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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41607005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4-08-14
책 소개
목차
인생은 그라운드 _007
포르투갈 _039
여기서 울지 마세요 _073
불상의 인간학 _107
z활불러버s _137
이승진, 이승진 그리고 이승진 _175
오렌지, 였던 _201
컬럼비아 _231
바과, 사나나 _265
그러다가 _293
해설|박혜진(문학평론가)
막돼먹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 _319
작가의 말 _33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불러준 대로 은행 앱에다 계좌번호를 누르자 이름이 떴다.
우규민이었다. 우규민이라니. FA를 두 번이나 한 최고의 언더 핸드 투수도 인생에서 야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프로야구가 계속됐다면 좋은 코치가 됐을 텐데. 해설을 해도 잘했을 거다. 타 팀으로 이적했지만 한 번도 미워한 적 없는 선수였다. 반가운데 반가운 티를 낼 수 없다는 게 슬펐다. 우리가 잃어버린 건 야구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과 울고 웃던 기억 전부였다. 그래, 이젠 정말 야구를 하는 거야. 야구 내가 지킬 거야. 규민이 형, 지켜봐줘. 최고의 투수가 될게. 입금을 완료하고 손을 내밀었다. 머뭇거리던 우규민이 내 손을 마주잡았다. 80승-80홀 드-80세이브라는 KBO의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운 남자의 두터운 손바닥이 내 손을 덮었다.(「인생은 그라운드」)
아, 포르투갈. 마르방 올리브 축제는 그 본질에 있어 증평인삼골축제와 다르지 않았다. 세계는 동일하다. 지구는 미국 아니면 유럽이다. 세계는 한때 유럽이었고 현행적으로 미국이다. 어디에 서 있든 당신은 다르지 않다. 전신을 휩쓸고 지나가는 엄청난 깨달음이 죽마 위에 선 나를 한순간 휘청거리게 했다.(「포르투갈」)
살펴보니 MBTI라는 게 사주팔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덟 개의 글자를 모아 네 개의 기둥을 세우는 원리는 같았다. 육십갑자를 간소화해 열여섯 개의 유형으로 줄인 것은 서구적 합리성의 반영이라 할 만했다. 내가 오래 고민한 것은 오행에 대해서였다.
B는 Bool이니 화火이며, T는 Ttang이니 토土였다. I가 조금 헷갈리긴 했다. 하지만 답을 내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표’로 번역되는 Indicator에 다른 뜻이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엔진 장치의 실린더 내부 압력을 표시하는 기계. 이것은 틀림없는 금金이었다.
문제는 M이었다. Mok이니 목木인 것인가, Mool이니 수水인 것인가? 이에 관해서는 조금 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M은 절대 水가 될 수 없었다. 영락없는 木이었다.(「여기서 울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