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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7279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6-11-10
책 소개
목차
1∼15
저자소개
책속에서
주문한 칵테일이 나왔다. 기분 탓인지 뭔가 달콤해서 한 잔. 마시고 보니 갈증이 나서 또 한 잔. 그러다 보니 마침내 긴장이 풀려 헤벌쭉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았다.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 로또를 긁을 때보다 더 들떴다. 비록 꽝일지도 모르지만 긁는 그 순간만큼은 아주 짜릿했으니 말이다. 술 때문인지 경직되었던 분위기도 많이 풀렸다.
“왜 혼자? 택시를 태워 주지도 않고.”
심지어 이렇게 물으며 그가 웃는 것 같기도 했다.
“아, 그분 차를 가지고 왔었어요.”
이진은 배시시 웃으며 칵테일을 한 모금 더 마시며 대꾸했다.
“그런데도 혼자 가라고 했다고요? 매너가 아닌데.”
“매너가 없는 건 저예요. 머리가 아파서 꽉 막힌 주차장, 차 안에 그 사람이랑 있으려니까 가슴이 꽉 막히더라고요.”
이진은 필요 이상으로 솔직해졌다. 아무래도 취기 때문이리라.
“참, 머리 괜찮아요?”
“괜찮아요.”
“다행이네요.”
“그 남자와 선봤었어요. 원래 제 스타일은 아닌데, 세 번은 만나 봐야겠다고 하기에. 그 남자가요.”
“…….”
“공연 표가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
“아니, 뭐, 그렇다고요.”
‘내가 왜 되도 않은 어설픈 변명을 하고 있지?’
분위기가 좀 좋아지는 것 같아 또 너무 나갔나 보다. 내가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에 이진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 잔 더 주문했다. 야금야금 마신 뒤 또 말이 헛나갈까 봐 이진은 한 잔 더 주문해서 마셨다.
“취한 것 같은데.”
마지막 주문을 하려 팔을 들었을 때, 태영이 그녀의 팔을 잡아 저지했다.
“저 안 취했어요.”
“술 마신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물론 나도 그렇고.”
술기운 때문인지 흣, 그가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용기를 낼 때. 우리 두 사람이 어떤 인연이었는지 알려 줄 때.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백할 때. 어쨌거나 지금인 것 같았다.
“선배님.”
“…….”
“저 기억 안 나시죠?”
“…….”
“정말 안 나요? 이래도? 이래도요?”
이진은 그에게 자신의 얼굴을 잘 보란 듯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였다.
“솔직히, 그래요. 나지…….”
역시나. 그렇다면.
“이래도요?”
이진은 그의 두 볼을 잡아 입술을 눌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