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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 백문백답 1

이상형 백문백답 1

연(蓮)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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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 백문백답 1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이상형 백문백답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410126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4-07-15

책 소개

연(蓮)의 로맨스 소설. 아름다운 얼굴과 어울리는 넓은 마음까지 갖춘 최고의 배우, 정가온. 머릿속에서나 꿈꿔오던 이상형은 현실에 존재했고, 지금 자신의 눈앞에 직접 나타났다.

저자소개

연(蓮) (지은이)    정보 더보기
특이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을 쓰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하는 글쟁이. -출간작- [도둑고양이] [품안에 떨어진 아기 별] [극과 극의 만남] [오싹한 연애(공저)(E-book)] [붉은 핏빛의 유혹] [아이의 꿈] [로맨스 소설처럼] [붉은 너의 입술에] [이상형 백문백답] [황제의 여우(E-book)] [요화(妖火)(E-book)] [네가 가장 맛있을 때(E-book)] [고독(蠱毒)(E-book)] [기다릴게(E-book)] [나는 가짜입니다] [어화둥둥] [타락(墮落)(E-book)] [대마법사를 훔쳐라(E-book)] [붉은 늑대의 푸른 장미(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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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녀를 본 것은 우연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매일 보게 된 것, 나에 대한 호감을 만들게 한 것은 우연을 가장한 치밀한 계획이었다.

“나 배고파. 차 세워.”
“지금 뭐 먹으려고?”
“세우라면 세워.”
가온이 날카롭게 말하자 운전을 하던 지훈이 앞에서 툴툴거렸다. 옆에 있는 다른 스태프들도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서로에게 눈짓을 했지만 딱히 대놓고 불만을 토해내진 않았다. 이런 가온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 잘 받아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매니저 자리에, 각각의 스태프 자리에 있는 것이다.
오랜만의 스케줄이었다. 가온은 최고의 주가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거의 대부분 일을 하지 않게 됐다. 하더라도 간단한 CF나 잡지 모델정도였다. 한 번씩 영화를 찍기는 했지만 1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들 정도로 거의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다. 잊히지 않을 선에서만 간혹 활동을 할 뿐이었다.
“야! 같이 가!”
차가 멈춰 서자마자 내리는 가온을 본 지훈이 다급하게 따라나섰다. 평소에는 이것저것 전부 시키는 주제에 오늘은 직접 가서 먹을 것을 고르고 싶은 모양이었다. 새벽이라 사람이 거의 돌아다니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누군가가 가온을 알아차릴까 봐 지훈이 주위를 둘러보며 가온을 따라 편의점에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가온이 편의점에 들어섰다. 그리고 무심하게 카운터를 지나 과자가 늘어져 있는 코너로 향했다. 새로 온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는지 카운터 쪽에는 여러 박스들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딱 보기에도 길거리에서 샀을 법한 옷 위에 편의점 상표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여자가 박스를 내려놓으며 종종걸음으로 계산대 앞으로 향했다. 대충 묶어 살짝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화장기 없는 여자는 딱 봐도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평소처럼 종업원이 자신을 알아보든 말든 무시하려던 가온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살짝 돌려 여자를 힐끗 훔쳐보았다. 청초한 여자의 얼굴은 아이처럼 순수했다. 예쁘거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맑고 깨끗하다.
가온이 계속해서 물건들 사이로 몰래 여자를 훔쳐보며 생각한 단어였다. 과자들 사이에 있는 여자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있던 가온이 지훈의 의아한 시선과 마주치며 겨우 정신을 차렸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지금 이 상황이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청초한 여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가온은 과자를 고르는 것을 포기하고 생수를 파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눈에 익은 생수 한 병을 골랐다. 그것만 고르면 조금 이상할 것 같아 음료 코너에 있는 차가운 커피에 손을 가져가려 했다. 그 사이에 또 그녀에게 시선을 돌리던 가온이 계산대 바로 옆에 있는 따뜻한 음료를 발견했다. 가온은 망설이지 않고 계산대로 가서 옆에 있는 따뜻한 커피를 집었다. 커피를 집으며 무심한 척 가까이서 훑어본 그녀의 얼굴은 멀리서 본 것보다 훨씬 더 청초하고 맑았다.
“18,800원입니다.”
가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카드를 내밀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겠지만 그녀의 얼굴을 훔쳐본다고 계산하는 것을 잊어버릴 뻔했다. 그걸 오래된 매니저인 지훈이 눈치 챘는지 뒤에서 이상한 시선을 보내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내 사람’이고, ‘내 편’이었다. 속을 들켜도 상관없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자 또 오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한 인사말이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야, 너 그 물……!”
지훈의 말에 가온이 손에 들린 작은 생수통을 내려다보았다. 얼마 전에 광고를 해달라며 사정을 했던 곳의 생수 상표였다. 고가 생수를 파는 회사로 생수 제작 외의 모든 수입을 깨끗한 물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곳이었다. 이런 것은 나라 자체에서 가장 퀼리티가 높은 연예인이 해야 한다면서 광고 출연을 사정했었다. 하지만 가온의 한 마디에 인연이 끊어진 곳이기도 했다.
“이 광고 다시 잡아.”
“너 그때 그렇게 거절을 해놓고선 다시 잡으라고?”
광고가 들어왔을 때 가온은 멀리 사는 거렁뱅이들을 왜 자기가 신경 써야 하냐며 적당히 바쁘다는 핑계를 대서 거절하라 했던 광고였다. 돈도 얼마 되지 않을 뿐더러 귀찮은 일은 죽어도 싫다는 것이 광고모델을 하지 않은 이유였다. 어차피 한국을 떠나 먼 나라에서까지도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에 이따위 광고는 하지 않아도 이미지는 충분히 좋았다.
하지만…….
“다시 잡아. 기획사에서 너무 바쁘다고 말렸는데, 가온이 이 광고 목적 알고 무상으로 하겠다고 달려들었다고 해.”
어이가 없는 말에 지훈이 황당한 얼굴로 가온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시선을 가볍게 무시한 가온은 손에 들린 생수병을 보석이라도 보는 듯이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았다. 바코드를 찍기 위해 생수를 지금 자신과 같이 동그랗게 말아 쥐던 그녀를 떠올리며.
“이거나 마셔.”
가온은 어색한 그의 모습에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지훈에게 따뜻한 커피를 무심히 던졌다. 애초에 가온에게 싸구려 캔 커피는 새벽에도 일을 열중했다는 모습과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구매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가온이 한쪽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은밀하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지훈이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을 했다. 원하는 바를 이루긴 위해서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 가온이 짓는 지금의 미소는 또 무시무시한 일을 계획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누구보다도 가온을 더 잘 알고 있는 지훈으로서는 지금의 가온이 가장 무서웠다.
“방금 본 편의점 알바생, 샅샅이 조사해서 내일 내 앞에 갖다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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