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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38478281
· 쪽수 : 632쪽
· 출판일 : 2023-04-20
책 소개
목차
일주일 전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일주일 후
한 달 후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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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며칠 동안 케이트는 스트레치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트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은 아직 능력 밖이다.
“다시는 누구에게 그림 모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만 하면….” 케이트는 말끝을 흐린다. “무서워서 미칠 것 같아.”
롭은 그 말이 다시 바다로 뛰어들어가자는 신호인지 살피는 기색으로 케이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케이트에게는 기운이 남아 있지 않다. 어쩌면 생각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은지도 모른다.
“또 무서운 게 있어?” 롭이 묻는다.
“병원.” 케이트는 떠오르는 기억에 몸서리치며 대답한다. 사고를 당한 직후 중환자실에 누워 있을 무렵의 기억들을, 각종 관과 인공호흡기를 달고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잠겨 있던 무렵의 기억들을 잊으려고 무던히 애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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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가 정말 깜짝 놀란 것은 롭이 그 다음에 한 말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저 어딘가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는 도플갱어가 있어. 그 도플갱어에게는 그림자가 없어.” 롭은 작은 후미를 둘러보더니 등 뒤쪽의 절벽 위를 올려다본다. 쌍안경을 가진 남자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나는 이미 내 도플갱어를 만난 적이 있어. 아주 오래 전의 일이야.”
“오래 전 언제?” 케이트는 묻지만 롭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도플갱어를 한 번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길한 일이라고들 하지만 만약 다시 한번 도플갱어를 만나게 된다면 그보다 훨씬 더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해.” 롭이 잠시 말을 멈춘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날로 나는 끝장이 나고 말 거야. 그는 내 인생을, 나, 당신, 집, 회사, 내가 이룬 모든 것,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전부 차지하게 될 거야.”
롭이 젖은 눈으로 말을 멈춘다. 콘월의 태양이 외딴 구름 뒤로 몸을 숨기자 해변에는 불현듯 그늘이 드리운다. “그는 내 영혼을 훔쳐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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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을, 그 눈에 익은 얼굴을, 마치 강아지 같은 눈망울을 깜빡거리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지만, 이 남자를 더 이상 알아볼 수가 없다. 뇌의 어딘가가 따끔거린다. 마치 기시감 같지만 그것과는 다른, 정반대의 느낌이다. 마치 이 남자를 생전 처음 보는 듯한 기분이다.
“케이트?” 롭의 목소리가 저 멀리에서, 뒤틀려 들려온다. “당신 괜찮아?”
손에서 머그잔이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을 느끼지만 어떻게도 할 수가 없다. 잔이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면서 케이트의 맨발에 찻물이 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