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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이 돌아오는 시간

도시락이 돌아오는 시간

안창섭 (지은이)
작가마을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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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이 돌아오는 시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도시락이 돌아오는 시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062875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5-08-15

책 소개

소설과 시를 쓰는 안창섭 시인의 시집 『도道시詩락樂이 돌아오는 시간』(작가마을)이 ‘작가마을 시인선’ 72번으로 발간되었다. 안창섭 시인은 경남 진해에서 시, 시조, 소설 등 문학의 다방면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시인이다. 무엇보다 시인은 해군 출신으로 평생을 몸담은 진해를 떠나지 못하고 살고 있으며 100회 이상의 마라톤 완주 기록을 가지고 있는 생활마라토너이기도 하다.

목차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풋사과처럼 덜 익은 시간

상상도 못 하는 죄
멍게
홍옥
몽당연필의 봄바람
꿈결이었어, 깨어날 수 없는 꿈결이었어
달집
물끄럼말끄럼
바람의 전개도
살구꽃 당신
저도
그땐 그랬지
기차는 달리고 싶다
하쿠나마타나
발꿈치를 잘라 먹던 시절

제2부 그리움이 편집하는 시간

방문 전 전화 주세요
샛별이 떨어진 안방
할매 콩국수
퇴비장
바람이 불어오는 곳
아라홍련
통일벼의 꿈
이별이 지고 작별이 뜬다 1
이별이 지고 작별이 뜬다 2
능소화
연꽃처럼
상사화
유전무죄
금강역사

제3부 무명시인의 시간

42.195
뭐시 중헌디 1
뭐시 중헌디 2
감정 초본
소나기
절박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서
전자레인지
신의 저울은 한쪽으로 기운다
Who am I
내게도 복날이
내 통장이 영원이 되는 동안
월중 계획표
뼁뺑이
본능적으로 삐딱하게

제4부 한 박자 쉬고 세 박자 울고 가는 시간

발칸의 장비
동전 인생
메주
꿈에 보았던 꿈들
씁쓸
도시락 1
도시락 2
도시락 3
악연
하튼소리 명태가
잠들지 않는 섬
네팔상회
우리들의 천국
눈물 왕국

제5부 심장에 문신을 새기는 시간

점심 생략
4월의 火印
부모님 전 상서
A 특공대
와락
도요새
불조심하시렵니까
폭탄 돌리기
卜 자의 발견
은행잎 누나
벅수에게
주민자치회
자물쇠

비상시대
Mayday Mayday Mayday

해설 – 사물 고유의 맛과 시의 당도-김정수

저자소개

안창섭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5년 《월간문학》 시조로 등단하였으며 2019년 계간 《창작21》 시, 2021년에는 계간 《소설미학》 에 소설가로도 등단하여 문학 전반의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성호문학 본상(2021)과 아르코 발표지원을 수혜(2022) 받았다. 시집 『내일처럼 비가 내리면』과 시조집 『유모차를 타고 가는 아이나비』가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상상도 못 하는 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죄가 된다지

생각만으로 지은 죄, 너무 많아서

생각하기 싫은 죄, 더 많아서

생각의 깊이만큼 죄는 깊어지고

생각이 없는 만큼 죄는 곁에 있네

전생에 지은 죄는 죽어도 모르는 죄

상상으로 또, 무슨 죄를 짓고 있나?


바람의 전개도



바람의 시작은 외인들과 비밀번호를 나누어 갖죠.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비밀을 공유하기엔 그만이죠.
외인은 비밀번호를 누르며 자신의 미래를 알리죠. 반전은 짧은 과거에 있고 바람을 연결하기 위해 여러 개의 알리바이가 필요합니다. 거리마다 네온사인의 발목이 삐딱거리고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낯 뜨거운 한낮의 아우성이 불야성을 이룹니다.
비보호좌회전의 여유로 낮거리로 풀어놓은 바람, 결재와 결제를 구분 없이 비밀금고에 넣은 시기와 질투는 비밀번호가 달라도, 자유로운 영혼이 우선멈춤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나무에게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죠.
낯짝을 가리는 사람들은 그래도 시작에 불과하죠. 바람의 등살을 할퀴고 가는 바람들은 대부분 알리바이가 성립되는 세상, 이해 못 할 일이 하나쯤은 숙제로 남아있죠, 바람의 피를 말려 보세요. 피 맛을 아는 당신이 거머리처럼 종아리 피를 빠는 동안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은 거머리도 따뜻한 피를 바람에 말리기 때문이죠.
바람의 간격과 속도에 따라 합법으로 매매되는 이중 나사구조로 물고 늘어질 때, 바람은 더 이상의 바람의 성질을 잊어버리고 때로는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 우물 속으로 빠트린 동전이 되어, 전파가 잡히지 않은 라디오처럼 잡음이 수시로 귓가를 맴돌다 가죠.
바람을 열고 봉투를 꺼냅니다. 바람을 뒤집으면 소문들이 소나기처럼 떨어집니다. 외인들은 많고 봉투는 단 한 장에 불과해서 수취인 불명의 소포를 느린 우체국에 저당 잡히고 말았죠.
찬바람을 접어 나비로 만드는 사람들, 사소한 바람의 마음은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서로의 목을 조르는 다정한 사이, 바스락거리는 심장을 서로 봉인한 채,

바람을 부칩니다.


샛별이 떨어진 안방



동구 밖에서 읍내 전파사 오토바이를 기다렸지
양철 지붕에서 영화필름 같은 안테나선으로
김일 박치기와 유재두 펀치에 화투짝이 살짝 돌아누웠지

주름살 문 넘어 금발미녀를 총잡이를 좋아했던 아버지는
엄마가 고용한 서부의 총잡이와 OK목장에서 결투를 하다
눈총에 맞아 KO다리 건너 전설의 고향으로
떠나는 이무기들의 하소연을 들었지

청실홍실 구멍 난 양말 사이 방안이 점점 좁아지자
연속극에 빠진 여배우를 수사반장이 찾아갔고
수상하면 신고하라는 마을방송은 수사본부가 대신했지
오렌지 껌을 씹는 누나들은 원더우먼을 꿈꾸며
600만불의 사나이와 펜팔을 하는 방법을 물었지

마루치 아라치들은 화면조정 시간부터 애국가를 불렀고
로봇 태권V 와 마징가Z로 정의의 주먹을 불사르며
휴일이면 전투와 전우를 통해 새마을 운동에 실패한
독수리 오 형제를 모아 그랜다이저를 몰고 떠났지

코끼리를 타고 치타와 맛동산에서 놀다가
말괄량이 삐삐가 나누어 준 달고나를 은하철도 999에 싣고
화면조정 시간에 맞추어 정글북 소리에 잠들었지

TV문학관으로 시집간 누나들이 보내온 편지에는
타잔이 장가를 가고 프란다스의 개가 손자를 보았다네
가족 오락관으로 들어간 서부의 총잡이는
쌍권총을 잃어버리고 버스 기사가 되었다지

늙수그레한 샛별이 독도로 본적지를 옮기고
주름살 펴고 무궁화 활짝 피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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