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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2540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4-10-13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주호는 M마트 앞에 도착하여 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어디니?]
“마트 앞이요. 들어가 계세요?”
[아니. 우리 이제 막 목욕 끝내고 마트 가는 길이야.]
“이제요?”
[응. 아! 차 보인다!]
지연의 말에 주호는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저 멀리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지연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녀와 다정하게 팔짱을 낀 채 살짝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발그레한 볼을 하고 있는 윤서도 눈에 들어왔다.
“염색 잘됐네. 이렇게 보니 아주 말끔하다, 우리 아들.”
“어머니, 남들이 팔불출이라고 욕해요.”
“어머? 객관적으로 우리 아들이 얼마나 잘생기고 멀끔한데? 그렇지, 윤서야?”
“네? 아, 네.”
지연의 물음에 윤서가 살풋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무안해진 주호가 그러지 말라며 지연을 말리자 지연과 윤서가 마주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자, 들어가자. 윤서 감기 걸리겠다. 오늘 저녁엔 뭘 해먹을까?”
메뉴를 고민하는 지연을 가운데에 두고 윤서와 주호가 양옆에 나란히 섰다.
장 볼 목록을 적은 메모지를 보며 지연이 카트에 물건들을 담았고 주호는 그녀 뒤에서 카트를 밀었다. 윤서는 이따금 물건들이 뭉개지거나 상하지 않게 카트 안을 정리했다.
불고기 시식 코너를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시식행사 중임을 신나게 홍보하고 있던 직원이 지연에게 알은체를 해왔다.
“어머! 나오셨어요?”
“네. 고생 많으세요.”
“고생은요 뭐. 그런데 누구예요? 아, 혹시 그 아드님?”
“네. 맞아요.”
“아이고, 키도 크고 훤칠하시네. 옆에는 그럼, 며느님?”
지연이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우리 아들이랑 며느리.”
“아휴! 보기 좋으시다. 같이 시장도 보러 나오시고.”
지연이 다시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그러고는 아까보다 더 크게 대답했다.
“그렇죠? 저도 그렇게 뿌듯하고 든든할 수가 없어요.”
“그러시겠어요. 그런데 며느님이 너무 미인이시다, 늘씬하고. 좋으시겠어요, 이런 예쁜 며느리 두셔서.”
“좋죠. 좋다마다요.”
직원에게 일일이 해명하는 것도 귀찮은지라 대충 넘기려는 생각인가 싶어 윤서는 그저 직원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다 문득 주호를 보니 그의 얼굴에선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오해받아서 화났나. 자신과 부부라는 오해가 유쾌하진 않더라도 기분 나쁠 것도 없지 않나.
괜스레 윤서도 기분이 나빠지려 했다.
“너희 둘 부부로 보이나 보다. 후후.”
지연이 단순히 재미가 있다는 건지, 기분이 좋다는 건지 뜻 모를 웃음을 보였다. 윤서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기분 나쁜 거 아니지?”
표정 없는 주호의 눈치를 살피며 지연이 물었다. 그러자 주호는 무심히 말하고는 카트를 밀며 앞서갔다.
“오해할 수도 있죠 뭐.”
앞서가는 주호를 보며 지연이 또다시 웃음을 보였다.
지연이 생선 코너에서 한참 동안 직원과 어느 생선이 물이 좋은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등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지켜보던 윤서가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어딘가로 향했다. 주호도 덩달아 그녀를 따라갔다.
윤서가 도착한 곳은 약국의 건강보조식품 코너였다.
“약 사게?”
주호가 따라온 걸 몰랐던 윤서가 흠칫 놀랐지만 이내 이것저것 둘러보며 말했다.
“아까 목욕하실 때 요새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손발이 저리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머니 거 사려고?”
“네. 이번엔 제가 사드리지만 앞으론 오빠가 챙겨주셔야 해요. 음… 이게 좋겠다. 이거 두 달치니까 두 달 후에는 오빠가 사드려야 해요, 알았죠?”
“아냐, 내가 살게. 내가 아들인데 당연히 사드려야지.”
“3주 동안 저 먹여주고 재워주시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제가 살게요. 얼른 계산하고 올게요.”
뿌듯해하며 카운터로 향하는 윤서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녀의 마음 씀씀이가 그랬고 미소 짓는 모습이 그랬다.
약을 사고 지연에게 가려는데 두 아이가 장난을 치며 뛰어놀다 한 아이가 윤서가 있는 걸 모르고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그 바람에 놀란 윤서가 아이를 다치지 않게 하려고 몸을 피했는데 중심을 잃고 몸을 휘청였다.
“어! 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주호가 재빨리 윤서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그녀를 잡아주었다. 덕분에 윤서는 제 옆구리 쪽에 있던 세일 상품 판매대에 부딪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주호의 품에 안긴 꼴이 되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부작용을 낳았지만 말이다.
“괜찮아?”
잡고 있는 허리가 꽤 가늘다는 생각이 짧게 스쳤지만 윤서의 머리에서 나는 좋은 향기가 온 감각을 붙들어 사고를 멈추게 했다.
두근두근.
아, 여자 한번 만나보지 못한 찌질이마냥 가슴이 왜 이렇게 뛰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