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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

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

기유나 토토 (지은이), 정선혜 (옮긴이)
㈜소미미디어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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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8480031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3-09-14

책 소개

소설가 기시모토 아키라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 ‘어제’의 기억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사실 그는 2년 전 사고를 당해 기억이 매일 리셋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아키라는 소설을 써나가고 있었다.

목차

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

저자소개

기유나 토토 (지은이)    정보 더보기
삶과 죽음에 대해 성실하게 탐구하는 소설가. 현재 오키나와현에 살고 있다. 2014년 『악의 조직 구인광고』 시리즈로 문단에 데뷔했고 『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로 제6회 인터넷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굿 엔딩』, 『언젠가, 그녀를 죽일 수 있기를』이 있다. 『부디 그녀가 죽을 수 있기를』은 감정을 느끼면 건강이 악화되는 희귀병에 걸려 평생 무감한 인생을 살아오던 소녀가,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소년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처연한 사랑을 담은 소설이다. 이 작품은 『언젠가, 그녀를 죽일 수 있기를』과 함께 「죽음×그녀」 시리즈로 불리며 수많은 일본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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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2017년 4월 17일 월요일 AM06:30
〈PC를 켜라. 데스크톱에 있는 ‘나에게’라는 텍스트 데이터를 열어, 아키라〉
빨간색 글자로 쓰인 그것은 옛날 유행가 가사에 있는 메시지 같았다. 다만 립스틱으로 쓰여 있지도 않았고, 바람을 피운 사실을 나무라는 내용도 아니었다.
그래서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았고 멋있지도 않았다. 그냥 정말이지 섬ㅤㅉㅣㅅ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를.
이것을 쓴 사람은 나였다. 결코 뛰어난 필체가 아닌 글자. 아마도 인생에서 제일 처음 썼을 ‘아키라’라는 글자의 독특한 필체. 그것은 온전히 나의 필체였다. 물론 쓴 기억은 없었다.
뭔가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몸속까지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 나는 그 글자를 자세히 보려고 거울에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그때 다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이게, 나야?


4월 18일 화요일 AM06:45
〈결론부터 말하자면, 벌써 눈치를 챘겠지만 너는 ‘전향성 건망증’이야.〉
……OH. 역시 그런 거였구나. 아아……. 이건 헤비하다.
메시지에 의하면 나는 요코하마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던 것 같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나는 뇌에 손상을 입었다.
전향성 건망증. 이미 알고 있는 단어지만 이것은 일반적으로는 어떤 증상일까?
간단히 말하면, 어느 시점부터 이후의 기억이 일정 시간밖에 지속되지 않는 증상이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서 하루를 보내고 잠이 든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일어나면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른바 ‘기억상실’과는 달리 자신이 누군지도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도 알지만 어느 날을 경계로 새로운 기억이 축적되지 않는, 그것이 전향성 건망증이다. 참고로 이것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증상이고, 아직 연구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의학적인 지식 같은 건 없는 내가 어떻게 그런 희귀한 장애를 알고 있을까? 그것은 주로 픽션, 드라마, 만화책, 애니메이션에서 얻은 지식이다. 그러니까 어디까지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5월 25일 목요일 PM11:58
해야 할 일은 마쳤다. ‘인계’를 읽고, 히나타와 쇼핑을 하고, 통장정리도 마치고, 몇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것을 정리해서 글로 남겼고, 집필 중인 소설도 이어서 썼다. 어제가 어땠는지는 몰라도 오늘은 잘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면 두렵다.
낮 동안은 평범하게 지냈다. 히나타를 놀리기도 했다. 그것은 그것대로 즐거웠다.
소설도 썼다. 마치 어떤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듯 집중했다.
그리고 지금 혼자가 되고, 밤이 찾아왔다.
잠이 들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정말로 오늘 일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내 증상을 알면서도 열심히 노력한 일도.
히나타가 생각보다 요즘 여대생 같은 세련된 숙녀로 자란 것도.
해질 무렵 들른 카페의 웨이트리스가 예뻤던 것도.
밤이 되어 내리는 비에 슬픔을 느낀 것도.
지금 이렇게 잠이 안 와서 버번을 조금 마신 것도,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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