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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5640128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3-12-23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제1장 - 당신을 만나 행복합니다
. 나의 스승, 태백이
. 내 인생 최고의 선물
. 우리 화랑이가 최고다!
. 레디와 헬렌이네 산후조리원
. 너도 내 나이 돼봐라!
. 다.오.찬.강.아.지.자.
. 안내견학교와 함께한 견사 자원봉사 11년을 돌아보며
. 별이야, 별이야, 보고 싶다……
제2장 - 당신을 응원합니다
. 천직
. 안내견은 내 운명
. 운명처럼 만난 안내견과 함께한 20년
. 가장 행복한 개, 안내견
제3장 - 또 다른 세상을 봅니다
. 절망에서 나를 구한 안내견, 장미와 엄지
. 늦둥이 딸, 안내견 포실이
. 사랑해, 포부야! 내게 와줘서……
. 안내견 지미의 하루
. 자존감과 자부심을 되찾아준 안내견, 위대, 향기, 루크
. 안내견 다정이와 떠났던 파란만장 여행기
. 내 사랑, 루시
. 안내견 ‘미래’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시 | 뒤돌아보는 길
부록 - 안내견학교의 처음을 기억합니다
. 20년 전을 회상하며
. 안내견학교의 눈부신 발전
. 내가 아는 하나의 진실
. 안내견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
맺음말
부록 1 안내견의 역사
부록 2 안내견을 대하는 에티켓
부록 3 안내견의 양성 과정
부록 4 장애인 보조견 편의시설 접근법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머니, 저 경호입니다. 어제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햄버거를 먹고 왔습니다. 물론 한올이가 함께해준 덕분이죠. 한올이가 없을 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런 걸 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자유라는 게 이런 거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올이가 종견에서 탈락했을 때도 적잖이 서운했었는데, 나의 이기심이 또 한 번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우리가 아무런 제약 없이 해왔던 일상적인 일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녔단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시작은 지극히 이기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 최고의 선물」 중에서
안내견학교가 자리를 잡으면서 전 직원이 함께 모여 안내견 분양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자리에서 들은 한 시각장애인 파트너의 소감이 감동으로 남아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안내견과 걷기 시작하면서 들리지 않았던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느껴지지 않던 바람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처음에는 그 말이 전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나 직접 안대로 눈을 가리고 훈련을 해보니, 조금은 말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눈을 가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걸으니, 음악 소리가 들려도 그것이 어떤 가수의 무슨 노래인지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히려 보행을 방해하는 소음으로 들렸다. 바람 또한 감각을 흩뜨려놓는 훼방꾼에 불과했다. 눈만 가렸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상과 마주한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내가 관리하는 모든 개들이 전보다 더 특별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는 행복을 선사하는 이 소중한 생명체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안내견은 내 운명」 중에서
예전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갈 수 있었던 곳을 이제는 위대와 자유자재로 갈 수 있었다.
또한 대학 강단에 설 때에도 위대가 이끌어주어서 그동안 잘 몰랐던 자존감과 자부심이 생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더 좋은 강의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인간이기에 때로는 고독하고, 고통스럽고, 마음이 울적할 때에도 위대와 함께 산책을 하면서 마음의 앙금을 덜어낼 수도 있었다. 쓸쓸하게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을 때도 위대는 나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나를 위로해주었다. 이렇게 안내견 위대는 나의 눈이기 전에 나의 친구요, 애인이자 가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맨 처음 나와 인연을 맺은 위대가 갑작스레 장염으로 세상을 떠나게 됐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나는 또 한 번 위대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위대가 입원해 있던 병원이 집 근처에 있어서, 나는 실로 오랜만에 홀로 지팡이를 짚고 위대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가는 길마다 장애물은 왜 그리도 많은지……. 또 그 길은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걸음걸음마다 그간 위대의 헌신이 눈물겹게 고마웠다. 그렇게 힘들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위대는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는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공허하고, 슬프고,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자존감과 자부심을 되찾아준 안내견, 위대, 향기, 루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