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초절임 생강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41602987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26-02-06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41602987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26-02-06
책 소개
2015년 『시작』 신인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차성환 시인의 두번째 시집 『초절임 생강』이 문학동네시인선 247번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오늘은 오른손을 읽었다』가 독특한 시적 상상력과 언어유희를 통해 “멈출 수 없는 죽음의 걸음, 산 자의 걸음이 되려는 움직씨들의 무한 행보”(함기석 시인)를 그려낸 데 이어, 이번 시집에서도 ‘걷고’ ‘오르고’ ‘자라는’ 다양한 움직임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도착적으로 집요하게 악랄하게
결국은 어디론가 저 멀리에 도착시키기 위해”
고집스레 내딛는 연속적인 걸음걸음으로
맵싸한 삶을 부단히 소화해내는 차성환식 분투기
2015년 『시작』 신인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차성환 시인의 두번째 시집 『초절임 생강』이 문학동네시인선 247번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오늘은 오른손을 읽었다』가 독특한 시적 상상력과 언어유희를 통해 “멈출 수 없는 죽음의 걸음, 산 자의 걸음이 되려는 움직씨들의 무한 행보”(함기석 시인)를 그려낸 데 이어, 이번 시집에서도 ‘걷고’ ‘오르고’ ‘자라는’ 다양한 움직임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산문시의 형질을 띠는 긴 문장 위를 미끈하게 타고 흐르며, 차성환의 시적 화자들은 저들끼리 연결되고 이어지면서 어딘가로 나아간다. 그 움직임은 무엇을 관철하고자 하는 투철한 목적의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만이 주어진 유일한 의무이자 숙명이라는 듯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럽게 행해진다. ‘들개’가 ‘들깨’가 되고, ‘잡초’가 ‘잡채’로 이어지는 특유의 유머러스한 언어적 비약이 펼쳐지는 가운데 죽음을 내포하는 섬ㅤㅉㅣㅅ한 문장들이 곳곳에 벼려져 있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어떤 음식과 함께 먹어도 맵싸하고 얼얼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초절임 생강’의 향처럼, 눈을 현혹시키는 말장난에도 불구하고 쉬이 숨겨지지 않는 비정한 정서가 차성환 시 속 움직임의 단초가 된다.
내가 소였을 때는 늘 딱딱한 발굽으로 대지를 딛고 서 있었지. 여물을 먹다가도 발굽을 땅에 구르고 주인이 부드럽게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도, 축사에 따스한 붉은빛이 기분좋게 번지는 황혼 무렵에도 나는 이 발굽으로 대지에 노크를 했지. 그땐 내 영혼이 살아 있는 것 같았어. 내 유일한 기쁨이었지. 그런데 죽어서 재킷이 되고 나니까 알량하고 경박하게 허공에 떠돌아다니고 있어. 나는 바닥이 없어. 질 좋은 가죽구두가 되고 싶었는데, 걸을 때마다 울려퍼지는 묵직한 굽소리와 대지의 감각에 마음껏 취해 이 굽이 닳아서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고 싶었는데.
_「가죽 재킷」 부분
시집을 여는 첫 시 「가죽 재킷」의 화자는 과거엔 생물이었으나 지금은 생명력을 잃고 인공물이 된 물체로부터 아직 채 사그라들지 않은 목소리를 듣는다. 재킷 대신 차라리 구두가 되어 “계속 걸어가고 싶었”다고 하소연하는 “소”에게 “저놈이 구두가 안 되길 다행이다”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나’는 다른 시에서 역으로 “가죽구두”나 “투뿔 등심”(「소뿔소리」)이 될지도 모르는 소의 처지에 놓이고, 인간이 던진 돌에 언제든 “즉사”할 위험이 있는 “개구리”(「개구리의 왕」)가 되는가 하면 자신을 탐하려는 인간들과 대치해야 하는 “슬라이스 생강”(「초절임 생강」)으로 변한다. 이와 같은 위치 전환, 즉 “본래 자아의 망실, 새로운 존재로의 변신”(문학평론가 조대한, 해설)은 시집 속에 계속해서 되풀이된다. “아름답고 슬프고 외롭고 또 이상한”(「초절임 생강」) 존재들이 가득한 세계, “키우던 개와 돼지와 소와 양”이 울부짖는 아비규환 속에서 “그래 이 불은 내가 아니면 끌 수 없는 불”(「생일」)이라 다짐하듯 되뇌는 시의 제목이 ‘생일’이라는 점을 볼 때 차성환의 화자는 인간으로 태어난 자신의 존재 의미를 계속해서 탐구하려는 자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는 쓰고 있던 “모자만 남”(「모자 2」)긴 채 사라지고, “고기만두”(「고기만두」)나 “조신한 빵”(「빵」)이 되어 먹힐 운명에 처하거나, “개미떼들이 나를 가볍게 들쳐업”(「피크닉」)고 갈 만큼 보잘것없는 질량으로 남겨진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시인으로서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습니다. 저보다 먼저 온 한 남자가 식사하고 있더군요. 그 앞에는 시집 한 권이 놓여 있었습니다. 하도 맛있게 먹길래 곁눈질로 뭘 드시나 봤더니 세상에…… 남자는 밥이 아니라 시집을 한 장 찢더니 자기 입에 마구 쑤셔넣고 열심히 씹는 게 아니겠습니까. 놀라운 구경거리였지요. 염소가 종이를 씹어 먹는 것은 봤어도 멀쩡한 사람이 그럴 수가 있나. 그렇게 시집 한 권을 통째로 먹어치운 남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알싸한 초록 형광물질 초절임 생강이 되어버렸답니다.
_「시집 먹기」 부분
표제작인 「초절임 생강」의 ‘생강’은 「시집 먹기」 속에 한번 더 등장하는데, 이 시편에서 생강이 된 존재는 식당에서 시집을 탐닉하던, 아마도 열렬한 독자로 상정되는 어느 남자다. 마치 이끌리듯 그 “시큼하고 알싸”한 생강을 삼킨 ‘나’는 이내 “위장부터 서서히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다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렇듯 시란 읽는 이를 “웃으면서 울”게 하고 “만족스러워”하게끔 만들지만 때로 허무하고 “헛헛한” 결과물에 가깝다. 더불어 이어지는 시 「들개」에 따르면 시인이란 “양치기” 즉 거짓말쟁이다. 「재채기」 「수제비」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시의 요정”은 그런 시인을 다그친다. 요정에 의하면 “언어와 밀도와 압력과 기교”(「재채기」)는 재채기처럼 불수의적으로 생겨나는 것으로,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없다. “너를 지우”고 “그냥 기다리”라는 그의 말에도 ‘나’는 조바심이 난 듯 “돈을 벌어야 하는데”(「엿」) “폼 잰다고”(「스키니」) 아웃렛을 찾거나 “전 재산을 주고 굉장히 멋진 팔찌를”(「리미티드 에디션」) 사는 등 욕심을 부리다 “한순간에 녹아 사라질”(「소금장수」) 위기에 처하고 만다. 잘 갖춰진 외양을, 자신이 가진 “빛깔과 냄새와 무게와 삐침과 온도와 분위기와 어울림”(「속눈썹」)을 과시하고 싶다가도 정작 시를 내보일 때는 수많은 사람이 “저주를 퍼붓고” “내 몸을 찢어발”(「당신들의 시는 내게 없다」)길 것 같다는 악몽에 시달리는 것이 아마도 시인에게 주어진 운명일 테다. “끝을 알 수 없는 깊고 아늑한 굴”(「얼굴」)을 파내려가듯 내면으로 침잠하는 하강의 에너지는 3부 전체를 이루고 있는 ‘잡초’ 연작에서 반전된다.
잡아먹고 잡초는 자란다 죽어서도 자라고 살아서도 자라고 잡초만 남을 때까지 진저리치는 잡초들 거들떠보지도 않는 잡초들 글자를 지우고 지우는 잡초들 거꾸러져도 자란다 잡초만 남을 때까지 잡초는 자란다 죽은 줄 알았는데 뒤돌아보면 다시 자란다 죽어서도 자란다 자라면서 죽는다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다 잡초들 멍청한 잡초들 잡초를 기다린다 실패한 잡초들 맹렬한 잡초들
_「잡초들 1」 부분
총 일곱 편의 연작시에서 ‘자라다’의 활용형은 70회 이상 반복되는데, “의미의 강조를 넘어선 강박적인 반복”(해설)으로까지 보이는 이러한 표현적 시도는 앞선 절망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을 멈추고 싶지 않다는 시인의 내적 욕망을 반영한다. “쑥떡이 되도록 짓밟”(「잡초들 3」)히는데도 굴하지 않고 “한계를 자기 혼자 뚫고 혼자서 오로지” 자라나길 고집하는 근성 있는 잡초, “지긋지긋하게 어둠 속으로 계속 퍼져내려가”(「잡초들 4」)야만 하는 운명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잡초들 6」) 자라는 잡초처럼 ‘나’는 비록 “기울어져서 걸어다”(「기울기」)니는 모양새일지라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움직이기를 고집한다.
나는 기울어져 있다 기울어져서 걸어다닌다 의자에 앉아 기울어져 졸기도 한다 진짜 기울어졌나 거울을 갸우뚱 바라보다 진짜 기울어진다 비탈에 서 있는 것처럼 구부정하게 기울고 척추를 바로 세워도 조금씩 기울고 기울어져 기우는 중이다 무너지는 중인가 쓰러지는 중이다 비스듬히 중력을 버티는 중이다 기우는 운명을 한탄하며 우는 중이다 울면서 기우는 중이다 오래 기울면 우는 것이다 기울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기울기에 갇혀 울다 지쳐 졸기도 한다 기울어지면 기울어진 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디로?
_「기울기」 전문
불분명한 목적지를 향한 화자의 “멈출 수 없는 걸음은 슬픔과 기쁨과 울음”이자 “무한히 움직이는 감옥”(「걸음 6」)이다. 이토록 고독한 싸움을 이어나가는 ‘나’의 곁을 지켜주었던, “갈 곳을 정해주고 머물 곳을 일러주던 유일한 친구”(「블랙아웃」)가 있다. 바로 “개”다. 「캐치」 「나의 개」 「블랙아웃」 등 여러 시편에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이 소중한 존재를 ‘나’는 그러나 “정신없이 술에 취해” 놓치고 만다. 아마도 개가 매여 있던 목줄일 “검은 줄”을 “버리지 못하”고, ‘나’는 돌아오지 않는 개를 기다리며 그 “줄 끝에 매달려” 살기를 택한다. 자신의 일부와도 같았던 소중한 대상을 상실했을 때, 차성환의 화자는 낙담하거나 주저앉는 대신 자신만의 “기다림의 형식”(「블랙아웃」)을 찾아내고 마음속 빈틈을 메워줄 대상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인다. ‘소’ ‘개구리’ ‘생강’ ‘염소’ ‘개’ 등 주변의 여러 비인간 존재를 줄지어 호명하던 끝에 심지어는 집에 찾아든 “도둑”마저 “사랑하기 시작”(「도둑」)하기에 이른다. “영영 충족될 수 없는 존재론적 허기”에 시달리는 한, “시인의 강박적인 움직임 또한 영원토록 이어질 수밖에 없”(해설)기에. 그 움직임이 비록 제자리를 맴도는 부진한 레이스에 불과할지라도, “뜨겁고 일렁이고” “솟구치고 흘러넘치는”(「비」) 생을 이어가기 위해서 차성환의 움직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내면의 균열을 농담 섞인 너스레로 부단히 봉합하며, 어둡고 외로운 세계 위에 선명한 족적을 남기며, 헛걸음도 걸음임을 잊지 않으며.
『초절임 생강』 속 시편들은 단 한 편의 예외도 없이 하나의 행이자 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휴식과 공백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그의 이야기는 언뜻 종결된 것처럼 보이다가도 또다른 연작으로 연결되며 끝없이 이어진다. (……) 거기서 발견되는 진실이라고는 “지랄같이 자”(「잡초들 3」)라나는 그의 삶이 “가도 가도 끝이 없”(「잡초들 6」)을 것이라는 점, 한없는 되풀이 속에서도 결핍은 끝내 채워지지 않으리라는 사실뿐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여전히 뜨거운 허기를 감추지 않으며 무언가를 계속 갈망할 것이고, 제어하지 못하는 재채기가 튀어나올 때까지 하염없는 기다림을 이어나갈 것이다. _조대한, 해설에서
◎차성환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1. 2018년에 출간한 첫 시집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이후 오랜만에 두번째 시집을 출간하셨습니다. 소회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출간 주기가 다른 시인들에 비해서 느린 편이죠. 첫 시집은 앞뒤 재지 않고 몰아붙여서 낸 느낌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충분히 숙성시켜서 내보낸 느낌이에요. 늦된 감이 있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가 있는 거니까 일부러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어요.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었는데, 막상 나오니까 너무 신나는 거 있죠. 오래 기다렸던 만큼 이 기분을 느긋하고 차분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2. 표제작인 「초절임 생강」만큼이나 뾰족하게 날이 서 있는 시편들이 눈에 띕니다. 이를 아우를 시집의 제목을 어떻게 결정하게 되셨는지 들려주세요.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불현듯 ‘초절임 생강’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득 들었어요. 예전에 잠을 자다가 울면서 깨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꿈속에서 슬픈 일을 겪은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더라구요. 뭔가 슬펐던 것 같은데, 잠에서 깨면 기억이 잘 안 나요. 이미 울고 있는데…… 그때의 눈물이 희미하게, 맵고 쌉싸름한 느낌이었어요. 이리저리 분주한 삶을 살다보면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냥 사는 게 맵고 쌉싸름하네, 그렇게 툭 털고 일어나 또 이리저리 뛰어다니곤 해요. 사는 게 이상한 꿈 같기도 하고. 이 시집도 하나의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3. ‘생강’을 비롯해 ‘잡초’ ‘소’ ‘개구리’ ‘개’ 등 여러 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연쇄를 통해 특히 의도하신 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고, 순간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나 생각을 잡아채서 쓴 시들이에요. 시를 쓰는 저를 보고 있으면 때로 잡초 같다는 생각을 해요. 무엇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앉아서 그냥 쓰거든요. 그게 저의 기본값이고, 바로 ‘잡초’ 상태예요. 갑자기 벼락치듯 단어가 떨어지고 문장이 마구 밀려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계시받은 것처럼 허겁지겁 씁니다. 저는 시간을 주로 혼자 보내는데, 오랫동안 그러고 있으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생강, 소, 개구리, 개라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사람이 하는 얘기는 어느 순간 지겨워지잖아요. 근데 얘들은 신선해요.
4. 수록작 중 가장 아끼는 한 편을 꼽는다면 무엇인지,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표제작인 「초절임 생강」이요. 우리 모두 자기만의 아주 맵고 알싸한 생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에게 한 덩이의 생강이 있는 거죠. 울음덩어리라고 해야 할까. 남이 대신 울어줄 수 없는 자기만의 울음이 있고, 울음이 난다는 건 내 안의 생강이 칼에 찔려 매운 내를 내는 거예요. 제 생강은 꿈속에 있는 것 같아요. 꿈을 꾸다가 꿈에서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 못하는 꿈을 꾼 적이 있어요. 내가 생강이고 생강이 나인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제가 꿈을 꾸는 방식이에요. 그게 잘 표현된 것 같아서 쓰고 나니 시원한 기분이 들었어요.
5. 환상적이고 유쾌한 장면들 속 비정한 정서가 날카롭습니다. 이를 다시 농담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삶의 고단함을 소화하는 작가님만의 방식이라고도 느꼈습니다. 그런 이번 시집이 독자들의 마음엔 어떻게 가닿길 바라시는지 말씀해주세요.
인간의 대단한 점은 말 한마디로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생각해요. 빠져나갈 구석이 없어도, 몇 마디의 말로 웃음이 터지고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지곤 하죠. 상황이 바뀐 건 아니지만 분명 무언가 달라지는 거예요. 저는 독자분들이 제 시를 읽으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진지하고 심각했다가, 어느 순간에는 어이없는 웃음을 짓거나 실소를 터뜨렸으면 좋겠어요. 그건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고 제 시의 방식이기도 해요. 시 안에 꼭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냥 시집 속 개구리, 소, 개, 생강, 잡초, 고기만두, 빵, 염소, 모자, 버섯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어주세요. 어딘가 슬프고 외롭지만 이상하고 재밌는 꿈이구나.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결국은 어디론가 저 멀리에 도착시키기 위해”
고집스레 내딛는 연속적인 걸음걸음으로
맵싸한 삶을 부단히 소화해내는 차성환식 분투기
2015년 『시작』 신인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차성환 시인의 두번째 시집 『초절임 생강』이 문학동네시인선 247번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오늘은 오른손을 읽었다』가 독특한 시적 상상력과 언어유희를 통해 “멈출 수 없는 죽음의 걸음, 산 자의 걸음이 되려는 움직씨들의 무한 행보”(함기석 시인)를 그려낸 데 이어, 이번 시집에서도 ‘걷고’ ‘오르고’ ‘자라는’ 다양한 움직임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산문시의 형질을 띠는 긴 문장 위를 미끈하게 타고 흐르며, 차성환의 시적 화자들은 저들끼리 연결되고 이어지면서 어딘가로 나아간다. 그 움직임은 무엇을 관철하고자 하는 투철한 목적의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만이 주어진 유일한 의무이자 숙명이라는 듯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럽게 행해진다. ‘들개’가 ‘들깨’가 되고, ‘잡초’가 ‘잡채’로 이어지는 특유의 유머러스한 언어적 비약이 펼쳐지는 가운데 죽음을 내포하는 섬ㅤㅉㅣㅅ한 문장들이 곳곳에 벼려져 있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어떤 음식과 함께 먹어도 맵싸하고 얼얼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초절임 생강’의 향처럼, 눈을 현혹시키는 말장난에도 불구하고 쉬이 숨겨지지 않는 비정한 정서가 차성환 시 속 움직임의 단초가 된다.
내가 소였을 때는 늘 딱딱한 발굽으로 대지를 딛고 서 있었지. 여물을 먹다가도 발굽을 땅에 구르고 주인이 부드럽게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도, 축사에 따스한 붉은빛이 기분좋게 번지는 황혼 무렵에도 나는 이 발굽으로 대지에 노크를 했지. 그땐 내 영혼이 살아 있는 것 같았어. 내 유일한 기쁨이었지. 그런데 죽어서 재킷이 되고 나니까 알량하고 경박하게 허공에 떠돌아다니고 있어. 나는 바닥이 없어. 질 좋은 가죽구두가 되고 싶었는데, 걸을 때마다 울려퍼지는 묵직한 굽소리와 대지의 감각에 마음껏 취해 이 굽이 닳아서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고 싶었는데.
_「가죽 재킷」 부분
시집을 여는 첫 시 「가죽 재킷」의 화자는 과거엔 생물이었으나 지금은 생명력을 잃고 인공물이 된 물체로부터 아직 채 사그라들지 않은 목소리를 듣는다. 재킷 대신 차라리 구두가 되어 “계속 걸어가고 싶었”다고 하소연하는 “소”에게 “저놈이 구두가 안 되길 다행이다”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나’는 다른 시에서 역으로 “가죽구두”나 “투뿔 등심”(「소뿔소리」)이 될지도 모르는 소의 처지에 놓이고, 인간이 던진 돌에 언제든 “즉사”할 위험이 있는 “개구리”(「개구리의 왕」)가 되는가 하면 자신을 탐하려는 인간들과 대치해야 하는 “슬라이스 생강”(「초절임 생강」)으로 변한다. 이와 같은 위치 전환, 즉 “본래 자아의 망실, 새로운 존재로의 변신”(문학평론가 조대한, 해설)은 시집 속에 계속해서 되풀이된다. “아름답고 슬프고 외롭고 또 이상한”(「초절임 생강」) 존재들이 가득한 세계, “키우던 개와 돼지와 소와 양”이 울부짖는 아비규환 속에서 “그래 이 불은 내가 아니면 끌 수 없는 불”(「생일」)이라 다짐하듯 되뇌는 시의 제목이 ‘생일’이라는 점을 볼 때 차성환의 화자는 인간으로 태어난 자신의 존재 의미를 계속해서 탐구하려는 자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는 쓰고 있던 “모자만 남”(「모자 2」)긴 채 사라지고, “고기만두”(「고기만두」)나 “조신한 빵”(「빵」)이 되어 먹힐 운명에 처하거나, “개미떼들이 나를 가볍게 들쳐업”(「피크닉」)고 갈 만큼 보잘것없는 질량으로 남겨진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시인으로서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습니다. 저보다 먼저 온 한 남자가 식사하고 있더군요. 그 앞에는 시집 한 권이 놓여 있었습니다. 하도 맛있게 먹길래 곁눈질로 뭘 드시나 봤더니 세상에…… 남자는 밥이 아니라 시집을 한 장 찢더니 자기 입에 마구 쑤셔넣고 열심히 씹는 게 아니겠습니까. 놀라운 구경거리였지요. 염소가 종이를 씹어 먹는 것은 봤어도 멀쩡한 사람이 그럴 수가 있나. 그렇게 시집 한 권을 통째로 먹어치운 남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알싸한 초록 형광물질 초절임 생강이 되어버렸답니다.
_「시집 먹기」 부분
표제작인 「초절임 생강」의 ‘생강’은 「시집 먹기」 속에 한번 더 등장하는데, 이 시편에서 생강이 된 존재는 식당에서 시집을 탐닉하던, 아마도 열렬한 독자로 상정되는 어느 남자다. 마치 이끌리듯 그 “시큼하고 알싸”한 생강을 삼킨 ‘나’는 이내 “위장부터 서서히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다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렇듯 시란 읽는 이를 “웃으면서 울”게 하고 “만족스러워”하게끔 만들지만 때로 허무하고 “헛헛한” 결과물에 가깝다. 더불어 이어지는 시 「들개」에 따르면 시인이란 “양치기” 즉 거짓말쟁이다. 「재채기」 「수제비」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시의 요정”은 그런 시인을 다그친다. 요정에 의하면 “언어와 밀도와 압력과 기교”(「재채기」)는 재채기처럼 불수의적으로 생겨나는 것으로,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없다. “너를 지우”고 “그냥 기다리”라는 그의 말에도 ‘나’는 조바심이 난 듯 “돈을 벌어야 하는데”(「엿」) “폼 잰다고”(「스키니」) 아웃렛을 찾거나 “전 재산을 주고 굉장히 멋진 팔찌를”(「리미티드 에디션」) 사는 등 욕심을 부리다 “한순간에 녹아 사라질”(「소금장수」) 위기에 처하고 만다. 잘 갖춰진 외양을, 자신이 가진 “빛깔과 냄새와 무게와 삐침과 온도와 분위기와 어울림”(「속눈썹」)을 과시하고 싶다가도 정작 시를 내보일 때는 수많은 사람이 “저주를 퍼붓고” “내 몸을 찢어발”(「당신들의 시는 내게 없다」)길 것 같다는 악몽에 시달리는 것이 아마도 시인에게 주어진 운명일 테다. “끝을 알 수 없는 깊고 아늑한 굴”(「얼굴」)을 파내려가듯 내면으로 침잠하는 하강의 에너지는 3부 전체를 이루고 있는 ‘잡초’ 연작에서 반전된다.
잡아먹고 잡초는 자란다 죽어서도 자라고 살아서도 자라고 잡초만 남을 때까지 진저리치는 잡초들 거들떠보지도 않는 잡초들 글자를 지우고 지우는 잡초들 거꾸러져도 자란다 잡초만 남을 때까지 잡초는 자란다 죽은 줄 알았는데 뒤돌아보면 다시 자란다 죽어서도 자란다 자라면서 죽는다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다 잡초들 멍청한 잡초들 잡초를 기다린다 실패한 잡초들 맹렬한 잡초들
_「잡초들 1」 부분
총 일곱 편의 연작시에서 ‘자라다’의 활용형은 70회 이상 반복되는데, “의미의 강조를 넘어선 강박적인 반복”(해설)으로까지 보이는 이러한 표현적 시도는 앞선 절망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을 멈추고 싶지 않다는 시인의 내적 욕망을 반영한다. “쑥떡이 되도록 짓밟”(「잡초들 3」)히는데도 굴하지 않고 “한계를 자기 혼자 뚫고 혼자서 오로지” 자라나길 고집하는 근성 있는 잡초, “지긋지긋하게 어둠 속으로 계속 퍼져내려가”(「잡초들 4」)야만 하는 운명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잡초들 6」) 자라는 잡초처럼 ‘나’는 비록 “기울어져서 걸어다”(「기울기」)니는 모양새일지라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움직이기를 고집한다.
나는 기울어져 있다 기울어져서 걸어다닌다 의자에 앉아 기울어져 졸기도 한다 진짜 기울어졌나 거울을 갸우뚱 바라보다 진짜 기울어진다 비탈에 서 있는 것처럼 구부정하게 기울고 척추를 바로 세워도 조금씩 기울고 기울어져 기우는 중이다 무너지는 중인가 쓰러지는 중이다 비스듬히 중력을 버티는 중이다 기우는 운명을 한탄하며 우는 중이다 울면서 기우는 중이다 오래 기울면 우는 것이다 기울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기울기에 갇혀 울다 지쳐 졸기도 한다 기울어지면 기울어진 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디로?
_「기울기」 전문
불분명한 목적지를 향한 화자의 “멈출 수 없는 걸음은 슬픔과 기쁨과 울음”이자 “무한히 움직이는 감옥”(「걸음 6」)이다. 이토록 고독한 싸움을 이어나가는 ‘나’의 곁을 지켜주었던, “갈 곳을 정해주고 머물 곳을 일러주던 유일한 친구”(「블랙아웃」)가 있다. 바로 “개”다. 「캐치」 「나의 개」 「블랙아웃」 등 여러 시편에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이 소중한 존재를 ‘나’는 그러나 “정신없이 술에 취해” 놓치고 만다. 아마도 개가 매여 있던 목줄일 “검은 줄”을 “버리지 못하”고, ‘나’는 돌아오지 않는 개를 기다리며 그 “줄 끝에 매달려” 살기를 택한다. 자신의 일부와도 같았던 소중한 대상을 상실했을 때, 차성환의 화자는 낙담하거나 주저앉는 대신 자신만의 “기다림의 형식”(「블랙아웃」)을 찾아내고 마음속 빈틈을 메워줄 대상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인다. ‘소’ ‘개구리’ ‘생강’ ‘염소’ ‘개’ 등 주변의 여러 비인간 존재를 줄지어 호명하던 끝에 심지어는 집에 찾아든 “도둑”마저 “사랑하기 시작”(「도둑」)하기에 이른다. “영영 충족될 수 없는 존재론적 허기”에 시달리는 한, “시인의 강박적인 움직임 또한 영원토록 이어질 수밖에 없”(해설)기에. 그 움직임이 비록 제자리를 맴도는 부진한 레이스에 불과할지라도, “뜨겁고 일렁이고” “솟구치고 흘러넘치는”(「비」) 생을 이어가기 위해서 차성환의 움직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내면의 균열을 농담 섞인 너스레로 부단히 봉합하며, 어둡고 외로운 세계 위에 선명한 족적을 남기며, 헛걸음도 걸음임을 잊지 않으며.
『초절임 생강』 속 시편들은 단 한 편의 예외도 없이 하나의 행이자 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휴식과 공백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그의 이야기는 언뜻 종결된 것처럼 보이다가도 또다른 연작으로 연결되며 끝없이 이어진다. (……) 거기서 발견되는 진실이라고는 “지랄같이 자”(「잡초들 3」)라나는 그의 삶이 “가도 가도 끝이 없”(「잡초들 6」)을 것이라는 점, 한없는 되풀이 속에서도 결핍은 끝내 채워지지 않으리라는 사실뿐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여전히 뜨거운 허기를 감추지 않으며 무언가를 계속 갈망할 것이고, 제어하지 못하는 재채기가 튀어나올 때까지 하염없는 기다림을 이어나갈 것이다. _조대한, 해설에서
◎차성환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1. 2018년에 출간한 첫 시집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이후 오랜만에 두번째 시집을 출간하셨습니다. 소회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출간 주기가 다른 시인들에 비해서 느린 편이죠. 첫 시집은 앞뒤 재지 않고 몰아붙여서 낸 느낌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충분히 숙성시켜서 내보낸 느낌이에요. 늦된 감이 있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가 있는 거니까 일부러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어요.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었는데, 막상 나오니까 너무 신나는 거 있죠. 오래 기다렸던 만큼 이 기분을 느긋하고 차분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2. 표제작인 「초절임 생강」만큼이나 뾰족하게 날이 서 있는 시편들이 눈에 띕니다. 이를 아우를 시집의 제목을 어떻게 결정하게 되셨는지 들려주세요.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불현듯 ‘초절임 생강’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득 들었어요. 예전에 잠을 자다가 울면서 깨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꿈속에서 슬픈 일을 겪은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더라구요. 뭔가 슬펐던 것 같은데, 잠에서 깨면 기억이 잘 안 나요. 이미 울고 있는데…… 그때의 눈물이 희미하게, 맵고 쌉싸름한 느낌이었어요. 이리저리 분주한 삶을 살다보면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냥 사는 게 맵고 쌉싸름하네, 그렇게 툭 털고 일어나 또 이리저리 뛰어다니곤 해요. 사는 게 이상한 꿈 같기도 하고. 이 시집도 하나의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3. ‘생강’을 비롯해 ‘잡초’ ‘소’ ‘개구리’ ‘개’ 등 여러 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연쇄를 통해 특히 의도하신 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고, 순간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나 생각을 잡아채서 쓴 시들이에요. 시를 쓰는 저를 보고 있으면 때로 잡초 같다는 생각을 해요. 무엇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앉아서 그냥 쓰거든요. 그게 저의 기본값이고, 바로 ‘잡초’ 상태예요. 갑자기 벼락치듯 단어가 떨어지고 문장이 마구 밀려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계시받은 것처럼 허겁지겁 씁니다. 저는 시간을 주로 혼자 보내는데, 오랫동안 그러고 있으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생강, 소, 개구리, 개라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사람이 하는 얘기는 어느 순간 지겨워지잖아요. 근데 얘들은 신선해요.
4. 수록작 중 가장 아끼는 한 편을 꼽는다면 무엇인지,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표제작인 「초절임 생강」이요. 우리 모두 자기만의 아주 맵고 알싸한 생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에게 한 덩이의 생강이 있는 거죠. 울음덩어리라고 해야 할까. 남이 대신 울어줄 수 없는 자기만의 울음이 있고, 울음이 난다는 건 내 안의 생강이 칼에 찔려 매운 내를 내는 거예요. 제 생강은 꿈속에 있는 것 같아요. 꿈을 꾸다가 꿈에서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 못하는 꿈을 꾼 적이 있어요. 내가 생강이고 생강이 나인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제가 꿈을 꾸는 방식이에요. 그게 잘 표현된 것 같아서 쓰고 나니 시원한 기분이 들었어요.
5. 환상적이고 유쾌한 장면들 속 비정한 정서가 날카롭습니다. 이를 다시 농담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삶의 고단함을 소화하는 작가님만의 방식이라고도 느꼈습니다. 그런 이번 시집이 독자들의 마음엔 어떻게 가닿길 바라시는지 말씀해주세요.
인간의 대단한 점은 말 한마디로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생각해요. 빠져나갈 구석이 없어도, 몇 마디의 말로 웃음이 터지고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지곤 하죠. 상황이 바뀐 건 아니지만 분명 무언가 달라지는 거예요. 저는 독자분들이 제 시를 읽으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진지하고 심각했다가, 어느 순간에는 어이없는 웃음을 짓거나 실소를 터뜨렸으면 좋겠어요. 그건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고 제 시의 방식이기도 해요. 시 안에 꼭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냥 시집 속 개구리, 소, 개, 생강, 잡초, 고기만두, 빵, 염소, 모자, 버섯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어주세요. 어딘가 슬프고 외롭지만 이상하고 재밌는 꿈이구나.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어느 날 생강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가죽 재킷/ 소뿔소리/ 개구리의 왕/ 개구리의 맛/ 초절임 생강/ 건포도/ 굿이어 웰트/ 캐시미어 100/ 생일/ 버섯/ 고기만두/ 빅 브레드/ 빵/ 모자 1/ 모자 2/ 피크닉
2부 진실의 엿
시집 먹기/ 구덩이/ 들개/ 와이퍼/ 재채기/ 덩어리/ 엿/ 스키니/ 소금장수/ 리미티드 에디션/ 모과/ 브롤스타즈/ 수제비/ 얼굴/ 당신들의 시는 내게 없다/ 핵비누폭탄
3부 이곳은 잡초의 무덤 잡초의 요람
잡초들 1/ 잡초들 2/ 잡초들 3/ 잡초들 4/ 잡초들 5/ 잡초들 6/ 잡초들 7
4부 심장과 두 다리만 남은 슬픔
토마토가/ 기울기/ 걸음 5/ 걸음 6/ 당나귀/ 속눈썹/ 비/ 삽/ 개똥/ 캐치/ 나의 개/ 헬스 광인/ 털복숭이/ 도둑/ 바게트/ 블랙아웃
해설| 움직임의 시_조대한(문학평론가)
책속에서
각성(角聲)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내 몸에서 유일하게 차가운 이 소뿔로 소리를 낸다. 소뿔로 운다. 나의 뜨겁고 거대한 몸덩어리가 뽑아올린 것이 바로 이 소뿔이야.
_「소뿔소리」에서
어느 날 생강이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생강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많은 것을 봐왔지. 아름답고 슬프고 외롭고 또 이상한 일을 겪었단다. 이제 나를 여기서 꺼내줘.
_「초절임 생강」에서
그래 이 불은 내가 아니면 끌 수 없는 불. 우리는 초 기둥 옆에서 잿더미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생일 축하해.
_「생일」에서
추천도서
분야의 베스트셀러 >
분야의 신간도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