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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기타 명사에세이
· ISBN : 9791139710946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3-04-26
책 소개
목차
이대호 야구 인생 결정적 장면 TOP 10
프롤로그. 노트북을 열면서
1장 야구를 시작하다
도대체 야구가 뭐길래
추신수의 지명을 받다
내 꿈은 프로가 되는 것
회비 걱정 말고 열심히만 해봐라
실력으로 살아남아라
야구는 경남고
팔도시장 된장 할매
2장 진정한 거인이 되는 길
갈 곳 없는 계약금
타자 한번 해볼래?
무릎을 잃고, 살을 얻다
영양가 있는 타자가 되려면
시궁쥐도 다람쥐처럼
3관왕보다 더 큰 자신감
3장 나는 ‘조선의 4번 타자’다
영광의 첫 태극마크를 달다
도하에서 고개를 숙이다
운명의 한일전, 약속의 8회
잊을 수 없는 올림픽 금메달의 순간
도쿄대첩에서의 짜릿한 승리
4장 폭투가 날아와도 역전 끝내기 홈런
“No Fear”, 롯데의 가을야구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
선택은 무모하게, 도전은 과감하게
한국시리즈 대신 일본시리즈
인생이란 맨땅에 슬라이딩
시애틀의 DHL
5장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우승하러 가자, 롯데로
그라운드에서 배운 것들
5년 만의 가을야구
풀리지 않는 비밀번호
인생 1막을 마무리하며
영원한 자이언츠 10번
에필로그. 평범하지만 자유롭게
부록. 이대호 커리어 기록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한국과 일본, 미국 프로 무대에서만 20년 넘게 야구 선수로 활동했고,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제법 화려한 기록도 만들었다. 프로야구에서 기록이란 하나하나가 모두 숱한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적지 않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한 사람으로 보면, 나는 그저 20년 넘도록 지름이 100미터쯤 되는 조그만 그라운드 안에서만 맴돌다가 마흔이 넘어서야 세상으로 나온 미숙아이다. 야구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는 하지만, 그 축소판에서만 놀다 나온 나에게 인생과 세상은 새삼 낯설고 막막하다.
늦깎이 인간 이대호가 의지할 것은 야구장에서 익힌 노력과 성공의 방법들뿐이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출발점도 역시 야구 선수 이대호의 성공과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기왕 입을 열어 인사말을 전하는 김에, 내가 야구 선수로서 어떻게 인생을 시작하고 마무리했는지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3학년 어느 봄날, 우리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 전학생 한 명이 내 인생을 바꾸기 시작했다. 작달막한 키에 겉으로 특별해 보이는 점은 없었지만 똘똘한 눈빛에서 단단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아
이였다. ‘추신수’라는 이름도 특이했거니와 첫날부터 야구 유니폼을 입고 등교해 아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기억이 생생하다. 더욱이 자기 외삼촌이 그 무렵 부산에서 최고의 야구 선수로 통하던 롯데 자이언츠의 ‘작은 탱크’ 박정태 선수라고 소개하면서 단숨에 교내 최고 스타가 됐다. 쉬는 시간마다 다른 반 아이들까지 소문을 듣고 몰려와 “진짜 너희 외삼촌이 박정태냐”라고 물어댔고, 교실은 외삼촌 사인 좀 받아달라고 부탁하는 아이들로 난장판이 되곤 했다.
내가 프로야구 무대에서 투수로 첫 등판한 것은 그로부터 무려 21년이 흐른 뒤인 2022년 10월 8일이었다. 그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경기이자 나의 프로 선수 인생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던 그날, 3대 2로 이기고 있던 8회 초에 나는 팀의 네 번째 투수로 사직야구장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상대 팀 LG 트윈스의 유지현 감독님은 마무리투수인 고우석을 대타로 기용해 나와 승부를 겨룰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등판 기회에서 망신만은 면하자는 마음으로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향해 공을 던졌다. 전광판에는 시속 129킬로미터의 구속이 찍혔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타자가 타자인지라 삼진 아니면 볼넷이라는 생각으로 포수의 미트만 보고 공을 던졌는데, 고우석이 네 번째 공을 힘껏 때려 배트 중심에 맞히는 바람에 안타를 맞을 뻔하기도 했다. 다행히 반사적으로 뻗은 내 글러브에 공이 잡히면서 투수 땅볼로 기록됐다. 그날로 나의 프로 통산 평균자책점은 0.00이 되었다. 혹시 그 타구가 안타가 되고 그렇게 내보낸 주자가 홈까지 들어왔다면 평균자책점 ‘무한대’의 투수로 남을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