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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4131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5-07-22
책 소개
목차
prologue 7
1. 제 아마로네 경이 되어 주세요! 10
2.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단 말이야 67
3. 조심하라고 했잖아? 138
4. 누구도 당신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204
5. 안아 봐도 돼요? 258
6. 질문이 틀렸습니다, 리비양 33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 교수 몇 사람이 새로 왔지요. 그들을 찾아가보는 것은 어떻겠어요?”
“새 교수님들이요? 왜요?”
“학교 측에서 직접 선발하는 장학생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지요. 아마 그것이 맞지 않아서 후원자를 찾는 것이겠지요? 모젤-로블랑 교수진들은 가르치는 학생 중에 될성부른 학생들을 후원하고 있거든요. 내 경우에는 재능 있는 학생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그러는 편이에요. 세 사람뿐이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재능과 역량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니 적합한 후원자가 될 수도 있을 거고요. 게다가 별다른 마음 없이 순수하게 후원을 해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기도 하지요. 또, 대부분 임시 후원에 그치곤 하니까요.”
리비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눈을 빛냈다.
“아무나 받아주시나요?”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는 사람이라면요. 그건 제 기준이지요. 교수님들을 찾아가 일일이 물어보는 것은 시간 낭비일 거예요. 쉴로스 폴라스 교수에게 찾아가 현재 후원하는 학생이 없는 교수를 묻는 것도 좋은 방법일 테고……. 아, 근처 연구실에 젊은 검술학부 교수가 한 사람 있어요. 학과에 구애되어 후원하는 것은 아닐 테니 그를 찾아가보는 것은 어떤가요? 학생들과 교류가 많은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검술학부 교수님이요? 학부는 상관이 없는 건가요?”
“재능 여부와 관계가 있지 않겠어요? 학부는 크게 중요치 않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 학부 교수들에게 찾아가는 건 추천하기 어렵네요. 당신의 이름은 아무리 청렴한 사람이라도 욕심이 나게 하기 충분하거든요. 그 힘에……. 나도 마찬가지고요.”
“교수님…….”
“어서 가 봐요. 내 마음이 바뀌어서 틸라피아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기 전에!”
“아, 네. 가볼게요. 감사합니다!
리비는 힘차게 인사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급하게 의자를 밀어내느라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을 뻔하기까지 했다. 얼마 없는 교수의 후원이라니! 그녀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후다닥 밖으로 달려 나갔다.
문을 닫고 나가려던 리비는 도로 안으로 되돌아왔다. 마를레네 교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베르토 경을 찾도록 해요.”
연구실 앞에는 교수들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걸려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인사를 드리고 마를레네 교수의 연구실을 나온 리비는 방향을 찾지 못해 헤맸다. 어느 쪽이 검술학부 교수들이 사용하는 복도이고, 어느 층에 어떤 교수가 있는지 하나도 알지 못했다. 처음부터 교수들이 학생을 후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그래서 교수들에 관해선 까막눈이었던 것이다.
안내문이 붙어 있지도 않았다. 모젤-로블랑은 폐쇄적인 편이고, 찾아오는 안내자에게 보이기 위한 안내판이나 친절하고 상냥한 안내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리비는 당황했다. 다시 돌아가서 마를레네 교수에게 물어볼까 고민까지 했다. 중앙 계단이 있는 복도 쪽으로 돌아왔을 때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어!”
상대도 리비를 발견하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낯선 사람이었지만 만났던 장소가 워낙 특정적이라 상대를 빠르게 잊는 것이 힘들었던 대상. 리비는 여전히 단정하고 정갈한 그의 차림새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여기 교수님들 쓰는 곳인데요. 학사에 관한 안내는 이 옆 빨간 벽돌 건물에서 받으실 수 있어요. 혹시 어디 연구실에 가시는 길이신가요?”
“예. 연구실에 가는 길입니다.”
남자는 간결하게 답하며 마저 계단을 올라왔다. 오르는 동안도 작다고 여겨지지 않았던 키는 리비와 같은 층에 올라서자 머리 하나만큼은 더 커 보였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다가 남자의 허리춤에서 검을 발견했다. 당연히 장식용 검일 것이다. 진검을 가지고 학내를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은 제국의 기사이거나 무기 소지를 허가받은 특정인뿐이기 때문이었다. 모젤-로블랑은 왕실과 같은 권위를 가진 공간이므로, 그와 같은 통과 절차를 밟고 있었다. 약간 완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장식용 검이나마 보인 칼자루는 그녀의 머리를 번뜩이게 했다. 리비는 한층 더 올라가려는 남자를 붙잡을 뻔했다. 그녀가 뒤로 다가서자 남자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입니까?”
“아, 저. 기사님이신 것 같아서요. 혹시 검술학부 교수님 연구실에 가시나요?”
“그렇습니다.”
“괜찮으시면 따라가도 될까요? 저도 교수님께 볼일이 있는데 어느 쪽이 검술학부 연구실 쪽인지 몰라서요.”
“그렇게 하십시오.”
남자의 말과 어투는 정중했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리비는 그가 인상을 쓰거나 사나운 표정을 짓지 않는데도 섣부르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세 걸음쯤 뒤에서 그를 따라갔다. 두 층을 더 올라간 그는 4층에서 좌측으로 향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중앙 계단을 중심으로 꺾쇠 모양의 건물 층마다 사용하는 대상이 다르고, 가장 좌측부터 연식이 낮은 교수가 연구실을 사용한다.
리비는 그를 따라 걸으며 연구실 문패를 두리번거렸다. 남자가 생각보다 느리게 걸음을 걸어주어, 나중에는 그녀가 그를 앞지르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맨 끝 복도에서 베르토 솔데라라는 이름을 발견한 리비는 반가워하며 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외출 중이라는 표식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는 길게 심호흡하고 다시 한 번 노크했다.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뭐 하십니까?”
“베르토 교수님을 뵈러 왔거든요. 근데……. 안 계시나?”
남자는 리비를 데려다 주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모양이었다. 리비는 그의 친절에 속으로 감사해하며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다. 조금 빠르고 강하게. 혹시 잠시 낮잠을 자거나 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때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손을 뻗었다. 왼쪽 끝 복도 창에서 들어오던 햇빛이 그의 팔 때문에 가려졌다. 리비는 깜짝 놀라며 반대편으로 몸을 틀었다. 그는 문패에 보이는 재실 표시를 면담 중으로 밀어놓으며 가볍게 웃었다.
“저를 찾으러 오신 것인 줄 몰랐군요.”
“베르토……. 교수님?”
“예. 베르토 솔데라입니다. 차 한잔하시겠습니까?”
베르토는 문을 열었다. 화사한 금발에 하늘처럼 푸른 눈동자 탓에 리비는 잠시 향수에 빠졌다. 저런 새파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봐주던 한 사람이 기억난 것이다. 베르토는 문 옆에 놓인 낮은 수납장에서 찻잎을 골랐다.
단정한 복장처럼 흐트러짐 하나 없는 연구실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가 물을 끓이려고 연구실 한쪽에 비치된 작은 화로를 꺼내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건 일종의 기회였다. 리비는 자기 능력을 보일 상황을 찾기 힘들어하는 불 속성 마법사 중 하나였으니까. 내 마법을 보랍시고 방화를 해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베르토의 손이 성냥을 긋기도 전에 화로 아래에 있는 고체연료에 불이 붙었다. 그가 움찔하며 물러났다. 리비는 기세 좋게 외쳤다.
“제 아마로네 경이 되어 주세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