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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2922
· 쪽수 : 624쪽
· 출판일 : 2014-12-3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프롤로그 2
1화. 기묘한 밤
2화. 베르탄 호수
3화. 그리고 만남
4화. 아카데미 무투회
5화. 사로잡히다
6화. 오아시스의 밤은 사늘했다
7화. 짐승들의 마을
8화. 의문의 소용돌이
9화. 발각
10화. 가족
11화. 이미 내 사랑이다
12화. 좋은 일 뒤에는 반드시 나쁜 일이
13화. 추적
14화. 찢어지는 결계
15화. 종결, 그 후
16화. 붉은 달의 밤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너를 원한다면.”
정체 모를, 의심스러운 여자를 몸이 원했다.
“거부할 텐가?”
아마 처음일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상대를 원한 것은.
“저는…… 흐윽!”
열띤 눈동자에 미미한 거부가 서렸다. 리언은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머리를 내렸다. 손끝으로 희롱한 정점을 삼키며 세차게 빨자, 그녀가 허리를 비틀며 몸을 부딪쳐왔다. 혀를 세워 찌르고, 부드럽게 휘감아 당길 때마다 여자의 작은 입에서 젖은 신음이 연이어 흘렀다.
리언은 입을 떼고 자신의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가슴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만족스러웠다. 반항하지 못하는 그녀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욕망 어린 몽롱한 눈동자가 마음에 들었다.
“이래서는…….”
한 자락, 이성이 남은 그녀가 머리를 내저었다. 리언은 흔들리는 그녀의 턱을 잡아 입술을 눌렀다. 가슴을 지분거리던 손이 평평한 아랫배를 쓸고 튀어나온 골반을 지나 아래로, 아래로 향했다.
“자, 잠시만이요! 아, 안…… 아앗!”
낯선 쾌락에 휩쓸리던 이성이 반짝 돌아왔다. 힘없이 풀어진 허벅지 사이로 남자의 뜨거운 손이 미끄러졌다. 제이는 혼몽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다시 바르작거렸다.
다시 입술을 겹치려던 리언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달뜬 호흡과 달아오른 육체는 자신을 원하는 게 분명한데, 그녀가 쉬이 포기하지 않는 탓이었다. 그는 못마땅한 그녀의 입술을 물며 그녀의 다리 사이에 단단한 제 다리를 끼워 눌렀다.
“아, 안 돼요!”
잠긴 목소리가 끝까지 거부했다. 필사적으로 오므리느라 그녀의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리언은 그제야 그녀의 두려움을 읽었다.
“제발요…….”
간절한 애원에 고민되기 시작했다. 이대로 욕망을 풀 것이냐, 놓아줄 것이냐. 물론 후자는 잠깐의 보류일 것이다.
리언은 다리 안쪽의 매끄러운 살을 손안에 가득 잡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기다란 손끝에 여성의 입구가 슬쩍 스쳤다.
“아…….”
제이는 눈을 질끈 감고 의식을 집중하려 노력했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그러려면……. 뜨거운 손바닥이 허벅지를 누르며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더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만……, 이제 그만 멈춰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밖으로 퍼진 순간, 그녀의 체취가 짙어졌다. 리언의 눈썹이 꿈틀 올라갔다. 여자의 다리를 더듬던 손이 멈추고, 여자의 손목을 붙든 손에서도 힘이 빠졌다.
-눈을 감고 자는 거예요. 이건 꿈이니까요.
눈꺼풀에서도 힘이 빠졌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리언은 이마를 짚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눈앞이 자꾸만 흐릿해졌다. 그녀가 낮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한잠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리언은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압박하는 이질적인 힘을 버텼다.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분명 여자의 짓이었다.
“으아악!”
알 수 없는 힘에 지배당하는 기분이 더러웠다. 리언은 큰 소리로 고함을 내지르며 자신을 얽어매는 힘에 대항했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의식은 자꾸만 무거워졌다.
진즉, 해치울 것을…… 그랬나.
예상치 못한 불의의 힘을 방비하지 못한 자책감에 분통이 터졌다.
-잘 자요, 아름다운 분.
그녀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거세게 압박하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눈꺼풀이 스르륵 내려앉았다.
정중앙에 높이 뜬 태양이 작은 창으로 밝은 햇살을 사정없이 내리쏟았다. 지독한 수마라도 견디지 못할 빛이었다. 불편한 자세로 쓰러져 있던 리언은 눈부심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한쪽 머리가 심하게 지끈거렸다.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일어난 그는 등받이 의자에 상체를 비스듬히 기댔다.
지독한 꿈을 꾸었다.
꿈?
“윽!”
머리가 또다시 지끈거렸다. 정말 꿈이었을까? 리언은 손바닥을 활짝 펴보았다.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감기던 피부와 달콤한 체향, 손안에 가득 차던 탐스러운 가슴.
그것이 꿈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리언은 눈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가 피식, 입언저리를 길게 늘였다.
꿈이 아니었다. 그 증거가 눈앞에 있었다.
리언은 느릿하게 다가가 그것을 주워들었다. 찢어진 군청색 드레스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여자의 것이다.
“맹랑하군.”
기가 찬 그는 중얼거리며 실소를 머금었다. 그녀가 벌인 일이 발칙하기는 했지만, 노기는 치밀지 않았다. 까슬까슬한 턱을 만지며 리언은 여자의 기억을 정리했다. 문득, 이 어이없는 상황이 허탈하면서도 즐겁게 느껴졌다.
즐겁다.
얼마 만에 느끼는 감정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오래전에 잃어버린 감정이었다. 우연히 그의 손에 떨어진 새를 놓아준, 방심이 부른 안일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꿈이 아니었다면 그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를 압박하던 알 수 없는 이질의 기운은 무엇이었을까.
‘잘 자요, 아름다운 분.’
환청처럼 들리던 그녀의 마지막 말이 그의 귓가를 떠나지 못하고 맴돌았다.
여자에게 흥미가 생겼다. 우미한 외모와 부드럽게 감기던 육체뿐 아니라, 강제로 그를 잠들게 한 묘한 이능의 힘까지.
“만약…… 만약에 너를 다시 만난다면…… 그때의 너는 내 것이 될 것이다.”
강한 예감이 들었다. 불현듯 찾아온 느낌을 음미하듯 달게 웃으며 그는 확신했다.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