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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39215793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4-01-05
책 소개
목차
글머리
1 보리순 흔들며 지나가는 봄바람
2월은, 봄이다
겉멋과 속멋
친애하는 고흐씨
여름 끝에 서다
순정(純情)
저녁 산책
화성(Mars) 대접근
오래된 편지
산에 살던 할머니
오월의 바람
이성과 감성
소꿉친구
빨간 모자를 쓴 집
2 수평선이 기우는 날에는, 바닷가 산책
바람 부는 해안 길
은가락지
생체 시계
한겨울의 산길
여름 별
한재 바닷가
물빛 구두
봄 산이 부른다
마상청앵도
11월에 부치는 편지
노란 집과 오동나무
후포항에 따스한 불빛이 샌다
3 사랑하는 사람은 추울수록 따뜻하다
꼬마 눈사람
두 귀도 밥을 먹는다
용담꽃 한 송이
모래성
Z세대 부모 노릇
천리포수목원
2월에 피는 꽃
직박구리와 이사
큰집
맨발로 걷는 즐거움
푸른 공간으로의 초대
그믐달
4 달이 지고 해가 뜨는 것이 마주치는 때
귀여운 사람
지팡이에게 길을 묻다
봄날의 오브제
시간은 공간의 지배를 받는다
해바라기가 가고 용담이 왔다
해무
태풍 전야
낡고 오래된 아름다움
참깨 한 알과 히말라야산맥
점점 작아지는 방
일요일에 만난 그녀
겨울 수덕사
5 내면에 비워 둔 의자
끌리는 목소리
아궁이 불 앞에서
미래에서 온 그녀
B와 D 사이
가장 깊은 겨울에 이르러
길을 허무는 사람들
미의 조건
집착
의자 전성시대
해와 달이 만나는 때
아버지
겸손에 대하여
겨울에서 봄으로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느 겨울 아침 강남대로를 걷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땅의 냉기를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포복하는 장애인이 달팽이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멋진 옷으로 몸을 감싼 출근길 직장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그의 곁을 지나 횡단보도 신호등을 기다렸다. 시간당 최저 임금도 못 버는 그의 소쿠리는 구멍 사이로 찬바람만 샜다. 강남스타일은 비정했다. 이럴 때 동정심이 작동했다면 그들의 차림새는 훨씬 멋져 보였을 것이다.
_「겉멋과 속멋」
밀물과 썰물에 모습을 달리하는 벨록 암초가 어쩌면 내 마음속에 잠겨 있을지도 모른다. 암초에 걸려 부서진 수많은 유리 파편들이 일그러진 자화상을 비추고 있는지도…. 외부 상황과 조건에 맞물려 울고 웃는 나의 암초 위로 등대를 세우는 토목 공사를 미루고 있진 않았던가.
_「여름 끝에 서다」
순정은 눈동자에 찍힌 그리움의 첫 발자국이다. 산성도 염기성도 아닌, 리트머스 시험지의 화학적 반응 이전의 감성이다. 순정 그것은 삼월 초순 봄눈과도 같아서 잡으려는 순간 녹아 버린다. 그것은 흠뻑 적시고서 금세 그치고 마는 소나기. 초저녁 여름 하늘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지개. 순정이 욕망을 잉태하는 순간 더 이상 순정이 아니다.
_「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