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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346579
· 쪽수 : 380쪽
· 출판일 : 2025-10-2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부록
1부
제2의 고향 호주에 살아리랏다
거리의 아침 식사
눈 내리는 여름날
손님 열러
세렝게티 한곶 파리
아름드리나무
단출하게 살아가기
인연의 끈
2부
인연의 도미노
신부(新婦)의 표정 변천기
산모와 미역국
사랑의 힘
마지막이 된 배웅
내 마음에 쌓인 저금
향기로운 우정
아, 버지니아!
3부
이 시대의 바벨탑
바야흐로 휴대폰 시대
문화의 힘
제주도 해녀를 만나다
문화유산 계승의 힘
떳떳할 수 없는 역사
천재(天災)와 인재(人災)
우리 아주 멀리서 왔어요
4부
장인정신
새해를 맞으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영혼의 흔적은 어디에
인생의 황금기에서
인생 소나타
단편소설
아버지의 봄
저자소개
책속에서
요즘 나에게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그것은 나무가 우거진 동네에 줄지어 서 있는 나무 중에서도 특히나 몸통의 한쪽이 잘려나갔으나 우람하게 잘생긴 나무에 눈길이 꽂힌다. 그 같은 나무를 발견하게 될 때면 예외 없이 발길을 멈추거나 차를 세우기도 한다. 그리곤 감탄 어린 시선으로 그 나무를 관찰하고 나서 나름대로 점수를 매기기도 한다.
집 앞에서 무심코 올려다본 유칼립투스 나무가 한쪽 팔을 잃은 모습으로 서 있다. 이층 베란다에선 저 멀리 양팔을 벌린 모양의 나무가 보이는데 마치 성자가 양팔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어서 나는 수년 동안 그쪽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마음을 가졌다. 한가운데가 푹 꺼진 채 아문 상처를 안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왠지 마음이 끌려, 내 두 팔도 같은 모양으로 올리곤 복 받은 기분이 되곤 했다. 인제 와서 눈여겨보니 이곳저곳에서 우리에게 싱그러움을 선사해 주는 나무들이 한글의 ‘ㄴ’자 모양으로 되어 있기도 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져 팔을 쭉 뻗은 것도 있다.
이런 나무들은 전깃줄이 지나가는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전선에 걸림돌이 되어 사람 손에 의해 잘려나가고 말았으니, 나무의 입장으로는 불구의 몸이 된 셈이다. 그러나 그 나무는 굵은 가지가 잘려나가 기형으로 보여도 아랑곳없이 푸른 잎을 무성하게 늘어뜨리고 있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꿋꿋하게 살아가는 나무를 보면서 나도 그 같이 대견한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을 가져 보곤 한다.
70년대 어느 봄날. 나를 데리러 온 신랑을 따라서 나는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포공항에서 부모님과 동생 넷, 죽마고 우들과 한바탕 눈물 바람을 치른 뒤 굵은 나무의 가지를 치듯 내 마음의 가지를 쳐서 가족에게 남기고 떠났다. 신혼의 단꿈이라던가 앞으로의 계획 따위에 부풀어 있기는커녕 내 마음은 베인 상처로 아파하면서 두 시간 남짓 하네다 공항을 향해 가는 내내 눈에선 우물을 판 듯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색시 옆에서 신랑은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몰라라 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1950년대 후반엔 학교에서 반일 교육을 했다. 단체 관람했던 영화 ‘유관순’을 어린 학생들이 엉엉 울며 일본 놈들 나쁜 놈들이라고 주먹을 쥐었던 기억이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도 머리 한구석에 남아 있다. 유관순의 모교가 나의 모교가 되었을 때는 내가 참 자랑스럽기도 했다.
_본문 ‘아름드리나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