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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야만의 바다 1~2 세트 - 전2권

우아한 야만의 바다 1~2 세트 - 전2권

틸다킴 (지은이)
  |  
로크미디어
2020-04-29
  |  
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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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야만의 바다 1~2 세트 - 전2권

책 정보

· 제목 : 우아한 야만의 바다 1~2 세트 - 전2권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5482229
· 쪽수 : 864쪽

목차

1권

#Prologue. 그들의 이상한 관계
#1장. 사람을 함부로 돕지 마라
#2장. 기울어진 세계
#3장. 집이 망했다
#4장. 손수건의 행방
#5장. 내 인생을 망치러 온
#6장. 멋진 신세계
#7장. 사랑의 형태 Ⅰ
#8장. 사랑의 형태 Ⅱ(1)

2권

#8장. 사랑의 형태 Ⅱ(2)
#9장. 대항해시대
#10장. 장사의 신
#11장. 노디악 상단
#12장. 사랑을 알려 줘
#13장. 언 바다에 불을 던지는
#외전 1. 사랑앓이
#외전 2.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말라
#외전 3. 즐거운 나의 집

저자소개

틸다킴 (지은이)    정보 더보기
밥을 잘 먹는 상냥한 사람.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게 좋은 어른. 다작하고 싶지만, 손이 느려 슬픈 글쟁이입니다. [출간작] 너의 의미 [출간 예정작] 마음이 이끄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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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많이 먹어요, 이리나.”
젊은 남녀는 마주 보고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여자에게 말을 거는 백작은 무척이나 미형의 남자였는데, 그의 낮은 목소리는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이따금씩 그에게서는 감출 수 없는 열망이 흘러나왔다.
그의 시선은 여자의 가느다란 손목과 마른 어깨, 구불거리는 머리칼에 차례로 머물렀으며 부인할 수 없이 어둡고 진득거렸다.
“오늘은 무엇을 하십니까.”
일레노아가 그런 기색을 감추고 다시 정중하게 묻자 이리나는 흐음, 하며 고민에 빠졌다. 잠시 뒤 마음을 정했는지 그녀가 대답했다.
“정원 일 하는 걸 배워 볼까 해. 빨래도 하고 뭐, 시간이 되면 다른 일도 좀 하고.”
이리나 노디악.
그녀는 쇠락한 귀족 집안의 장녀로 현재는 눈앞의 남자에게 커다란 빚을 지고 있었다.
한때는 대단한 위세를 자랑했던 그녀의 집안이 몰락한 것은 전적으로 노디악 전 후작 때문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새 시대를 맞이하여 도진 그의 사업병 때문이었다.
노디악 전 후작은 가진 능력에 비해 이루 말할 수 없이 과감한 성품의 소유자였고, 연이은 투자 실패로 그가 진 빚은 너무나 엄청난 액수여서 일가는 작위와 영지를 팔고도 오랜 시간 빚에 허덕여야만 했다.
그 채무와 함께 후작가의 남은 권리를 고스란히 인수한 것은 일레노아 슈베르크 백작이었다.
그는 키센 내 막강한 부를 자랑하는 슈베르크 상단의 주인이었으며, 이리나의 아카데미 동기였다.
“이리나.”
“응?”
일레노아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감겨들었다.
연인을 대하듯 감미로운 음성이었으나 고개를 들고 대답하는 그녀의 얼굴은 시큰둥해 보였다. 사실은 조금 불편한 기색인 것 같기도 했다.
그 영롱하고 깨끗한 금안을 응시하며 일레노아가 상냥한 태도로 말을 건넸다.
“낮에는 햇빛이 강합니다. 무리하다가 몸이 상하지 않게 조심하세요. 하녀장에게 말해 챙이 넓은 모자도 꼭 쓰시고요.”
“그래, 알겠어.”
이리나는 백작가에 몸을 의탁한 뒤, 하녀 정도의 급료를 받으며 틈틈이 빚을 갚아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둘의 관계를 적당히 정상적인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행위일 뿐이었다.
집안에서 일하는 하녀를 저렇게 세심하게 챙기는 가주는 없을 터였다. 이토록 따사로운 채무 관계도 없을 터였다.
또한 그녀가 제아무리 평생을 바쳐 일을 한다 하더라도 적은 급료로 그 큰 액수를 다 변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일레노아가 채무와 함께 인수한 가장 큰 권리는 바로 이리나 노디악이었다.
그는 그 권리를 폭군처럼 함부로 휘두르려 들지는 않았으나 가끔은 그 사실에 어두운 희열과 깊은 충족감을 느끼곤 했다.
그게 일레노아 슈베르크라는 인간의 본질이었다.


양측은 모두 곤혹스러운 분위기였다.
이리나 측 사람들이 하나씩 들어섰을 때, 슈베르크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어 있는 것은 가운데 한 자리뿐이었다. 일레노아의 자리일 터였다.
일레노아가 이 계약의 주체라면 이리나 또한 이 계약의 주체였다. 일스 사람들이 곤란해했던 것은 그런 이리나가 제일 구석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쟤는 왜 말도 없이 또 저런 미친 짓을 하는 거야?
반면, 슈베르크 쪽 사람들이 곤혹스러워했던 것은 일스인들이 자꾸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저 수상한 행색의 사람을 힐끔거리면서.
그러나 그들의 가운데 자리는 비워져 있었고, 상단의 대표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 안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침묵이 깨진 것은 달칵거리는 작은 문소리 덕분이었다. 방 안의 사람들과 함께 이리나도 힐끔, 그쪽을 봤다.
일레노아가 대런과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
변함없이 새하얀 얼굴. 서늘한 눈동자. 느리지만 우아한 걸음걸이.
우리 예쁜 쓰레기, 잘 있었니? 그 미모는 여전하구나.
이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 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를 몰래 관찰하던 이리나는 흠칫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습관처럼 사람들을 스윽 훑던 일레노아의 시선이 어느새 자신을 향했기 때문이다.
일레노아가 들어가다 말고 멈칫하는 것을 대런을 비롯한 사람들은 의아하게 보았다. 그는 꽤 오랜 시간 멈춰 섰으나 곧 천천히 걸음을 옮겨 마련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일레노아는 어느 순간부터 한쪽을 아예 쏘아보고 있었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수상한 행색의 사람이었다.
“…….”
저쪽의 행색도 이상했지만, 이쪽도 예의가 아닌 것은 마찬가지인지라 슈베르크 상단 사람들은 난처해했다. 상단주가 가끔씩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인 건 유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모두는 굳은 얼굴로 눈치만 살폈다.
이 자리에서 이유를 온전히 짐작하는 건 오직 둘뿐이었다.
이리나는 고개를 좀처럼 들지도 못하고, 테이블 밑에서 손만 꼼지락댔다.
그녀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니, 쟤가 진짜로 나를 벌써 알아봤나?

- 심미안이 없을 뿐이지, 눈썰미가 없는 게 아닙니다.

이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후드째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일레노아는 눈을 아까보다 더욱 날카롭게 뜨며 하, 웃었다.
그는 허공을 한 번 바라보다 차가운 시선으로 이리나를 쏘아봤다.
분위기는 결국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는 닉이 수습했다.
“저, 임페논어를 할 줄 아는 분 계십니까. 죄송합니다만 키센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 있는 슈베르크 간부들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임페논어를 할 줄 알았다. 대런은 답변을 하려 했으나 일레노아는 비딱하게 웃으며 키센 표준어를 우아하게 발음했다.
“키센어를 그새 잊으신 건 아닐 테고요.”
“…….”
“당신처럼 똑똑한 사람이.”
그는 역시 귀신같은 남자였다. 일레노아가 보통 예리한 사람이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이리나는 이 순간 그의 눈썰미에 솔직하게 감탄했다.
놀라게 해 주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이리나는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자책하며 후드를 끌어 내렸고, 그러자 숨겨져 있던 붉은 곱슬머리가 와르르 쏟아졌다.
고개를 든 이리나는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오랜만이야. 일레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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