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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컴퓨터/모바일 > 인공지능
· ISBN : 9791143003836
· 쪽수 : 129쪽
· 출판일 : 2025-06-25
책 소개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이 시 창작에 미칠 영향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필자는 당시 “알파고와 시인이 시를 겨룬다면”이라는 칼럼에서 인공지능 시 창작의 가능성과 한계를 예측했고, 인간의 시심(詩心), 언어 감각, 우발성과 자발성 등은 인공지능이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보았다.
이후 젊은 시인 김승일은 ‘기계-되기’라는 시적 실험을 통해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탐색했다. 그는 머신픽션(MF)이라는 장르를 창안하며,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홀’이라 명명하고, 인간이 기계처럼, 기계가 인간처럼 시를 쓰는 경계를 실험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스스로의 창작 주체를 자각하는 가능성을 드러낸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인공지능 시 창작 프로젝트가 시도되었다. 포스텍의 아트랩,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의 KoGPT 등은 한국어에 특화된 대형 언어모델을 개발해 시 창작 도구로 활용했다. 이들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인 ‘시아’와 ‘산’이 각각 시집을 출간하면서 인공지능이 하나의 시적 주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AI의 시는 학습된 패턴을 기반으로 생성되지만, 문장 간의 연결, 보간(interpolation), 의미의 유동성 등으로 인해 ‘흐릿함(blurriness)’이라는 독자적 미학을 형성한다. AI는 인간처럼 명확한 주체나 의도 없이 언어를 구성하지만, 그 ‘흐릿한’ 창작 방식은 오히려 시의 다의성과 창의성을 확장시킨다.
이 책은 AI 생성시학을 통해 시 쓰기 주체의 재구성, 인간-기계 협업, 감정적 공감 가능성 등을 고찰하며, 인공지능이 시를 단순히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창작 주체가 될 수 있을지를 탐색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과 함께 시를 쓰는 ‘동료’로 진화하고 있다.
목차
인공지능, 시를 쓰다
01 AI 생성시학과 한국 현대시
02 흐릿함과 애매성의 시학
03 시적 주체와 ‘되기’의 화자
04 패턴 1: 은유와 환유
05 패턴 2: 반복과 리듬
06 패턴 3: 아이러니·혼종성·아포리즘
07 패턴 4: 수학적·과학적 사유
08 프롬프트의 창의적 역능
09 인간??인공지능의 앙상블
10 AI 생성시학의 미래
저자소개
책속에서
AI 생성시학(生成詩學, generative poetics)은 일차적으로 무한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변형생성문법의 문장 생성 과정과, 인공지능 언어모델의 자연어 처리라는 ‘번역’으로서의 생성 과정을 함의한다. 실제로 생성시학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인공지능, 즉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진 시와 관련하여 문학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를 이르는 말”이라고 네이버 지식백과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
-01_“AI 생성시학과 한국 현대시” 중에서
AI 생성시학은 ‘흐릿함의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한다. 테드 창이 챗GPT의 특성 중 하나로 지적한 손실 압축으로 인한 ‘흐릿함’과,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애매성’이 그 바탕을 이룬다.
-02_“흐릿함과 애매성의 시학” 중에서
아포리즘(aphorism)이란 지혜, 통찰, 혹은 철학적 메시지를 한 줄 혹은 짧은 문장에 담아내는 간결한 표현을 일컫는다. 흔히 격언, 명언, 잠언, 경구, 속담 등으로 불리는데, 압정을 꽂듯 현실을 관통하는 통찰을 간결한 표현에 담고 있어서 기억하기 쉽고 시적 사유나 정서를 촉발하는 데 용이하다. 포스트모더니즘 시학에서 아포리즘은 우리 시대의 아포리아(aporia, 통로가 없는 것, 길이 막힌 것)에 시의 존재 가치를 지탱해 주는 유포리아(euphoria, 다행감)의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 시학에서도 마찬가지다.
-06_“패턴 3: 아이러니·혼종성·아포리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