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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2120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4-07-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7
1화. 사약 같은 아메리카노 - 9
2화. 달콤한 캐러멜 아이스 블렌디드 - 28
3화. 소박한 집밥 - 50
4화. 따뜻한 국수 한 그릇 - 67
5화. 새로운 음식에 도전! - 84
6화. 예쁘고 맛좋은 밀푀유나베 - 101
7화. 여름의 껍데기집 - 122
8화. 내 구두 만들기 - 135
9화. 수박손질법 - 153
10화. 노란 은행영양밥 - 167
11화. 주말 마트의 시식대 - 186
12화. 상큼한 모히또의 끝맛 - 202
13화. 사랑을 나누다 - 223
14화. 상처받은 마음의 비명 - 241
15화. 따끈한 죽 한 사발 - 261
16화. 어머니의 손맛 - 278
17화. 비장의 비프스트로가노프 - 295
18화. 낯선 미역국 - 310
19화. 엄마가 보고 싶을 땐, 갱죽 - 327
20화. 10년 만의 생일상 - 343
외전-간판 없는 밥집 - 358
저자소개
책속에서
7년의 시간. 첫사랑은 그냥 풋사랑으로 지나갔고 진정한 의미의 첫사랑은 민준이 아니었을까. 7년간 그녀는 몸도 마음도 그에게 익숙해져 갔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것들은 많았지만, 성인이 된 이후 처음 하는 것들은 거의 모두 그와 함께였다. 첫 남자친구와의 여행, 첫 배낭여행, 첫 오페라 관람에서부터 첫 경험까지. 한때는 서로를 탐하느라 밤을 지새울 지경이었다. 아무리 끌어안아도 부족할 만큼 사랑했다.
한 잔. 처음 만난 스물세 살 때의 청춘.
두 잔. 신입사원이 되었던 스물네 살 때의 사랑.
세 잔. 아버지의 회사에 들어간 그가 첫 월급으로 해줬던 커플링.
네 잔. 유럽으로의 첫 배낭여행.
다섯 잔. 그의 마지막 20대.
여섯 잔. 둘이서만 알고 있는 비밀들.
일곱 잔. 본가와의 지긋지긋한 싸움의 시작.
아무리 삼켜도 잔을 하나씩 비워도 7년의 세월은 너무 길다. 삼키고 소화시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벅차다. 이게 가능이나 한 일일까? 이별을 한다고 추억이나 사랑이 무를 썰듯 싹둑 잘려나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잔 다르크만큼이나 멋진 공을 세웠다. 목소리는 조금 떨렸지만 눈물도 보이지 않았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지도 않았고, 긴장을 늦춰 흉한 꼴을 보이지도 않았다. 오늘 현주는 참 멋있는 여자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작은 국숫집이 있다. 아줌마의 솜씨는 정말 끝내줬다. 언제나 집밥이 고팠던 그와 아버지는 국숫집이 있어 위안을 얻곤 했다. 때때로 아버지는 국숫집만 아니어도 이사 가고 싶다면서 농담을 하곤 했다. 늘 푸근한 미소를 짓고 그가 지나가면 밥은 먹었냐며 알은척을 해오시곤 했다.
그런데 아줌마가 오늘 조금 이상하게 초조해 보이신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낯선 마음에 얼른 가게에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창현 학생. 어서 와. 밥은 먹었어?”
“네. 친구들이랑요. 왜 그러시는데요?”
“402호 사는 아가씨 있잖아. 왜, 머리가 길고 얼굴 하얀 예쁜 아가씨.”
누구? 아, 아랫집 여자. 아랫집 여자는 진짜 특이한 여자였다. 늘 칼 같은 정장을 입고 표정도 싸한 편이고 뭐 인사는 예의바르게 잘했지만 왠지 거리를 두는 느낌이었다. 그래놓고서는 집에 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노래를 부르는데, 굉장한 음치였다. 가끔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고 뒹굴면 아버지가 그러면 못 쓰는 거라며 타박하곤 했다.
“아, 네. 저희 아랫집요?”
“응, 저 아가씨가 너무 취해서 지금 가게에 쓰러져 있어. 이를 어쩌지? 학생이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젠장. 아줌마의 간절한 표정에 넘어가는 게 아니었다. 작은 키라 예상도 못했는데 만취해 흐느적거리는 아랫집 여자는 진짜 너무 무거워서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게다가 무슨 놈의 구두는 저렇게 높은걸 신었는지 저러다간 발목이 부러질 것 같다.
겨우겨우 조심스레 업었더니 술 냄새가 아주 역하게 코를 찔러온다.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지? 혼자 국숫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웃긴데, 차라리 집에서나 마실 일이지 이렇게 만취하도록 마시는 건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누나! 정신 좀 차려 봐요! 집 비번이 뭐예요?”
“누나!”
뺨까지 찰싹찰싹 쳐보아도 아랫집 여자는 미동도 없다. 그저 귀찮은 듯 미간을 찡그릴 뿐이다. 와, 진짜 세상에 이런 여자는 처음이다. 이 무서운 세상에 겁나는 것도 없나.
하는 수 없이 다시 등에 추슬러 업었다. 이제 진짜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최소 주말은 바깥 외출이 어려울 지경이다. 화딱지가 나서 확 던져버리고 싶지만 이웃사촌에, 세입자를 이렇게 방치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무슨 일이 생겨서 이사 간다고 하면 집값도 떨어질 터였다.
“아버지! 문 좀 열어줘요!”
발로 문을 세게 차자 아버지가 달려와서 문을 열어주곤 깜짝 놀라셨다. 하긴 이 여자가 금녀의 구역에 발을 들이다니. 여자란 생물이 이 집에 들어온 것은 지난 10년간 없었던 일이다. 아, 가스검침 아줌마는 가끔 오셨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국숫집에서 떡 돼 있는데 아줌마가 걱정하셔서 업…….”
“우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