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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41603748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26-10-30
책 소개
목차
1부 _009
2부 _105
3부 _185
4부 _261
5부 _327
6부 _403
작가의 말 _279
저자소개
책속에서
애리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을 때, 손님의 뺨에는 투명한 눈물이 예고도 없이 흐르고 있었다. 애리는 손수건을 찾기 위해 앞치마 호주머니를 뒤졌으나 그런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애리는 티슈를 여러 장 뽑아 손님에게 건네며 물었다.
“누가 죽었어요?”
손님은 애리가 건네는 티슈와 손을 함께 움켜쥐며 대꾸했다.
“네, 제가 결혼해요.”
애리는 세면대에 거품을 뱉곤 거울을 향해 미간을 찌푸려 보였다. 반듯한 이마가 한껏 구겨졌다 도로 펴졌다. 근규를 처음 만난 날이 손에 잡힐 듯 선명했다. 어쩌면 애리는 근규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그 순간부터 사랑을 예감했는지도 몰랐다. 지나치게 선명하여 농도 짙게 아려오는 이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기억이 재현되는 방식은 언제나 연쇄적이다. 돌아온 그 시간이 어떻게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끈적끈적한 액체가 되어 근규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근규는 거울을 보고 싶은 충동에 눈동자를 굴려 상담실 내부를 훑었으나 어디에도 얼굴을 비출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주인을 알 수 없는 눈동자들이 근규를 둘러싸는 것이 느껴졌다. 그중 최현민의 등뒤로 떠올라 근규를 노려보는 사람은 진작에 흘려보냈던 그년과 닮아 있었다.
지금 내 얼굴의 주인은 누구인가.
김근규인가,K인가.
그것을 알 수 없었던 근규는 고개를 떨어뜨리고선 다시 들지 못했다. 샤워기 아래 식어가는 몸을 방치하는 지금처럼.
“네 이니셜 트리플 케이구나.”
영어 학원 교재에 이름을 적는 근규에게 세나는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트리플 케이, 근규는 그 명명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부지런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어른들이 강제한 이름 김근규. 근규는 단 한 순간도 그 이름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K.K.K.
근규는 자신이 셋으로 분절된 것처럼 느꼈고 그 감각이 기꺼웠다. 첫번째 성씨인 K가 집과 학교에서의 김근규라면 두번째는 세나의 친구 K, 세번째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작가 K였다. 첫번째를 제외한 K들이야말로 근규가 느끼는 괜찮은 자신이었다. 근규는 자신을 조금씩 좋아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