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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5458439
· 쪽수 : 480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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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저를 입양해 주세요.”
그 말에 셀바토르 공작의 눈이 아까보다 커지고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 생전 처음 듣는 황당한 제안이었다. 제 아들들과 계약 결혼을 하고 싶다고 찾아온 허무맹랑한 영애들을 몇 명 보긴 했지만, 그녀들을 가뿐히 뛰어넘는 제안에 셀바토르 공작은 헛웃음까지 흘릴 뻔했다.
거기다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여자아이는 후작가의 딸이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셀바토르 공작에게 레슬리는 한 번 더 말을 꺼냈다.
“저를 셀바토르 공작가의 유일한 공녀로 만들어 주세요.”
만약 이런 제안을 들은 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전부 자신의 앞에 있는 아이를 쫓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공작은 그저 말없이 레슬리의 라일락빛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흔들림 없는 눈. 뭔가를 결심한 저 눈은 셀바토르 공작도 잘 알고 있는 눈이었다. 더는 피할 곳 없는 궁지에 몰린 자가 살아남고 싶어 발버둥 치는 눈이다.
“내가 왜 그래야 할까?”
“그러면 공작님이 원하시는 걸 손에 넣으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쿠웅!
거대한 굉음과 함께 찾아온 칠흑 같은 어둠이 공작저를 감싸 안았다. 여기저기서 작은 비명이 터지고 여러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셀바토르 공작은 눈을 빛내며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어둠, 어둠, 어둠.
특히 두 사람이 앉아 있는 응접실은 레슬리와 셀바토르 공작만 보일 정도로 어둠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셀바토르 공작은 이 힘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어둠술사!’
셀바토르 공작은 웃음이 터지려는 걸 억누르지 못했다. 이 정도로 강력한 어둠술사는 건국 때나 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한때는 셀바토르 공작가와 견줄 만큼 강력했지만 이제는 그 힘을 받은 자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귀한 어둠술사가 자신의 앞에 앉아 있었다.
“제국, 아니 대륙 최고의 어둠술사를 얻으실 수 있으실 테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레슬리가 눈을 감자, 공작저를 감싸고 있던 어둠이 순식간에 그녀의 그림자 속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