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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는 로봇 명령어가 아니다

온·오프는 로봇 명령어가 아니다

이도화 (지은이)
작가마을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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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는 로봇 명령어가 아니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온·오프는 로봇 명령어가 아니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062615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4-08-10

책 소개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 이도화 시인이 투병 중 일기처럼 써온 신작시들을 모아 시집 『온·오프는 로봇 명령어가 아니다』를 사이펀현대시인선 24번으로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2023년 ‘사이펀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집중적으로 창작한 시편들이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느티나무 진단서
탁발승 땅콩이
스캔들
팬데믹의 눈
개꼬리로소이다
종점
수탉 노릇
꼬끼용 탈출기

철길 위 철부지들
요지경
상극에서 태극으로
고소공포증
변신 증후군
색, 계
애향
부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2부
공간의 문제
슈펴 블루문
바람과 나뭇잎
자리돔회 한 접시
부전자전
트리하우스
버드나무 다라니
공양주
능소화
가장 콤플렉스
촌부의 하루
밀당 하는 닭
서울 가는 길
빈집
만기제대

3부
짐을 들고
온•오프는 로봇 명령어가 아니다
동결
걸어가자, 바위야
무심코
커밍아웃
따개비가 사는 법
그림자
고요한 밤
수양이 필요한 이유
조개 몇 줌
우중 비행
행복 랜드
고행으로 가는 길

4부
덜컹
벽난로
유구무언
울 아버지 봄바람
가명이세요?
수다쟁이 새
묵은지 사랑
알라트 아센드라이!!!
빅딜
3절의 노래
사돈은 달리기 선수
스친 인연
우리가 되었다
홀로 새는 밤

◆해설:세 번의 선택과 한 채의 허공 - 김정수(시인)

저자소개

이도화 (지은이)    정보 더보기
시인. 경북 달성에서 태어났다. 경북고 재학 중 토론∙봉사 써클에 참여, 문학과 철학을 꿈꾸었지만 학창시절의 꿈을 뒤로하고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 후 연습선 교관과 상선의 이등항해사로 일하며 살아있는 바다를 체험했다. 이후 ‘사람 관리’와 경영학에 대한 실용적∙학문적 관심도가 높아져 미국 메사추세츠대에서 경영학석사, 퍼듀대에서 경영학박사(인사조직전공) 학위를 마치고 포스코경영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있었으며, 후학양성에 뜻을 두어 인제대학교와 동아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16년 전 파킨슨병 증상을 처음 감지하였으나 태극권을 수련하며 현직에 머물다 정년을 3년 앞두고 귀촌에 이어 명예퇴직하였으며 현재는 땀 흘리는 정원 일과 시 쓰기로 최대한 독립적인 삶을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시인은 뒤늦게, 줄곧 놓지 못하고 가슴에 담았던 학창시절의 문학의 꿈을 펼치고자 文靑 시절로 돌아가 2017년 《부산시인》과 《부산시조》 신인상, 2023년 《사이펀》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사이펀의 시인들’ 회원이며 시집으로 『출항』(2017)이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탁발승 땅콩이
‘땅콩이’는 주인들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기구하게 떠돌 뻔했다가
이집 뜰에 정착하여 살게 된 마당 고양이다

일상의 궤도가 다르긴 해도
집주인이 지구라면 땅콩이는 달처럼 주위를 돌며 움직이는데
두 궤도 사이 거리를 말없이 조율하는 쪽은
언제나 땅콩이

다가서면 철칙처럼 물러서는 거리 두기로
땅통이는 안고 안기는 품과는 멀어졌어도
뜻밖의 선물을 얻게 되었다

나비를 ㅤㅉㅗㅈ으며 뛰어놀다 기둥을 긁어대고
동네 고양이들과 어울리다 싸움박질도 더러 한다
땅콩이에게는 집주인이 지어준 집 외에도
스스로 정해둔 잠자리가 있고
명상인 듯 백일몽인 듯 골라 앉아 즐기는 바위와
햇볕과 바람도 따로 있다

무엇보다 자유의 품위를 얻었으니
공양 때 누런 장삼을 걸치고
아침 탁발에 나서는 땅콩이는 흡사 남방의
소승불교 스님

말갛게 올려다보는 땅콩이 축복어린 시선에
집주인은 벅차오르는 가슴을 여미고
찬불가를 부른다

“땅콩 스님, 공양 하입시더”


개 꼬리로소이다
늘어져 있든 서 있든 개 꼬리는 개 대가리 반대편에 붙어 있다

큰형님의 구린 곳을 마지못해 가리거나 닦아주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편이 낫지 않았을까,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변소 지기에 머물렀다면
조선에까지 들어와 씻지 못할 무거운 죄는
짓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히데요시는 주군의 심기가 흡족하도록 달랑달랑
꼬리를 잘 흔들 줄 알았다
주군의 심기는 꼬리 끝에 예쁜 색색 리본으로 매여져 있었고 사람들은 개 꼬리만 쳐다보게 되었다

나름 영악해서 대가리가 꼬리를 흔들려 할 때
꼬리 밑동을 꽉 부여잡고 어쩌나 한 번 버텨보기도 했다

꼬리가 꼼짝하지 않자 휘둥그레 놀란 대가리
눈을 까집고 보더니
둔한 머리를 흔들어보고 몸뚱이를
부르르 떨어보기도 하는데

머리를 흔들면 꼬리가 흔들리는 것처럼,
몸통을 움직여도 그렇게 보이는 때가 있었다
현실이 눌려 착각을 믿어보기로 하였으니
세뇌된 대로였다


온·오프는 로봇 명령어가 아니다
내 걸음은 레보도파 농도에 다라 0 또는 1,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활보하는 것이다
둘 사이에는 깊게 그은 절단면이 있고 그 자리는 면도날이 지나간 것처럼 매끈하다 하여
온·오프라 부를만한데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랏!”

그대는 모래시계, 마지막 모래알갱이 줄을 서고
세 알, 두 알, 한 알, 끊어질 무렵이 오프의 시작,
정해 둔 시간에 약을 먹어라, 떨어졌던
스위치가 올라가고 온의 해가
다시 떠오를 것이다

온의 능선을 걸어갈 때 우리는 감쪽같다
오프의 골짜기에 들어서면 어둠이 내릴 테니
하던 일을 멈추고 안전에 조심하라

온·오프는 자비의 얼굴로 다가와 말의 채찍을 휘두른다
자신의 규격에 가두려 하여
하늘에 환히 달이 떠있는 날 나도 밤길에 따라나가 보았다

빨갈 신호등이 켜진 왕복 6차선 건널목,
차들은 오가는데 어른 손을 놓친 아이가 혼자 길을 가고 있다 길 건너를 바라보며 “할아버지”
뛰어들려고 해 막으려 몇 걸음 달리는데
잠이 깨고 새벽 요의가 아랫배에 팽팽하다

급류를 앞두고 망설일 틈이 없는 세랭게티 강에서는
온·오프는 어둠의 표지,
로봇에게 내리는 명령어가 아니다

악어가 번쩍이는 눈초리로 약한 누를 노리고 있어도
건너는 누는 건너가는 이유가 간절하다
악어 머리와 등을 밟고 지나가느라
마비될 겨를도 없다

* 파킨슨병 약을 복용한 뒤 약 효과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끝나는 시점까지의 시간을 온(on), 약 효과가 사라지고 없는 기간의 시간을 오프(off)라 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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