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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메신저 백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41602963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6-03-25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41602963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6-03-25
책 소개
문학동네시인선의 248번째 시집으로 박상수 시인의 『메신저 백』을 펴낸다. 올해로 데뷔 27년 차 시인이 된 그의 다섯번째 시집 『메신저 백』은 『숙녀의 기분』(시인선 41번), 『오늘 같이 있어』(시인선 109번) 이후 문학동네시인선 시리즈 내에서 세번째로 선보이는 뜻깊은 책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우리는 고장난 온기
서로를 살리는 신비한 저주”
온기를 나누어주는 메신저로서,
슬픔을 나누어 지는 포터(porter)로서
문학동네시인선의 248번째 시집으로 박상수 시인의 『메신저 백』을 펴낸다. 올해로 데뷔 27년 차 시인이 된 그의 다섯번째 시집 『메신저 백』은 『숙녀의 기분』(시인선 41번), 『오늘 같이 있어』(시인선 109번) 이후 문학동네시인선 시리즈 내에서 세번째로 선보이는 뜻깊은 책이기도 하다. 시인이자 평론가, 또 교수자로서 언제나 동시대와 호흡하며 젊은 시를 쓰기에 그의 시력에 깜짝 놀랄 수도 있겠다. 젊은 화자의 목소리, 아기자기한 오브제와 시어 탓에 더욱 그리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그의 시선이 항상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부당한 삶 속에서도 결코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북돋우는 작고도 반짝이는 것들에 가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시집의 제목 ‘메신저 백’ 역시 다채롭게 다가온다. 첫째,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 과거의 슬픔과 미래의 가능성을 모두 품은 몸으로서의 ‘나’가 바로 ‘메신저 백’이라는 사실. 둘째, 아직 시인에겐 희망과 온기가 있어 이를 나누고 전하겠다는 따스한 결기의 결정체. 마지막으로 그 모든 이야기-메시지를 담은 이 시집 자체를 지시하는 듯도 하다.
내겐 부리밖에 남지 않았지만 나의 부리로 네 깃털을 가다듬고 윤기를 내어줄게,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믿고 싶어도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는 거니까, 그 일들이 너를 미워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니까, 이제 너를 아프게 하는 것으로 세상을 벌주려 하지 말아
_「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지」 부분
『메신저 백』은 총 7부 구성 45편의 시와 1편의 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이 행과 연을 갈며 호흡을 고르고 리듬감을 만들듯, 박상수의 이번 시집은 ‘부’의 차원에서도 이를 구현한다. 세번째 시집 『오늘 같이 있어』에서는 희극과 비극이 오가는 ‘단짠단짠’의 구성을 선보였다면, 『메신저 백』의 끊어지는 구성은 긴장을 풀고 숨을 고르는 호흡법, 쉼표를 찍는 행위에 가깝다. 우리는 고통스러워서, 때로는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쉬어갈 수밖에 없다.
1부의 제목 ‘깊이 없는 세계의 빈티지 과일 머신’은 시인의 시그니처인 ‘후르츠 캔디 버스’를 단번에 떠올리게 한다. 이어 이 생기 있던 오브제가 이제 ‘빈티지’가 된 연유와 그 세월을 가늠하게도 된다. “난 슬픈 게 아니야 난 그냥 슬픈 사람이 절대 아니야, 외치고 있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백색소음」)는 나날 속에서, “언제나 조금 부족한, 살아 있다는 기분”(「무호흡」)으로, “눈을 감고 취한 것처럼 지금을 잊고, 생각을 잊고, 내가 나였던 것을 잊”(「코티지」)는 화자. 하지만 “애착 소파를 기어코 만들어서 시간을 우리 곁으로 데려”오고, “워터멜론향 각성 캔디를 나눠 먹으면서”(「서촌 일요 독서회」), “다했음에도 더 하고 싶은 어떤 마음”(「다하지 못한 마음」)을 서로 나누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후르츠 캔디 버스』 속 소년 소녀들, 이 미성년의 미래가 『메신저 백』에 담겨 있는 듯도 느껴진다.
부서지는 빛에 대해 생각하면 미래에 도착한 것만 같다 미래에 도착해서 나는 과거를 지켜본다 이미 도착해서 과거의 내가 걸어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무미건조하게, 어떤 기대도 희망도 없이, 그러면 실패한 기분이 사라질까
_「증명할 수 없는 사람」 부분
시인의 육성을 빌리자면 『메신저 백』은 “삶의 가장 힘들었던 5~6년 동안의 시기를 떠올리며 쓴 작품들로 (…) 말 그대로 존재가 그냥 희미하게 없어지는 것 같은 시절과 그걸 겨우 견뎠던 몸”을 망라한 시집이다. 그렇기에 절망과 실망, 그리고 그것의 반복이 그려져 있기도 하지만 이는 결코 놓지 않는 희망에 연유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를 수 없다 “이 닳아버린 진심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지”(「고양이 방문자 센터」) 되뇌는 화자의 끝없는 분투는 자기 부정과 비하를 필연적으로 불러들이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타인을 비난하는 대신 타인의 잘못도, 시대의 불합리도, 자신의 치부도 모두 껴안는 시적 순교에 가깝다. 나아가 박상수의 화자가 부단히 눈치를 보고, 기민하게 제 몫을 해내려 들며, 때로는 위악을 떨고, 그럼에도 누구보다 동병상련의 태도를 체득한 것은 ‘소수자의 생존술’과도 긴밀히 맞닿아 있다.
진짜 나쁜 년
그래도 널 사랑해
피식, 웃으며 너에게 손을 흔들자 네가 창가에 턱을 괸 채로 나를 바라보았지 그렇게 보지 마, 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너에게 줄 수 있는 게 없어…… 그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지
누가 보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사람처럼.
_「다른 생각」 부분
그의 시세계 안에서 텍스트로서의 문학은 ‘저자’가 일방적으로 ‘창조’하는 결과가 아니라 공동 작업자로서 독자의 읽기가 상호적으로 기입되는 살아 있는 물질임을, 그것이 지닌 젠더/섹슈얼리티와 퀴어함 또한 복수의 자기-타자들과 함께 모색할 수 있는 회로적 구성물임을 선포한다.
_전승민, ‘해설’에서
싹싹한 화자들의 번아웃은 6부의 제목 ‘너와 걸었던 차분한 나날들, 네가 여기 있다는 차분한 믿음들’처럼 회한의 정조와 더불어, 성숙한 목소리를 자아내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언제든 밀려날 수 있는 한줌의 사람”(「한줌의 사람」)이 “다하였어요 모든 것을,/ 더할 수 없을 만큼의 나를 비로소 다하여보았어요”(「대저택, 울타리, 화원」)라며 부르는 노래 속에는 어엿하거나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힘을 선물하진 않지만, “고장난 온기”가 듬뿍 담겨 있어 “서로를 살리는 신비한 저주” (「끝말잇기」)가 된다.
평론가 전승민의 표현처럼 『메신저 백』은 “드디어 임계점을 마주한 자의 기록”이자 “낙담과 실망, 좌절과 슬픔 안에서 속절없이 헤매는 자”의 “부정성의 총체가 내파되는 단 하나의 좌표”(‘해설’에서)이다. 성장과 반성장, 굴욕과 훼손, 희극과 비극, 소외와 탈진을 모두 겪은 화자가 “좋아해요, 라는 말이 떨리면서 흘러나오는 순간을 더할 수 없는 기분으로 좋아해요”(「다하지 못한 마음」)라고 다시금 말할 때의 심정을 우리는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앞으로도 시에 대한 사랑을, 타인에 대한 염려를, 삶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지쳐 포기하고 싶은 순간, 그는 다정한 눈빛으로 손을 맞잡으며 이렇게 말해올 것이다. “그때도 네가 같이 있었지? 그랬지 그때도 내가 같이 있었지 그랬어, 너였구나”(같은 시).
그때는 내가 이렇게 겨우 살아 있었어,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나는 과거를 불러와 현재에 되살렸고 현재를 기록하여 미래에 남기고자 하였다. 미미하고 소소한, 또다른 ‘우리’를 떠올리며. 그런 우리들에게도 나의 메시지가 가닿기를 바라는 이 완전한 마음으로. 먼저 떠난 사람이 남긴 문장을 되뇌어본다. 그리고 입술 밖 너에게 건넨다. “물결의 신비, 우리 더 좋은 곳으로 가자.”
_산문 「미미하고 소소한, 그래도 우리」에서
◎ 박상수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1. 4년 만에 선보이는 5번째 시집이에요. 그간 시인으로서, 평론가로서, 교수로서 또 사인으로서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새 시집을 기다려왔을 독자에게 인사 한마디도 부탁드릴게요.
→ 전쟁의 참상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죽어가는 시기에 시집을 낸다니, 한없이 슬프고 미안하고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지금 이곳의 현실을 같이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에게 그래도 어떤 부끄러움을 견디며 살고 계시냐는 안부를 건넬 수 있어 오직 그것이 고마울 뿐입니다. 말씀하신 각각의 역할은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게 없이 사는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시 쓰는 박상수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2. 이번 시집의 제목은 지난 작품집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 것 같아요. 『후르츠 캔디 버스』 『숙녀의 기분』 『오늘 같이 있어』 『너를 혼잣말로 두지 않을게』에서는 각기 다르지만 특유의 정동이 느껴지는 반면, 이번 제목은 무언가가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메신저 백’을 제목 삼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이번 시집은 제 삶의 가장 힘들었던 5~6년 동안의 시기를 떠올리며 쓴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말 그대로 존재가 그냥 희미하게 없어지는 것 같은 시절과 그걸 겨우 견뎠던 몸에 대해 쓴 작품들입니다. 저 혼자서는 도저히 답이 없던 때이기도 했어요. 과연 이 시간이 지나갈까? 미래에서 이 시간을 떠올리게 될 날이 정말 올까? 저를 아끼고 걱정해주는 가족들과 선생님, 몇몇 친구들의 도움으로 겨우 통과할 수 있었어요. 이 고마운 타인들이 없었다면 견뎌내기 어려웠을 거고, 그러다보니 겸손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로 말하다보니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이런 목소리도 누군가에 닿을까?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가 담겨 있기도 한 제목이고요.
3. 시를 쓰실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두고 계신가요? (이것만은 꼭 가지고 가야지, 혹은 이것은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 하는 것이 있다면요.) 더불어『메신저 백』에 실리는 시편들을 쓰고 모으면서 예전과 달라졌다 느끼신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궁금합니다.
→ 저에게 가장 간절하고 진실한 것을 쓰려고 노력해요. 물론 다른 이들에게 그걸 어떻게 인정받고 증명할 수 있겠어요. 다만 제가 저를 돌아봤을 때 적어도 이 시를 쓸 때는 나에게 최선을 다해 솔직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는 써보자, 하고 애쓰는 정도입니다. 많이 실패하죠. 이전에는 사춘기의 울락 말락 한 심정일 때도 있었고, 또 한동안은 세상에 화가 나서 못된 생각을 많이 하고 심술을 부리기도 하였어요. 주변의 모두를 미워하고요. 제 화자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제가 저의 화자에게 미안해질 정도로요. 그러다가 밀리고 밀려서 움직이지 못하는 때가 왔고, 다시 나는 얼마나 작고 희미한가, 그런 내 옆에 당신이 있어준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로인가, 그 힘으로 조금 더 버티어보면 어떨까, 하는 때가 찾아왔어요. 그런 심정이 특히 네번째, 그리고 이번 다섯번째 시집까지 이어져서 담긴 것 같습니다.
4. 수록작 중에 가장 마음이 가는 시편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 「수목장」이라는 시가 있어요. 제 대학교 동기를 떠올리며 쓴 작품이에요. 늘 밝고 긍정적이어서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친구였어요. 제가 삐쭉거리거나 무슨 나쁜 이야기를 하면 아냐, 그건 그런 게 아닐 거고, 그 사람도 그런 사람이 아니야, 하고 모두를 감싸주고 이해해주었던 사람. 가깝게 지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늘 제가 위로를 얻는 그런 친구였다는 게 맞을 거예요. 지금은 이곳에 없지만 그 친구를 생각하며 쓴 작품이에요. 그 친구의 환한 심성 중 일부가 저에게도 남아 있다고 믿고 싶어요.
5. 작가님만의 ‘시 읽기’ 노하우 한 가지를 알려주세요.
→ 큰 노하우는 없고요, 다만 시인이나 평론가 등의 역할 없이 그냥 읽을 때 가장 기뻐요. 온전히 순수한 독자로서 읽을 때. 한 편의 시가 구조적으로 어떻고, 짜임새는 어떻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조금은 덜컹이는 시라도 어느 한 구절이나 문장이 찌르르 저한테 다가올 때, 그럴 때가 좋아요.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이 사람은 이렇게 다르게 세상을 감각하는구나, 싶은 구절들이 있거든요. 그 시인의 마음속에 깊이 들어간 것처럼 고통스럽고 행복할 때. 그리고 잠시 3월의 햇빛을 봐요. 바람 속에 가지런히 손을 펼쳐보고요. 그 작은 순간의 기쁨으로 지금까지 시를 읽었어요.
서로를 살리는 신비한 저주”
온기를 나누어주는 메신저로서,
슬픔을 나누어 지는 포터(porter)로서
문학동네시인선의 248번째 시집으로 박상수 시인의 『메신저 백』을 펴낸다. 올해로 데뷔 27년 차 시인이 된 그의 다섯번째 시집 『메신저 백』은 『숙녀의 기분』(시인선 41번), 『오늘 같이 있어』(시인선 109번) 이후 문학동네시인선 시리즈 내에서 세번째로 선보이는 뜻깊은 책이기도 하다. 시인이자 평론가, 또 교수자로서 언제나 동시대와 호흡하며 젊은 시를 쓰기에 그의 시력에 깜짝 놀랄 수도 있겠다. 젊은 화자의 목소리, 아기자기한 오브제와 시어 탓에 더욱 그리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그의 시선이 항상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부당한 삶 속에서도 결코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북돋우는 작고도 반짝이는 것들에 가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시집의 제목 ‘메신저 백’ 역시 다채롭게 다가온다. 첫째,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 과거의 슬픔과 미래의 가능성을 모두 품은 몸으로서의 ‘나’가 바로 ‘메신저 백’이라는 사실. 둘째, 아직 시인에겐 희망과 온기가 있어 이를 나누고 전하겠다는 따스한 결기의 결정체. 마지막으로 그 모든 이야기-메시지를 담은 이 시집 자체를 지시하는 듯도 하다.
내겐 부리밖에 남지 않았지만 나의 부리로 네 깃털을 가다듬고 윤기를 내어줄게,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믿고 싶어도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는 거니까, 그 일들이 너를 미워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니까, 이제 너를 아프게 하는 것으로 세상을 벌주려 하지 말아
_「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지」 부분
『메신저 백』은 총 7부 구성 45편의 시와 1편의 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이 행과 연을 갈며 호흡을 고르고 리듬감을 만들듯, 박상수의 이번 시집은 ‘부’의 차원에서도 이를 구현한다. 세번째 시집 『오늘 같이 있어』에서는 희극과 비극이 오가는 ‘단짠단짠’의 구성을 선보였다면, 『메신저 백』의 끊어지는 구성은 긴장을 풀고 숨을 고르는 호흡법, 쉼표를 찍는 행위에 가깝다. 우리는 고통스러워서, 때로는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쉬어갈 수밖에 없다.
1부의 제목 ‘깊이 없는 세계의 빈티지 과일 머신’은 시인의 시그니처인 ‘후르츠 캔디 버스’를 단번에 떠올리게 한다. 이어 이 생기 있던 오브제가 이제 ‘빈티지’가 된 연유와 그 세월을 가늠하게도 된다. “난 슬픈 게 아니야 난 그냥 슬픈 사람이 절대 아니야, 외치고 있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백색소음」)는 나날 속에서, “언제나 조금 부족한, 살아 있다는 기분”(「무호흡」)으로, “눈을 감고 취한 것처럼 지금을 잊고, 생각을 잊고, 내가 나였던 것을 잊”(「코티지」)는 화자. 하지만 “애착 소파를 기어코 만들어서 시간을 우리 곁으로 데려”오고, “워터멜론향 각성 캔디를 나눠 먹으면서”(「서촌 일요 독서회」), “다했음에도 더 하고 싶은 어떤 마음”(「다하지 못한 마음」)을 서로 나누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후르츠 캔디 버스』 속 소년 소녀들, 이 미성년의 미래가 『메신저 백』에 담겨 있는 듯도 느껴진다.
부서지는 빛에 대해 생각하면 미래에 도착한 것만 같다 미래에 도착해서 나는 과거를 지켜본다 이미 도착해서 과거의 내가 걸어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무미건조하게, 어떤 기대도 희망도 없이, 그러면 실패한 기분이 사라질까
_「증명할 수 없는 사람」 부분
시인의 육성을 빌리자면 『메신저 백』은 “삶의 가장 힘들었던 5~6년 동안의 시기를 떠올리며 쓴 작품들로 (…) 말 그대로 존재가 그냥 희미하게 없어지는 것 같은 시절과 그걸 겨우 견뎠던 몸”을 망라한 시집이다. 그렇기에 절망과 실망, 그리고 그것의 반복이 그려져 있기도 하지만 이는 결코 놓지 않는 희망에 연유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를 수 없다 “이 닳아버린 진심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지”(「고양이 방문자 센터」) 되뇌는 화자의 끝없는 분투는 자기 부정과 비하를 필연적으로 불러들이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타인을 비난하는 대신 타인의 잘못도, 시대의 불합리도, 자신의 치부도 모두 껴안는 시적 순교에 가깝다. 나아가 박상수의 화자가 부단히 눈치를 보고, 기민하게 제 몫을 해내려 들며, 때로는 위악을 떨고, 그럼에도 누구보다 동병상련의 태도를 체득한 것은 ‘소수자의 생존술’과도 긴밀히 맞닿아 있다.
진짜 나쁜 년
그래도 널 사랑해
피식, 웃으며 너에게 손을 흔들자 네가 창가에 턱을 괸 채로 나를 바라보았지 그렇게 보지 마, 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너에게 줄 수 있는 게 없어…… 그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지
누가 보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사람처럼.
_「다른 생각」 부분
그의 시세계 안에서 텍스트로서의 문학은 ‘저자’가 일방적으로 ‘창조’하는 결과가 아니라 공동 작업자로서 독자의 읽기가 상호적으로 기입되는 살아 있는 물질임을, 그것이 지닌 젠더/섹슈얼리티와 퀴어함 또한 복수의 자기-타자들과 함께 모색할 수 있는 회로적 구성물임을 선포한다.
_전승민, ‘해설’에서
싹싹한 화자들의 번아웃은 6부의 제목 ‘너와 걸었던 차분한 나날들, 네가 여기 있다는 차분한 믿음들’처럼 회한의 정조와 더불어, 성숙한 목소리를 자아내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언제든 밀려날 수 있는 한줌의 사람”(「한줌의 사람」)이 “다하였어요 모든 것을,/ 더할 수 없을 만큼의 나를 비로소 다하여보았어요”(「대저택, 울타리, 화원」)라며 부르는 노래 속에는 어엿하거나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힘을 선물하진 않지만, “고장난 온기”가 듬뿍 담겨 있어 “서로를 살리는 신비한 저주” (「끝말잇기」)가 된다.
평론가 전승민의 표현처럼 『메신저 백』은 “드디어 임계점을 마주한 자의 기록”이자 “낙담과 실망, 좌절과 슬픔 안에서 속절없이 헤매는 자”의 “부정성의 총체가 내파되는 단 하나의 좌표”(‘해설’에서)이다. 성장과 반성장, 굴욕과 훼손, 희극과 비극, 소외와 탈진을 모두 겪은 화자가 “좋아해요, 라는 말이 떨리면서 흘러나오는 순간을 더할 수 없는 기분으로 좋아해요”(「다하지 못한 마음」)라고 다시금 말할 때의 심정을 우리는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앞으로도 시에 대한 사랑을, 타인에 대한 염려를, 삶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지쳐 포기하고 싶은 순간, 그는 다정한 눈빛으로 손을 맞잡으며 이렇게 말해올 것이다. “그때도 네가 같이 있었지? 그랬지 그때도 내가 같이 있었지 그랬어, 너였구나”(같은 시).
그때는 내가 이렇게 겨우 살아 있었어,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나는 과거를 불러와 현재에 되살렸고 현재를 기록하여 미래에 남기고자 하였다. 미미하고 소소한, 또다른 ‘우리’를 떠올리며. 그런 우리들에게도 나의 메시지가 가닿기를 바라는 이 완전한 마음으로. 먼저 떠난 사람이 남긴 문장을 되뇌어본다. 그리고 입술 밖 너에게 건넨다. “물결의 신비, 우리 더 좋은 곳으로 가자.”
_산문 「미미하고 소소한, 그래도 우리」에서
◎ 박상수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1. 4년 만에 선보이는 5번째 시집이에요. 그간 시인으로서, 평론가로서, 교수로서 또 사인으로서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새 시집을 기다려왔을 독자에게 인사 한마디도 부탁드릴게요.
→ 전쟁의 참상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죽어가는 시기에 시집을 낸다니, 한없이 슬프고 미안하고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지금 이곳의 현실을 같이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에게 그래도 어떤 부끄러움을 견디며 살고 계시냐는 안부를 건넬 수 있어 오직 그것이 고마울 뿐입니다. 말씀하신 각각의 역할은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게 없이 사는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시 쓰는 박상수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2. 이번 시집의 제목은 지난 작품집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 것 같아요. 『후르츠 캔디 버스』 『숙녀의 기분』 『오늘 같이 있어』 『너를 혼잣말로 두지 않을게』에서는 각기 다르지만 특유의 정동이 느껴지는 반면, 이번 제목은 무언가가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메신저 백’을 제목 삼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이번 시집은 제 삶의 가장 힘들었던 5~6년 동안의 시기를 떠올리며 쓴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말 그대로 존재가 그냥 희미하게 없어지는 것 같은 시절과 그걸 겨우 견뎠던 몸에 대해 쓴 작품들입니다. 저 혼자서는 도저히 답이 없던 때이기도 했어요. 과연 이 시간이 지나갈까? 미래에서 이 시간을 떠올리게 될 날이 정말 올까? 저를 아끼고 걱정해주는 가족들과 선생님, 몇몇 친구들의 도움으로 겨우 통과할 수 있었어요. 이 고마운 타인들이 없었다면 견뎌내기 어려웠을 거고, 그러다보니 겸손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로 말하다보니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이런 목소리도 누군가에 닿을까?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가 담겨 있기도 한 제목이고요.
3. 시를 쓰실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두고 계신가요? (이것만은 꼭 가지고 가야지, 혹은 이것은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 하는 것이 있다면요.) 더불어『메신저 백』에 실리는 시편들을 쓰고 모으면서 예전과 달라졌다 느끼신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궁금합니다.
→ 저에게 가장 간절하고 진실한 것을 쓰려고 노력해요. 물론 다른 이들에게 그걸 어떻게 인정받고 증명할 수 있겠어요. 다만 제가 저를 돌아봤을 때 적어도 이 시를 쓸 때는 나에게 최선을 다해 솔직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게는 써보자, 하고 애쓰는 정도입니다. 많이 실패하죠. 이전에는 사춘기의 울락 말락 한 심정일 때도 있었고, 또 한동안은 세상에 화가 나서 못된 생각을 많이 하고 심술을 부리기도 하였어요. 주변의 모두를 미워하고요. 제 화자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제가 저의 화자에게 미안해질 정도로요. 그러다가 밀리고 밀려서 움직이지 못하는 때가 왔고, 다시 나는 얼마나 작고 희미한가, 그런 내 옆에 당신이 있어준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로인가, 그 힘으로 조금 더 버티어보면 어떨까, 하는 때가 찾아왔어요. 그런 심정이 특히 네번째, 그리고 이번 다섯번째 시집까지 이어져서 담긴 것 같습니다.
4. 수록작 중에 가장 마음이 가는 시편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 「수목장」이라는 시가 있어요. 제 대학교 동기를 떠올리며 쓴 작품이에요. 늘 밝고 긍정적이어서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친구였어요. 제가 삐쭉거리거나 무슨 나쁜 이야기를 하면 아냐, 그건 그런 게 아닐 거고, 그 사람도 그런 사람이 아니야, 하고 모두를 감싸주고 이해해주었던 사람. 가깝게 지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늘 제가 위로를 얻는 그런 친구였다는 게 맞을 거예요. 지금은 이곳에 없지만 그 친구를 생각하며 쓴 작품이에요. 그 친구의 환한 심성 중 일부가 저에게도 남아 있다고 믿고 싶어요.
5. 작가님만의 ‘시 읽기’ 노하우 한 가지를 알려주세요.
→ 큰 노하우는 없고요, 다만 시인이나 평론가 등의 역할 없이 그냥 읽을 때 가장 기뻐요. 온전히 순수한 독자로서 읽을 때. 한 편의 시가 구조적으로 어떻고, 짜임새는 어떻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조금은 덜컹이는 시라도 어느 한 구절이나 문장이 찌르르 저한테 다가올 때, 그럴 때가 좋아요.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이 사람은 이렇게 다르게 세상을 감각하는구나, 싶은 구절들이 있거든요. 그 시인의 마음속에 깊이 들어간 것처럼 고통스럽고 행복할 때. 그리고 잠시 3월의 햇빛을 봐요. 바람 속에 가지런히 손을 펼쳐보고요. 그 작은 순간의 기쁨으로 지금까지 시를 읽었어요.
목차
시인의 말
1부 깊이 없는 세계의 빈티지 과일 머신
창백한 푸른 점/ 서촌 일요 독서회/ 착한 사람/ 백색소음/ 코티지/ 무호흡
2부 이곳은 모든 것이 뒤섞여 흘러내리는 검은 물감이야
같은 하루/ 파견-기울기/ 파견-리셋/ 다른 생각/ 작은 선물/ 다하지 못한 마음
3부 너와 내가 받을 행운이 과연 있다면
그걸 모아 한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었는데 뒤뜰 미술관/ 트랙 B-재계약/ 자유로운 삶-비대면/ 작은 섬의 일주일/ 오래된 집의 영혼으로부터/ 4.5F
4부 언제든 밀려날 수 있는 한줌의 사람
오늘의 셋/ 한줌의 사람/ 증명할 수 없는 사람/ 메신저 백/ 가을빛 일요일의 마당/ 변신
5부 너를 아프게 하는 것으로 세상을 벌주려 하지 말아
다시, 파견/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트랙 B-새로운 생활/ 월동준비/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지/ 데이지 스프링 무드/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는 이야기
6부 너와 걸었던 차분한 나날들, 네가 여기 있다는 차분한 믿음들
고양이 방문자 센터-새해 전날/ 트랙 B-좋은 사람/ 크리스마스이브/ 세계의 구조/ 새로운 생활/ 귤밭 사이로 내리는 눈송이/ 기차를 타고 밤 약속
7부 다이버 슈트를 입고 계속 잠수할게, 이번엔 내가
수목장/ 대저택, 울타리, 화원/ 병문안/ 별채의 밤/ 미래 시점/ 발코니가 두 개인 집/ 끝말잇기
산문 | 미미하고 소소한, 그래도 우리
해설 | 모니카를 위하여-#타자적_일인칭 #자유간접화법 #서정적_주체의_퀴어함
| 전승민(문학평론가)
1부 깊이 없는 세계의 빈티지 과일 머신
창백한 푸른 점/ 서촌 일요 독서회/ 착한 사람/ 백색소음/ 코티지/ 무호흡
2부 이곳은 모든 것이 뒤섞여 흘러내리는 검은 물감이야
같은 하루/ 파견-기울기/ 파견-리셋/ 다른 생각/ 작은 선물/ 다하지 못한 마음
3부 너와 내가 받을 행운이 과연 있다면
그걸 모아 한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었는데 뒤뜰 미술관/ 트랙 B-재계약/ 자유로운 삶-비대면/ 작은 섬의 일주일/ 오래된 집의 영혼으로부터/ 4.5F
4부 언제든 밀려날 수 있는 한줌의 사람
오늘의 셋/ 한줌의 사람/ 증명할 수 없는 사람/ 메신저 백/ 가을빛 일요일의 마당/ 변신
5부 너를 아프게 하는 것으로 세상을 벌주려 하지 말아
다시, 파견/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트랙 B-새로운 생활/ 월동준비/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지/ 데이지 스프링 무드/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는 이야기
6부 너와 걸었던 차분한 나날들, 네가 여기 있다는 차분한 믿음들
고양이 방문자 센터-새해 전날/ 트랙 B-좋은 사람/ 크리스마스이브/ 세계의 구조/ 새로운 생활/ 귤밭 사이로 내리는 눈송이/ 기차를 타고 밤 약속
7부 다이버 슈트를 입고 계속 잠수할게, 이번엔 내가
수목장/ 대저택, 울타리, 화원/ 병문안/ 별채의 밤/ 미래 시점/ 발코니가 두 개인 집/ 끝말잇기
산문 | 미미하고 소소한, 그래도 우리
해설 | 모니카를 위하여-#타자적_일인칭 #자유간접화법 #서정적_주체의_퀴어함
| 전승민(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름들이여, 심장들이여, 여기 우리의 시간들을 기억해주길, 밤의 나무들과 함께 눈과 입술에 깃든 여운으로 오래 우릴 기억하여주길
_「서촌 일요 독서회」 부분
회전하는 시간 속에서, 그렇게 쓰면 세계는 회전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믿으면 어떤 감정은 점점 투명해지는 거예요 혹은 릴라와디, 릴라와디, 스프라이트에 취해 빙글빙글, 저는 무해하고 아주 달아요, 그렇게 중얼거려보죠 마침내 나는 아주 착한 사람이에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_「착한 사람」 부분
마지막 남은 먼 불빛들, 휴면중인 식물 구근들이 잠들어 있는 창고의 아늑함도 떠올려보고, 여전히 되돌아갈 생각이 없고, 생각이 없자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무얼 기다리는지도 모르게 되자 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면서.
_「코티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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