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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2694
· 쪽수 : 536쪽
· 출판일 : 2014-11-28
책 소개
목차
1. 그 경계
2. 그 흔적
3. 그 유혹
4. 그 남자
5. 그 여자
6. 그 소문
7. 그 사실
8. 그 발각
9. 그 결말
에필로그
마지막 에필로그
end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안은 건 진홍이 아니었습니다.”
“나도, 지금은 진홍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바라는 건 도진 씨 당신이에요.”
영인은 될 수 있는 한 덤덤히 대꾸했다. 그가 말하는 저의는 그에게 안길 때마다 자신이 도진보다는 ‘그 안에’ 범영을 봤기 때문에 그가 느끼는 불편함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영인은 그때 진홍의 귀신에라도 씐 것처럼 그 역할에 너무 몰입해 있었다. 당연히 범영을 사랑하는 진홍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였다. 솔직히 그 감정이 아니었다면 그와 몸을 섞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그에게도 말하지 않았는가? 너무 위험한 감각이라, 자신은 다신 베드신을 찍지 않겠노라고.
“제 말은, 영인 씨.”
“네.”
“진작부터 제가, 당신에게 관심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예에?”
그가 자신을 유혹했을 때보다 더 놀랐다. 더 믿을 수 없었다. 영인은 얼빠진 얼굴로 그를 바라봐야 했다. 자신이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긴 한 걸까? 내게 관심이 있었다고? 어째서? 뭣 때문에? 언제부터? 그러고 보니 그는 자신이 안은 건 진홍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영인을 보고 영인에게 욕망해 영인을 안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연기에 빠져 그런 게 아니라고.
“꽤 이전부터, 지대하게.”
그의 목소리와 눈빛이 자신이 말하는 바를 확고하게 거들었다. 그는 작은 목소리도 존재감을 실을 수 있는 남자였고, 영인은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았지만.
“그 말씀은 저를, 특별하게 여기기라도 한다는…….”
“맞습니다. 그런 여성과 그렇게 맨살을 맞대고, 몸을 엉켰는데 멀쩡하다면 제가 사람이겠습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또렷이 바라보던 남자가 여유를 주듯 피식 웃어보였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자만했을지도 모릅니다. 베드신이 처음도 아니었고, 당신이어도 연기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살갗을 겹치고 보니… 안 되더군요. 그동안 어떤 상황에서도 연기하지 못한 적은 없었는데. 마음에 둔 여성의 체향과 체온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흥분되고, 열기가 주체되지 않아…….”
“잠깐만요. 이건 너무 갑작스럽…….”
“겪어 봤으니 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냥 남자라는 거.”
그냥 남자라면 이런 얼굴 못한다. 조금 웃는 것만으로 사람을 숨 막히게 하고 심장이 떨려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건. 베드신을 찍으며 그의 몸이 자신에게 반응했을 때 생각하긴 했었다. 그도 어쩔 수 없는 남자라는 것. 하지만 그게 이런 뜻인 줄은 몰랐다.
“아.”
딱히 강하게 붙잡힌 것도 아닌데 영인은 그를 뿌리칠 수 없었다. 애초에 그럴 의지도 없었다. 그에게 끌려가 입술을 마주 섞었다. 혀가 닿자마자 번뜩 깨달았다. 이 남자가 자신을 욕망하고 있다는 것. 적어도 자신보다 훨씬. 그가 영인의 허리를 힘주어 끌어안으며 입술 위로 속삭였다. 심장이 간질거리다 못해 저릿했다.
“이렇게, 안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