴 틈도 없다.
‘사납고 날카롭게.’
머리 위로 쏟아지는 레이저 빔 아래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들이 끈끈하게 엉겨 붙는다.
‘이봐요. 그만 좀 들러붙어요.’
청심환까지 삼키고 들어왔건만, 소심한 그녀의 심장은 터질 듯 쿵쾅거렸다. 긴장감을 이기지 못한 두 눈에는 눈물이 고이는 듯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울지 않아. 울지 않는다고!’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드는 순간 서연은 총알처럼 그녀를 관통하는 시선과 마주쳤다. 출구 반대편에 있는 계단 위로 또 다른 테이블이 있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어두운 계단에 선 채로 그녀를 바라보는 두 개의 눈동자.
‘목표물 발견.’
순간 서연은 연극의 막이 올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엉덩이와 등이 낯선 이에게 닿은 것이 느껴지자 움찔, 소름이 돋았다. 낯선 남자들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버렸지만 서연은 눈물을 꾹꾹 삼키며 무표정한 얼굴로 계단 위를 응시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이제 시작이야. 정해진 각본대로 하얗고 가느다란 팔을 뒤로 올려 누군가의 목을 감쌌다.
‘움직인다.’
어둠 속의 눈동자는 더욱 짙어졌다. 방심한 사이 끈적이는 손가락이 그녀의 가슴으로 들러붙었다. 엄마얏!
순간 서연은 계단 위의 눈동자를 놓쳐 버렸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손 이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든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음악이 꺼지고 클럽 안은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였다.
“뭐야!”
“정전인가?”
불만 섞인 웅성임이 들려왔다. 어둠 속에서 물 만난 정어리 떼처럼 그녀의 몸을 주물러대던 손들이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하지 말아요. 하지 말라고요!’
물에 빠진 아이를 집어 올리듯 누군가 서연의 팔목을 움켜쥐고 강하게 잡아당겼다. 꽃술을 감싼 꽃잎들처럼 겹겹이 그녀를 에워쌌던 허물이 한순간에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누구?’
다시 음악이 들리고 사람들이 움직인다. 그리고 번뜩이며 사람들 위로 쏟아져 내리는 레이저 빔 속에서 서연은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남자와 마주 서 있었다.
‘괜찮아?’
따뜻해 보이는 두 개의 눈동자가 다정히 묻고 있다. 서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모닥불처럼 따뜻한 향기가 남자에게서 묻어났다.
“처음 보는 얼굴이군.”
새벽녘 물안개만큼이나 그윽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이름이 뭐지?”
서연은 고개를 들어 조금은 대담하게 그의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살며시 입술을 열자 혀끝으로 요동치는 그의 피가 느껴진다.
“좋은데?”
부드럽게 그녀의 허리에 걸쳐 있던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나 싶더니 이내 서연은 그의 품 안에 갇혀 버렸다. 목덜미를 움켜쥔 커다란 손에 의해 자연스레 머리가 뒤로 기울며 서연의 하얀 목이 예쁜 선을 만든다.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의 단단한 입술이 그녀의 턱을 물었다. 턱 선을 따라 그녀의 귓불을 무는가 싶더니 어느새 서연의 입술이 그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달콤한 타액이 부드럽게 그녀에게 엉겨 붙는다. 불덩이를 삼킨듯 숨이 막혀 왔다.
“하아…….”
가느다란 숨결조차 고스란히 삼켜 버리는 남자. 거침없이 입안으로 밀려들어 온 남자의 혀가 그녀를 샅샅이 핥아 내린다. 깊게 더욱 깊이, 뱃속까지 뚫고 들어오는 것 같은 저릿한 갈증이 느껴졌다.
서연은 몸 안의 모든 기운을 남자에게 빨려 버린 듯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남자의 커다란 손이 서연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더욱 잡아당겼다. 밀착된 남자의 몸이 너무나 뜨겁고 단단하다. 불기둥을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서연의 몸에서도 열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숨 쉴 틈조차 용납하지 않는 남자의 입술이 쉴 새 없이 그녀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안 되겠어.’
민들레 꽃씨만큼이나 미약한 거부의 손길에도 남자는 금세 반응했다. 벽에 기대어 선 서연에게서 조금 물러선 남자가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겨주었다. 고양이처럼 손길을 느끼며 머리를 기울이는 서연의 목덜미에 남자가 다시 얼굴을 묻었다. 불에 데인 듯 뜨거운 그의 숨결.
“하아…… 미칠 것 같아.”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입술이 말할 수 없이 색정적으로 느껴졌다.
“나갈까?”
당연한 듯이 속삭이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서연은 미소 지었다.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머리는 망치로 두드려 맞은 것 같은데 도도하게 웃어주려니 입가에 경련이 인다. 내 것이라도 되는 양 그녀의 입술을 쓰다듬는 그의 손길을 밀어내고 돌아섰다. 나가기는 하겠지만 같이 가지는 않아.
서둘러 자리로 돌아왔지만 코트가 보이지 않았다. 빨리 도망가고 싶은데 코트는 보이지 않고. 서연은 저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굴렀다. 아차! 어설퍼 보이면 안 되는데.
서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구르던 발을 멈추고 유연하게 허리를 숙여 무언가 묻은 양 종아리를 쓰다듬었다.
천천히 허리를 펴는 서연의 코끝에 까만 여우 하나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든다.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코트를 보니 역시 선수는 선수구나. 남자는 쉬이 코트를 돌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름이 뭐지?”
비록 포커페이스는 잃어버렸지만, 아직 이다. 온전히 그녀가 써 내려가야 할 무대의 주인공은 서연이었다.
“가져요.”
서연은 손을 털고 핸드백을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으리라.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당황한 것이다. 서연은 주저 없이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두어 걸음 옮겼을까? 아까와는 달리 남자가 거칠게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한 남자의 두 눈동자가 알 수 없다는 듯 서연을 내려다보았다.
“데려다 줄게.”
고개를 젓자 이번에는 남자가 그녀의 코트를 내민다.
“떠난 것에 미련 갖지 않아요.”
생각보다 너무 차가운 목소리가 되어버렸다. 남자가 계단을 오르는 그녀를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서연은 돌아보지 않았다.
“인연이 닿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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