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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2236559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6-02-26
책 소개
목차
2. 고양이는 대범해
3. 참견쟁이 고양이
4. 고양이 길들이기
5. 마음을 여는 날
6. 고양이는 손님을 싫어한다?
7. 행복을 부르는 고양이
8. 잔머리 쓰는 고양이
9. 자신과 싸우는 고양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라지지 마.”
기어코 그는 힘겨운 속을 토해내는 목소리였다. 막연한 불안에 힘겨워하는 남자를 보는 것이 이리도 가슴 아프다니. 저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미안하면서도 손을 놓을 수 없는 마음이라니. 미어지고 찢어지다 뭉개져버려 형체가 엉망이 되는데도, 그래도 그걸 주섬주섬 쥐고는 놓지를 못하는 마음이라니.
해인은 아주 바보 같다는 걸 알면서도, 시율에게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있잖아. 나…… 포기하면 안 돼.”
“……찾으러 가도 돼?”
전에는 찾을 생각일랑 절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제가 없어지거든 얼른 새 애인을 찾으라고 핀잔했는데. 저를 찾지 말라고. 그냥 잊으라고. 그렇게 수십 번 말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억지라는 걸 알지만 해인은 시율에게 조르는 수밖에 없었다.
“조금 찾다가, 이제 없나 보다 하면 안 돼. 잘 찾아서, 나 데리러 와야 해.”
작은 몸으로 필사적으로 그에게 매달렸다. 매번 도망치기 바빴던 해인이 제 손을 붙잡자 시율의 눈이 크게 변했다. 말을 바꿀까 봐 얼른 해인의 손목을 붙들며 되물었다.
“정말 찾으러 간다?”
“……강, 강. 꼭 찾으러 와야 해. 꼭이야.”
“응.”
“안 오면…… 막 울 거야.”
전과 달라진 마음은, 전보다 아프고 쓰라렸다. 전보다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더 소중해졌다.
“약속할게. 계속 찾을게.”
그가 너무도 기쁜 듯 속삭여서, 해인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를 힘들게 하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러길 조를 수밖에 없었다. 이게 얼마나 힘든 바람인지 알면서도. 시율의 목을 끌어안으며 그의 어깨에 눈물을 묻고 숨을 참는 듯 말했다.
“미안해, 힘들게 해서…….”
“널 찾지 못하게 하면, 그게 더 힘들 거야.”
“……응.”
“네가 날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을 거야.”
눈물이 참아지는 게 아닌 것처럼, 이 마음도 넘치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 어쩔 수 없구나. 다시 만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어. 그가 너무 좋아서, 당신이 없으면 내 앞은 평생 허전하고, 버림받은 기분일 것 같아서. 결국 잊어버린 뒤에도 기억 못 하면서도 하염없이 누군가가 나를 데리러 오길 기다리게 될 것 같아서.
“우린 금방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그럼.”
이루어지길 바라며 되지 않은 소원을 비는 수밖에 없어. 이 손이 나를 잃어버리더라도, 다시 잡아주리라 믿고 바보같이 기다릴 거야. 그의 얼굴을 잊어도, 모습을 잊고 체취와 목소리를 전부 잊어도.
나는 계속 기다릴 거야.
바보같이 기다릴 거야.
“……강, 정말 좋아해. 아니, 사랑해.”
내 영혼에도 심장이 있어서, 그 주인을 기다릴 거야.
- 발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