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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2236566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6-02-26
책 소개
목차
2. 필살, 걱정시키기
3. 마지막 여행
4. 어느 날 찾아온……
5. 호랑이랑 친구 되기?
6. 무서운 이야기는 싫어
7.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겠어
8. 예견되어 있었던 일
9. 길을 잃어버린 날들
외전 1.
외전 2.
외전 3.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언젠가 그랬지. 내가 없어져도,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몇 번이나 그랬지…… 마치 경고하는 것처럼.”
해인은 작은 꽃에 입술을 묻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 위로 보드라운 벨벳 천 같은 꽃잎과, 차가운 금속의 감각이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반지를 놓고 가면, 그때만은 미워해줘. 원망하고 화내면서. 다시 챙겨주러 와줘.”
오늘도 이뤄질지 알 수 없는 바람을 내뱉으며 겨우 그를 올려다봤다. 하필이면 왜 자신은 이렇게 그에게 바라기만 하는 걸까. 그의 바람은 하나도 들어줄 수 없으면서. 그냥 떠나지만 말고, 걱정만 조금 덜 끼치고. 자신을 안심시켜 달라는 그의 바람은 하나도 들어주지 못하면서.
이렇게나 염치가 없어도 되는 걸까. 그런데도 그를 좋아해서, 조르듯 그의 품에 이마를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소중해서 잊고 싶지 않은 게 또 하나 늘어서 마음이 무겁고, 벅찼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래, 넌 곧잘 덜렁거리니까 내가 챙길게.”
머리 위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가 발끝부터 천천히 몸 안을 채우는 듯했다. 그런데 그것들이 물처럼 고여 몸 안에서 울리는 느낌에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넌 뭐든 놓고 다니잖아.”
“……응.”
“난 널 챙겨주는 게 좋아.”
“응.”
“원망하진 않아.”
이마 위로 그가 더딘 키스를 해왔다. 해인은 고개를 들고 발꿈치를 들며 그와 입술을 마주치는 키스를 하길 바랐다. 품 안에 꽃을 안은 채로.
그가 저를 보는 눈이 쓰린 빛이 아니었다면 먼저 입술을 댔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
“이제 알려줘.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
숨겨왔던 것일까. 지금 그는 저와 같은 두려운 눈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서로에게서 뜯겨지는 날을 고문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이 고문이라면, 이건 고해일까. 말하기가 목이 졸리듯 힘겨웠다. 하지만 숨을 쉬어야 해서 말했다.
“이 겨울이 가고…….”
“…….”
“봄의 어느 날 사이에.”
사신이 홀연히 나타나는 이름 모를 순간에, 작별 같은 건 하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는 게 가장 끔찍한 어느 날에.
이렇게 그의 옷깃을 붙잡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올 거다.
이 순간, 그를 힘껏 붙잡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은 헤어지는 날은 너무 가깝게만 느껴졌다.
- 발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