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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062301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3-09-10
책 소개
목차
자서
제1부
복어는 볼록거린다
3월 31일
지나가는 소가 웃는다
흰 우유에 대한 믿음
저물어가는 아버지
귀에서 소리가 난다
그림자만 보인다
생生은 언제나
나비는 날아가지 않고
꿈을 팔다
나의 마음도 어제보다 사납다
불수의 적
글자가 다르게 보인다
기대하지 않은 일
청춘은 멈추었고
p의 밥
어느 날
버스 안에서
이름이 흔들렸다
모든 것을 버렸다
해연 씨는 교회로 간다
옷을 입은 작은 개들이
제2부
심청에게 편지를 쓰다
그 어여쁜 여자
함께 아침을 걷다
시간이 되었다
산다는 것
고양이 밥
아파트가 내게 온다
이해하기로 한 일
거짓부렁 내 생존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오고
그냥 피었다
주소가 바뀌었다
강물 앞에 서다
나는 모르겠다
어쩌지도 못하는 것을
내 가방은 늘 무겁다
달래가 좋다
비가 온다고 그랬다
햇빛에 손을 높이 올리고
그렇게 생生을
제3부
바다로 간다
불안한 여자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다정한 그 누가 찾아오면 좋으련만
풍 경
강물을 바라보는 사람
두려움을 피하다
까마귀는 춤을 춘 거다
겨울 저녁이었다
주문을 외웠다
생각에 약을 바른다
고속버스에서 건빵 먹기
냉이 꽃이 피었다
그 집
오늘이 몇 월 며칠인가
길을 잃었다
그네
밥을 위하여
순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천마산 조각 공원에서
풀은 베어져
나무는 마음을 다해
별을 찾아 가다
■해설: 삶을 견지하는 마음 한자락-이병국(시인,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복어는 볼록거린다
내장처럼 은밀하게 숨은
골목집에서 복국을 먹는다.
바다는 탁자를 펴고 뜨끈하게 담겼다.
반짝거리는 숟가락으로
저녁을 퍼 올리면
복어는 국물 속에서 볼록거린다.
뱃속에 새파랗게 가두었던
무기를 풀고
복어는 유순한 고기가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위협하고
고기가 고기를 위협하고
고기가 사람을 위협하는
이 뼈다귀 같은 세상에
반찬 없이 밥을 먹는다.
꿈에서, 복어는 헤엄쳐 다닌다.
내 몸속을 걸어 다닌다.
탱탱하게 부어오른 내 독의 언저리를
꼬리치며 헤엄쳐 다닌다.
저물어가는 아버지
인두에 덴 화상 자국처럼
불현듯 아버지가 생각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으로 빠진 아버지
저물어가는 아버지,
햇빛이 들지 않는 침상의 시간만이
아버지를 지키고 있는데
무기력한 감정들이 걸을 때마다
마른 풀처럼 건조하게 바스락거렸다.
때때로
방향이 없는 길 위에서
이름을 찾지 못한
울음이 터지곤 했다.
그림자만 보인다
법원으로 가는 호송차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대의 얼굴을 기억하지 않도록
창문마다 촘촘히 심어진 창살,
세상은
세상을 참아내는 사람과
감옥을 참아내는 사람으로
분별력 없이 나누어지고
우리가 생각 없이 세상에 스민 것처럼
그대의 죄도 무슨 생각이 있어
그대를 결박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거꾸로 흔들면,
바닥이 주둥이가 되는 물병을 들고
우리는 너무 오래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닐까.
그대의 무릎뼈를 지나는 슬픔을
너무 오래 앉혀버린 것은 아닐까.
법원으로 가는 호송차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그림자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