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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5486074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20-08-27
책 소개
목차
16. 네가 버린 남자, 내가 아주 잘 쓸 테니까
17. 바뀌는 게 아까울 정도로 예쁘니까
18. 새로운 사랑의 잠복기가 끝나다
19. 술잔과 입술 사이, 입술과 입술 사이
20. 후원의 목적
21. 숙성
2부. 채운여름
프롤로그
1. 그들의 최대 진도는……
2. 격세지감
3. 가까워지면 피하고, 멀어지면 갈구하고
4. 너무 좋은 것만 주려 하지 않아도 돼
5. 하나로 맺어진 밤
6. 비와 함께 쏟아지는 너
저자소개
책속에서
금유리.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리 용기 전문기업 ㈜황금글라스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최대 화학 그룹 회장 금규석의 금지옥엽 고명딸.
성진은 그녀가 재벌이란 이유로 편견을 품거나 지나친 호의로 대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녀 앞에서 모든 자존심을 내버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거의 교류가 없던 여사친에게 1억 5천만 원이란 거금을 빌리는 일. 그 대가로 영혼을 저당 잡히는 일. 개천에 도로 처박힌 이무기의 운명이란 이토록 얄궂은 것이었다.
허나 스스로의 비굴함에 몸서리치는 건, 오늘로 끝내리라.
“무슨 일이든 부담 없이 맡겨 줘.”
성진은 쨍하니 맑은 눈에 유리를 담고 말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안 해. 하지만, 안 될 일도 되게 할 각오로 임하겠다고, 감히 말해도 될까?”
이 시련의 끝을 보는 것이 몇 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성진은 늘 그래 왔듯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금유리에게서 영혼을 되찾기로 했다.
“너라면 뭐든 잘 할 거야.”
유리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근데 성진아. 미안한데, 실은 내가 저번에 너한테 미처 말 못 한 게 있어. 특약 사항이라고 해야 하나.”
“특약 사항? 그게 뭔데?”
“음…….”
할 말은 이미 한참 전에 생각해 놓은 듯한데, 그녀는 묘하게 뜸을 들였다.
“뭔데 그래? 난 괜찮으니까 말해 봐.”
특약 사항. 그게 뭐든 아무래도 좋을 것 같았다. 정말 말도 안 되게 큰 호의를 받은지라, 그녀가 주는 고통이 오히려 마음의 짐을 덜어 줄지 모른다.
15년 사귄 연인이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일. 다 된 프로젝트가 하루아침에 갈아엎어지고 부당해고에 가깝게 회사에서 잘린 일.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일.
설마 그보다 더 심한 괴로움과 수치심을 느낄 일이 있을까 하는, 다소 안일한 확신도 있었다.
그러나 금유리는 순해 빠진 얼굴로 성진에게 폭탄을 투척했다.
“나와 함께 일하는 동안 절대, 결혼하면 안 돼.”
“……뭐?”
“그리고 가벼운 연애도.”
잘못 들은 게 분명하다. 하다못해 한 번 되묻기라도 해 봐라. 이성이 속삭였다.
그러나 성진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문을 입안에 꾹 가둬 둔 채, 유리의 눈을 직시했다. 그의 직감은 부질없이 헤매는 법 없이 엄정한 판단을 내렸다.
이 여자는 진심이었다. 물릴 생각이 지독하게도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