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logo
x
바코드검색
BOOKPRICE.co.kr
책, 도서 가격비교 사이트
바코드검색

인기 검색어

실시간 검색어

검색가능 서점

도서목록 제공

없어질 행성에서 씁니다

없어질 행성에서 씁니다

신진용 (지은이)
문학동네
12,000원

일반도서

검색중
서점 할인가 할인률 배송비 혜택/추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10,800원 -10% 2,500원
600원
12,700원 >
yes24 로딩중
교보문고 로딩중
11st 로딩중
영풍문고 로딩중
쿠팡 로딩중
쿠팡로켓 로딩중
G마켓 로딩중
notice_icon 검색 결과 내에 다른 책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중고도서

검색중
서점 유형 등록개수 최저가 구매하기
로딩중

eBook

검색중
서점 정가 할인가 마일리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로딩중

책 이미지

없어질 행성에서 씁니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없어질 행성에서 씁니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41602765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25-09-24

책 소개

2015년 『현대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진용 시인의 첫 시집이다. 오랜 시간 다듬은 에너지를 폭발시키듯, 심해와 우주, 평행 세계를 넘나들며 독자만의 우주를 설계한다. 빛도 없이 눌려 있는 마음, 서로 끌어당기지 못하는 마음, 끝내 불타오르는 마음을 탐구하며 독창적인 시적 우주를 펼쳐 보인다.
“지금은 여기만이 우리의 행성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믿고 싶다”

가없이 팽창하고 불시에 수축하는 가변의 세계에 맞서,
무한정한 믿음과 애정으로 탄생시키는 너와 나만의 우주
독보적 스타일로 자신만의 별세계를 펼쳐 보이는 신진용의 첫번째 시집


2015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신진용 시인의 첫번째 시집 『없어질 행성에서 씁니다』가 문학동네시인선 242번으로 출간되었다. “세계를 해석하는 힘이 강렬”하며 “공격적이면서도 파워풀”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문단에 힘차게 발을 내디뎠던 시인이 데뷔 십 년 만에 발표하는 이 첫 시집에는 오랫동안 갈고닦아온 폭발적인 에너지가 내포되어 있다. 팽창하는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처럼, 긴 시간 농축된 이야기를 자신만의 거침없는 스타일로 터뜨리는 신진 시인의 등장이라고 일컬어도 좋을 것이다. 신진용의 시 속에서 인류는 생존을 위해 거대 우주선으로 이주하고, 웜홀로 마음과 마음 사이를 순간이동하며, 비인간 존재에게 길러져 살아가거나 이미 죽은 과학자들의 이름으로 새로이 쓰인 평행 세계를 마음껏 탐험한다. 촘촘하게 짜인 거대한 알고리즘 같기도, 정신을 쏙 빼놓는 화려한 만화경 같기도 한 신진용의 시적 시계는 그야말로 미래적이다.

가볼 수 없는 곳에 대해 쓰기로 했다. 심해나 우주, 마음 같은. 다 쓰고 나면 그걸 바탕으로 시를 쓰겠다고 했다. 그러면 전부 가본 것 같은 마음이 될 거라고.
그런 이야기를 했다.

거짓말이다.

심해에 다녀와서 쓰고 싶다 나는. 가라앉고 또 가라앉아, 빛도 없이. 차갑게 멈춘. 그런 마음을 쓰고 싶어서.
_「심해의 사랑」 부분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끊임없는 탐구”(문학평론가 조대한, 해설)에 골몰하는 신진용이 첫번째로 주목하는 공간은 바로 심해다. 1부 ‘심해는 또다른 우주’는 인간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드넓은 해저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도달한 바다 밑바닥에서 화자는 “빛도 없이. 차갑게 멈춘” “천 배로 짓눌린, 일억 개가 넘는 마음”(「심해의 사랑」)을 발견한다. 수압을 견디며 살아가는 심해 생물들처럼, 마음들은 무언가에 짓눌린 채로 “해구의 밑바닥에”(「마음시」) 혹은 “어둡고 느린 아래 하늘에”(「바다라는 하늘」) 방치되어 있다. 이때의 마음은 “천사”를 물속에 가라앉게 할 만큼 밀도가 높고 무거운데, 마음을 버리지 못해 결국 썩어버린 천사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사랑을 “할”(「섬 이야기」) 예정인 천사로 강조된다는 점에서, ‘사랑’은 마음을 붙잡아두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듯하다. 이어 ‘너’와 함께 “해변에 매일 죽어 있는” 것을 목격하곤 “사랑이라고 부르기로”(「바다에 가지 않고도」) 결심하면서, 시적 화자에게 있어서 사랑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태도가 된다.
이어지는 2부 ‘두 사람을 위한 행성’에서는 심해와 유사한 공간으로서 우주가 다뤄진다. 시집의 제목이 속해 있는 시이자 2부를 여는 시 「우주의 사랑」 속 화자는 “아직 살아 있지 않을 그러나 살아 있게 될” 누군가를 향해 편지를 쓰고 있다. 그에 따르면, 행성은 “강한 중력에 이끌린 마음들이 하나로 단단하게 뭉쳐”져 생겨난 집합체이다.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우주에서 “오래될” 예정이며 어쩌면 “없어진” 것과 다름없는 불안정한 행성의 미래를 짊어진 채, 화자는 행성을 이루는 구성 물질인 ‘마음’에 관해 끈질기게 탐구한다. 그러던 그는 당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직면한다.

수십 년도 더 전에, 당신은 물었습니다. 마음이 중력을 발생시킨다면. 마음이 다른 마음을 끌어당겨 결국 하나로 합쳐진다면. 하나로 합쳐진 마음이 더욱 강한 중력을 발생시킨다면.
이 모든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

어째서 우리의 마음은 하나가 아닙니까.
_「다시, 우주의 사랑」 부분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본문을 보충하는 각주에 따르면 편지의 수・발신자가 스위스의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1898~1974)”라는 점이다. 츠비키가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우주에 분명히 존재하는 미지의 물질을 최초로 감지해 1933년 ‘암흑 물질’이라고 명명했다는 사실, 그리고 위 시(편지)에 같은 연도가 적혀 있는 점을 나란히 두고 보면 우주에는 “마음과 마음이 합쳐져 하나의 마음이 될 수 없게 하는” 방해 물질이 존재한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허구와 현실이 절묘하게 교차되는 가운데, ‘마음’은 점차 현실의 구체적인 대상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통용된다. 예컨대 “블랙홀”은 “스스로의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내부로 함몰되”(「블랙홀」)는 마음이며, “삼십만 년 전, 지금의 유카탄반도 칙술루브 지역에”(「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떨어진 운석의 이름은 ‘마음’이다.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마음 얽힘 현상”(「마음시」)은 ‘양자 얽힘’ 이론을 떠오르게 한다.
이 밖에도 시인은 각주를 통해 수많은 학자와 학계를 시에 연관시켜 실제 사실과 무관한 허구의 맥락을 부여한다. 이는 시집 바깥의 시공간을 평행 우주처럼 공유하는 새로운 시세계를 창조하려는 시도이자, 시집의 전체적인 개연성을 끌어올리는 필수적인 장치이다. 일반적으로 각주는 본문에서 불충분하게 다뤄진 내용을 보충하거나 전문 용어를 설명하는 용도로 쓰이지만, 이 시집에서는 시 안에 현실과의 접점을 부여해 다층적인 해석이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능청스럽고도 정교한 이 상상력은 3부 ‘응답 같은 건 없었다고’에 이르러 ‘신’을 호명해낸다. 과학과 비과학의 기묘한 공존 속에서, 신은 “시 창작 수업”을 이끄는 교수이자(「종교시」) 영화 속 주인공이며(「종교 영화」), 좀비를 연기하는 배우가 되었다가(「좀비 영화」) 신체 일부를 기계화한 ‘기계 좀비’로 끊임없이 변모한다(「기계 좀비의 신」). 시인이 직접 연작시라고 밝힌 「기계 푸들의 신이 있었다」 「신앙시」 「불신앙」에서는 세상을 떠난 반려견으로 암시되기도 한다.

신이었던 것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나는 따로 떨어져 걸었다 아내가 나보다 조금 앞서 갔다

신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아내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고

다른 신을 섬기게 되면 좀 나을 거야
나는 아무도 없는 뒤를 돌아보며 답했다

그날 우리는 둘 다 빨리 잠들었다 절대 잠들지 못할 것 같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결국
_「불신앙」 부분

읽는 사람의 신념에 따라 다르게 읽힐 3부의 시편들은 “그러한 가상의 존재를 믿으며 살아가는 일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해설) 헤아려보도록 이끈다.
4부 ‘슬픈우울한절망한사랑하는’에는 마찬가지로 가상의 존재인 ‘코코로’가 등장한다. 동명의 시 「코코로」 일곱 편이 4부 전체를 구성하는 가운데, 주인공인 코코로는 “인간 사냥꾼”이거나 “프로그래밍된 데이터 인격”, 혹은 “고분자무기하이브리드 심장”을 장착한 “비/인격체”로 그려진다. 인간이 동물의 일종으로서 가축화되는 디스토피아, 모든 감정이 망가져 “우울이 분진으로 날리”는 환상의 도시, ‘인간 혁명’에 성공한 인간이 다시 비인간을 지배하게 된 세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중첩되는 가운데 마음을 향한 끈질긴 탐구가 계속된다. 이 세계는 “깊고 진한 슬픔”을 마약처럼 투약하며, “지독하게아픈마음”이 폭우처럼 쏟아지는 곳이다. 인간에겐 “슬픈우울한불안한절망한 마음뿐”이고, “사랑, 이별, 죽음”은 “도시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만큼 강한 위력”을 갖는다. “사랑하는 마음의 사용 연한은” 다른 마음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짧은 편이나, 절망의 도시에서 인간을 구제해줄 묘약은 오로지 그것뿐인 듯하다.

코코로는 시리도록 고독한 눈길로 인간을 찬찬히 살폈다. 슬픔도 우울도 불안도 절망도, 그 무엇도 없이 평화로웠다. 어떻게 인간이 이럴 수 있는 것일까. 코코로는 몸을 열고 낡은 사랑을 꺼냈다. 인간을 작동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코코로는 사랑을 조작했다. 인간의 동공이 열리며 인간 안으로 어둠이 쏟아져 들어왔다. 코코로는 다시 한번 사랑을 조작했다. 인간이 작동을 시작했다. 불길이 확 피어올랐다.
_「코코로」 부분

사랑으로 불타오른 인간에게서 새어 나온 “흰 연기가 응결되어 눈처럼 내”리고, 그 눈은 5부 ‘눈 속에 묻혀 있던 것’에서 소복하게 쌓인 특수문자들로 구현된다. 여기서도 ‘마음’은 여전히 중요한 시어로 등장한다. “눈송이는 마음으로 반복”되며, “마음의 결정핵”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다만 “모든 마음은 다르므로 같은 모양의 눈송이는 반복될 수 없”(「❄」)고, 시편들에 두루 등장하는 총 다섯 가지의 모양에 따라(❄, ❅, ❆, ❉, ❋) 갖가지 형태로 내리고 쌓인다.

❅❆❈❉❊❋✱✻✼✽✾❃❅❆❈❉❊❋✱✻✼✽✾❃❅❆❈❉❊❋✱✻✼✽✾❃❅❆❈❉❊❋✱✻✼✽✾❃❅❆❈❉❊❋✱✻✼✽✾❃❅❆❈❉❊❋✱✻✼✽✾❃❅❆❈❉❊❋✱✻✼✽✾❃❅❆❈❉❊❋✱✻✼✽✾❃❅❆❈❉❊❋✱✻✼✽✾❃❅❆❈❉❊❋✱✻✼✽✾❃❅❆❈❉❊❋✱✻✼✽✾❃❅❆❈❉❊❋✱✻✼✽✾❃❅❆❈❉❊❋✱✻✼✽✾❃❅❆❈❉❊❋✱✻✼✽✾❃❅❆❈❉❊❋✱✻✼✽✾❃❅❆❈❉❊❋✱✻✼✽✾❃❅❆❈❉❊❋✱✻✼✽✾❃❅❆❈❉❊❋✱✻✼✽✾❃❅❆❈❉❊❋✱✻✼✽✾❃❅❆❈❉❊❋✱✻✼✽✾❃❅❆❈❉❊❋✱✻✼✽✾❃❅❆❈❉❊❋✱✻✼✽✾❃❅❆❈❉❊❋✱✻✼✽✾❃
_「❄」 부분

눈밭을 헤매며 화자는 무언가를 “묻는”(「❆」) 행위를 지속하는데, 이는 실제로 눈을 파내는 행동을 뜻하는 동시에 눈발 속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으로도 읽힌다. “눈 속에 묻혀 있던 것”(「❆」)의 정체는 “더 쓸 수 없을 때까지 종이 위에 써낸”(「❅」) 어떤 기록이기도 하며, 두 사람이 나누던 “사랑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시 속 화자는 영원히 지켜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대상들을 눈 속에 묻어 보존하고자 하는 듯한데, 시집에 줄곧 내리는 눈과 마찬가지로 이 행위 역시 ‘반복된다’. 이를 “마음이 다할 때까지”(「❋」) 계속하겠다는 다짐은 6부 ‘단 한 사람과’의 「함께 쓰는 백 행의 시」로 연결된다. 연인과 번갈아 쓴 백 행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한 편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백 편이 넘어가도 끝나지 않을 수 있는” 무언가다. 이렇듯 시인은 가변하는 세상 속에서 오래도록 불변할 무언가를 좇는 일에 천착한다.

어둠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빛이며 “빛은 이 우주에서 불변하는 유일한 것”(「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이다. 1부의 화자가 해저에서 줄곧 찾아 헤맨 빛은 “마음의 빛”(「바다시」)이었다. 심해, 우주, 미래, 가상 세계로 무한하게 뻗어 나가며 확장되는 신진용의 시적 세계는 이처럼 ‘마음’이라는 시어를 통해 한 가지로 꿰어진다. “끝없이 팽창해 나아가는 힘”에서 출발해, “중심으로 더욱 깊게 침잠해 들어가는 힘”으로 마무리되는 이 같은 결말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의 내부를 탐구하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진”(해설)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수억 명의 출연자들이 함께 살아가”는 우습고도 애달픈 한 편의 “리얼리티 쇼”(「워프」) 같은 삶을 직시하기 위해서 신진용은 자신만의 우주를 설계하고, 창조자로서 연민어린 시선으로 이 세계를 굽어본다. 수많은 과학적 탐구와 수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완성된 그의 실험적인 세상에서 우리가 도출해낼 수 있는 결론은, 인간이 가진 것 중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가치는 바로 마음뿐이라는 명료한 사실이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시인은 광활한 우주의 극히 작은 일부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너’와 ‘나’의 마음속에서 사랑이라는 낯익은 감정을 건져 올려 ‘우리’라고 재정의한다. 먼 하늘에 빛나는 별 하나에 이름을 붙이듯이, 섬세한 눈길로.

프리츠 츠비키가 제시했던 보이지 않는 물질에 대한 주장을 다시금 떠올려보자. 논문을 발표했을 당시 그의 주장은 잠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을 뿐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가설 중 하나가 되어 사라졌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를 찾아 논의를 부활시킨 것은 베라 루빈이라는 후대의 과학자다. (……) 한동안 ‘잃어버린 질량(Missing Mass)’으로 불리던 그 미지의 물질은 ‘암흑 물질’이라는 분명한 이름으로 지칭되며 현대 천문학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고, 현재는 우주의 상당 부분을 이루고 있는 물질로 공공연히 간주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끊임없는 탐구, 과거와의 끈질긴 연결 덕분에 우리의 세계가 다시금 새롭게 구성된 셈이다.
그리고 여기 무형의 마음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본인만의 매혹적인 세계를 축조해낸 한 시인이 있다. 그의 전언이 적힌 편지가 우리에게 온전히 도착하려면 먼 우주의 시공간을 건너와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쩌면 여러 희귀한 기록들이 망각의 파도에 휩쓸려 지워지고 말지도 모르지만, 묻힌 마음들을 파내고 또 파내다보면, “빛이 없어서 스스로 빛을 내게 된 생물들처럼”(「심해의 사랑」) 자신만의 믿음을 품은 채 살아가다보면,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도 언젠가 일어난다고 믿는 너와”(「시뮬레이션」)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거푸 반복하다보면, 낯선 풍경의 세계와 얽혀드는 우리의 행성 또한 어느덧 그에 맞춰 아름답게 이지러질지도 모를 일이다. _조대한, 해설에서

◎신진용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1. 등단 이후 출간되는 첫 시집입니다. 그간 미처 하지 못했던, 혹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으셨을 듯한데요. 이번 시집을 엮는 소회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 중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씩 골라 담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시를 쓰면서 그 두 가지가 점점 일치되어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재밌었지만 어쩐지 조금 슬프기도 한 경험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하고 싶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야기만이 남았고, 그 하나의 이야기를 조금 길게 늘여 썼을 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2. 부별로 테마가 또렷하게 나뉘고 있어요. 심해와 우주,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계관이 등장하는 가운데 그 중심을 꿰뚫는 시어가 있다면 ‘마음’인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어떤 마음에 관해 쓰고 싶으셨나요?

처음에는 ‘모든 마음’에 대해 쓰고 싶었지만, 쓰다보니 ‘어떤 마음’에 대해서만 쓸 수 있었고,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특정한 마음이 아닌 ‘마음에 대한 태도’였습니다. 슬픈 마음이든, 기쁜 마음이든, 사랑하는 마음이든, 중요한 것은 결코 당연하지 않은 그 마음을 계속 애쓰고 노력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3. 제목인 ‘없어질 행성에서 씁니다’라는 문장은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땅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떻게 제목으로 채택하게 되었는지 들려주세요.

‘없어질 행성에서, 그보다 더 빠르게 없어질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없어져가야 할지’를 생각하며 쓴 문장입니다. 없어질 것을 계속 생각하다보니 외려 이곳에서 너와 함께 ‘있어야겠다’는 결심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그 결심의 시작인 ‘없어질(행성에서 씁니다)’을 제목으로 택하게 되었습니다.

4. 4부를 이루는 일곱 편의 시에 공통적으로 ‘코코로’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5부에서는 소복하게 쌓인 눈송이를 특수문자로 형상화해주셨지요. 독특한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1~3부를 거쳐온 독자들이 후반부에 이르러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특별히 의도하신 바가 있을까요?

어릴 적부터 만화나 게임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 SF적 세계관을 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4부에서는 무수히 많은 ‘코코로(=마음)’가 무수히 많은 ‘마음’을 반복하는 이야기를, 앞선 심해나 우주와는 다른 좀더 구체적인 가상의 세계를 통해 풀어냈습니다. 그렇게 1부에서 4부까지는 상이한 테마를 통해 각기 다른 이야기를 여행하는(마치 각기 다른 별을 여행하는 것처럼요) 듯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5부는 앞의 이야기들을 좀더 수렴시킨 것이랄까요? 시에 썼듯이 눈은 반복되고 마음도 반복될 것이니, 이 시집의 끝이 모든 이야기의 끝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시집을 읽는 이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으면 하는 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부탁드려요.

「기계 푸들의 신이 있었다」입니다. 저는 시를 쓸 때 지나치게 개인적인 요소는 배제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이 시만큼은 처음부터 제가 기르는 강아지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저희 강아지는 노견이고 아픈 곳이 많아 항상 이별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데, ‘얘가 죽으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 속에서 쓰게 된 시입니다. 애정을 담아 쓴 시가 꼭 좋은 시인 것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제가 저희 강아지를 사랑하듯 이 시를 편애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시집을 끝까지 읽으셔도 제가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온전히는 아실 수 없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이 시집을 읽는 당신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도 저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를 읽는 동안 어느 한순간, 잠시나마 우리가 닿았다는 반가운 착각을 느끼신다면 좋겠습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심해는 또다른 우주
심해의 사랑/ 마음시/ 나는 나무의 가지가 모두 다른 방향으로 뻗
어 있지만 결국 나무는 위를 향한다는 사실과 그 나무 위에 앉아 있던 수백 마리의 새떼가 이유 없이 한순간에 날아오르는 모습과 이제 나무에는 단 하나의 이파리도 남아 있지 않다는 슬픔과 짙은 비행운과 비행운을 따라 날아가는 새떼와 실은 이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천사가 의도적으로 남긴 흔적이라는 생각에 대해 너에게/ 섬 이야기/ 레인메이커/ 바다라는 하늘/ 바다라는 하늘/ 바다시/ 바다에 가지 않고도

2부 두 사람만을 위한 행성
우주의 사랑/ 다시, 우주의 사랑/ 블랙홀/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열 개의 마음/ 반중력적인/ 우주에서 온 색채/ 미래적인/ 마음시/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스페이스 오디세이/ 워프/ 성간 비행/ 인공 항성/ 팽창과 수축

3부 응답 같은 건 없었다고
종교시/ 종교시/ 종교 영화/ 좀비 영화/ 기계 좀비의 신/ 기계 푸들의 신이 있었다/ 신앙시/ 불신앙/ 마음시/ 리인카네이션/ DIY

4부 슬픈우울한불안한절망한사랑하는
코코로/ 코코로/ 코코로/ 코코로/ 코코로/ 코코로/ 코코로

5부 눈 속에 묻혀 있던 것
❄/ ❅/ ❆/ ❉/ ❋

6부 단 한 사람과
함께 쓰는 백 행의 시

해설|마음에 대한 시적 증명 _조대한(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신진용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5년 『현대시』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펼치기

책속에서

심해에 다녀와서 쓰고 싶다 나는. 가라앉고 또 가라앉아, 빛도 없이. 차갑게 멈춘. 그런 마음을 쓰고 싶어서. 그런데 알아? 바다 밑바닥은 멈춰 있는 것처럼 느리지만 멈춰 있지는 않대. 그래. 정확히는 그런 마음을 쓰고 싶다. 느리게 멀리까지 흘러가는. 너는 생각하겠지. 적당한 마음만 골라 쓰고 있구나, 아직도
_「심해의 사랑」에서


천사들은 호흡을 멈췄다. 더는 마음을 흡수하지 않았다. 날개를 벌렸고, 마침내 일제히 떠올랐다. 깊고 어두운 천국이 세차게 출렁거렸다. 와중에도 사랑할 천사는 홀로 느리게 떠올랐다. 사랑할 천사는 점차로 멀어지는 천국을 내려다보았다. 천국을 떠나 어디로 갈 수 있을까.
_「섬 이야기」에서


밑바닥까지. 바다는 깊고 어둡고. 아름다워서. 그 속에 천국 따위는 없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려가고 싶다. 밑바닥까지. 빛도 구름도 없이. 바닷속의 천국을 생각한다. 할 수 없다. 구름 너머의 천국을 생각한다. 빛과 구름으로 가득찬.
_「바다라는 하늘」에서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이 포스팅은 제휴마케팅이 포함된 광고로 커미션을 지급 받습니다.
도서 DB 제공 : 알라딘 서점(www.aladin.co.kr)
최근 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