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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55250167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14-05-10
책 소개
목차
거무튀튀하게
동호 삼촌
할머니와의 첫날밤
밑단 터진 치마를 입은 기분
차고 미끄러운 얼음을 든 것처럼
벤자민인 척
국 솥과 대화하는 할머니
엄마 대신 다이제스티브
사라져 가는 엄마
오래전에 흘렸어야 할 눈물
늙은 새 울음소리
높은 미를 오르다
엄마의 친구
열두 시부터 공짜
바람 든 무
해고당한 사람들
나침반이 달린 가방 고리
뺨 맞고 화장실 청소
화장실과 나누는 대화
복수
여나무 개의 콩
엉터리 점
소풍
하고 많은 이름 중에
할머니 생일
부끄럽지는 않아
저자소개
책속에서
엄마는 가끔이라고 했고 아빠는 자주라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버리는 재활용품 통에는 늘 초록색 소주병이 서너 개씩 들어 있었다. 목이 긴 빈 소주병을 보면 꼭 그만큼 엄마의 마음에도 구멍이 나 있는 것 같았다. 술은 엄마의 구멍을 채워 주는 게 아니라 구멍을 보여 주는 것이다.
핏덩어리처럼 붉은 것, 할머니는 그것이 심장이라고 했다. 거무튀튀하게 구멍이 나 있는 식물의 뿌리 같은 것은 허파라고 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져 있는 아기집도 있다. 할머니는 돼지국밥집 손녀이기 때문에 나도 알아야 한다는 듯이 그것들의 이름을 말했다. 나는 울렁거리는 속을 참으며 나무의 이름을 외우듯 간, 허파, 심장, 아기집을 마음속으로 따라 했다. 그 이름들을 부를 때마다 내 몸의 간, 허파, 심장, 아기집이 움찔거렸다.
거리는 조용했다. 늙은 고양이가 아래위로 나를 훑어보고는 길을 건넜다. 아빠가 눈이 올까 봐 걱정하던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갔다. 날마다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 한 움큼씩 살이 찌고 문제 학생이 되고……. 내일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지 모르겠다. 그 모든 변화를 견디고 있는 내가 낯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