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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8832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17-08-21
책 소개
목차
번외. 신화 편(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아나는 학술제에서 꽃비를 맞으며 박수갈채를 받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왜 사랑받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삶에만 집중하며 살아가는 그녀를 인정하고 박수를 쳐 주는지.
하지만 이제는 이해했다.
사랑을 바란다고 사랑받지 못하는 게 아니다.
사랑을 바라지 않는다고 사랑받는 게 아니다.
사랑을 바라든 바라지 않든 사랑을 주고 말고는 온전히 상대방의 마음에 달려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번 생에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아나가 인생의 주체에 자신을 두고 세상을 마주봤기 때문이다.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열심히 갈고닦는 걸 우선시하여 누구보다 빛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만 챙기는 게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살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받기만 원하는 절박함이 아닌, 나눠 줄 줄 아는 여유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회귀 전의 이아나는 여유가 없었다. 어려서는 주는 법을 모르고 상대에게 무작정 받기만을 바랐다. 커서는 아예 주지도 않았고 받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회귀 후에는 여유가 생겼다. 받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가 상대가 뭔가를 준다면 그녀도 조심스레 주기 시작했다. 그 차이다.
‘주는 법은 아르하드에게 배웠어.’
회귀 전의 아르하드는 언제나 주기만 했다.
주고, 주고, 또 주고.
이아나는 그가 주는 걸 한 번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을 겪으면서 결국엔 그를 받아들이고 싶어졌고, 뭔가를 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당신의 기사가 되리.
그 마음이 변화의 시초였다.
이아나를 죽였을 때도, 아르하드는 의도치 않게 그녀에게 새 삶을 주었다. 회귀 후에도 주고, 주고, 주고…….
아르하드는 그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었다. 그래서 현재, 이아나는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그녀에게 스스로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그래서 이아나는 자신이 뭘 하든 가치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녀를 줄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이아나는 이제, 먼저 줄 줄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
이아나의 얼굴이 살짝 발그스레해졌다. 제라드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 놓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혼자 얼굴을 붉히고 있는 이아나를 보며 허허 웃었다.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표정이 정말 많이 좋아졌구나. 어렸을 적에는 가시가 삐죽삐죽 솟아 있었는데.”
퍼뜩 정신을 차린 이아나가 제라드의 흐뭇한 표정을 발견하고 얼굴을 확 붉혔다.
“학술원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모양이구나. 그중에서도 아까 그 청년이 네게 많은 걸 준 게야. 그렇지?”
“……네.”
어쩐지 민망해진 이아나가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제라드도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들이 종소리처럼 지저귀며 날아가는 하늘은 태풍이 몰아닥치기 직전의 고요처럼 평화로웠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이 느껴지는구나.”
이아나가 제라드를 흘끗 보았다.
“역사는 풍랑과도 같아 탄생과 죽음, 융성과 쇠퇴…… 온갖 것들이 순환하며 흐르고 있지.”
제라드의 눈동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현자처럼 맑고 깨끗했다.
“세상이 혼잡하고 시끄러우면, 어디선가 혼란을 바로잡을 빛이 나타나 요동친단다. 준동이 있으면 태동도 있는 법이니.”
제라드가 천천히 고개를 바로 했다. 그리고 이아나를 보며 빙긋 웃었다.
“그 빛이 무엇일지, 무척이나 기대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