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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애 - 상

흑애 - 상

도규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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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애 - 상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흑애 - 상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410508
· 쪽수 : 456쪽
· 출판일 : 2016-02-25

책 소개

도규 장편소설. 서걱! 서걱! 뼈를 가르는 무자비하고 섬뜩한 칼날은 어린아이에게도 가차없었다. 부모님, 자신의 피붙이나 마찬가지인 마을 사람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잔혹한 일, 무참히 죽어 버린 사람들. 너무나, 너무나 쉬웠다. 그에게는 너무나 쉬웠다.

목차

1. 신탁의 정복자 _ 7
2. 악마라 불리는 자의 잔혹성 _ 30
3. 번뇌 _ 51
4. 마건왕의 초청 _ 75
5. 맞닿지 않는 감정 _ 96
6. 화를 부르다 _ 122
7. 대립 _ 150
8. 두려운 자 _ 181
9. 회유 _ 200
10. 별리 _ 222
11. 동맹 _ 243
12. 무영 _ 267
13. 탈출 _ 288
14. 차란왕 _ 313
15. 두 번째 동맹으로 나가는 길 _ 333
16. 희서(稀書) _ 358
17. 적의 곁에 _ 384
18. 자만 그리고 혼란 _ 408
19. 복수심에 가려진 애증 _ 434

저자소개

도규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제게 글은 마라톤 완주와 같네요. 결과를 떠나 스스로에게 해냈다는 위안이 됩니다. [출간작] 잠룡 코흘리개 신부 저놈은 무슨 괴물이냐? 종갓집 며느리 되기 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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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해아는 기진맥진하여 잠시 바닥에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차츰 숨결이 가라앉고 고요함에 정신이 맑아지자 고개를 돌려 가면 쓴 사내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보이는 거라곤 감고 있는 그의 긴 속눈썹과 턱선과 입술뿐. 해아의 시선이 그의 입술에 머물렀다. 선명한 입술선이 참으로 매력적이라 절로 감탄이 나왔다.
바라보고 있으니 얼굴이 상기되고 심장이 절로 빨리 뛰는 것을 느끼고는 당황하여 고개를 돌려 버렸다. 낯선 사내를 유심히 쳐다본 것은 처음이다. 통나무로 된 천장을 바라보며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의 가려진 나머지 얼굴 부분을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여졌다.
그때 사내의 신음에 돌아보니 진땀을 많이 흐르고 있다. 그 땀을 닦으려면 그의 가면을 벗겨야 한다는 마음속 호기심이 속삭였다. 미처 가려지지 않는 가면 밖의 외모가 실로 아름다웠기에 그 아름다움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해 가면을 벗겨보고 싶은 유혹이 강하게 일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가면에 손이 가고 있었다. 다가가는 손이 떨림에도 강한 호기심이 자신의 행동을 저지하지 못했다. 가면에 닿는 딱딱한 감촉에 흠칫하였으나 이내 그의 가면을 벗겼다.
그리고 그의 얼굴.
해아는 충격에 들고 있던 가면을 떨어뜨렸다.
‘……!’
이처럼 사내의 느낌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는 처음 본다. 피부는 햇볕에 보기 좋게 그을렸고 얼굴선이 날렵하며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선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강인해 보였다. 그야말로 사내의 강하고 육감적인 기운이 해아의 전신에 소름 끼치는 전율을 일으켰다.
이제껏 환이 오라버니만큼 잘난 이를 본 적이 없었기에 그보다 잘난 사내는 없다고 생각했다. 한데 눈앞에 누워 있는 자의 외모는 환이 오라버니의 외모에 절대 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뛰어났다. 감은 눈은 볼 수가 없으나 아까 잠깐 본 그의 눈을 짐작한다면 가히 상상이 되고도 남았다. 정말로 아름답다는 표현밖에는, 아니 이 세상 그 무슨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쩌다 이리 깊은 상처를 입게 되었을까? 강한 궁금증이 일었다. 그런데 그는 정말 타고난 몸을 가졌는지 눈을 떴다.
해아는 놀라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녀가 본 그의 눈은 자신이 상상한 것 이상의 것이 느껴졌다. 사나운 맹수의 눈. 그가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오금이 저리고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감탄이 일었다.
은회색 눈동자, 그 안에 찬란하게 빛나는 또렷한 은빛. 그토록 아름다운 눈은 날 선 칼날을 품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그 날카로움에 생채기가 날 것 같았다.
마건이 눈을 떴을 때 눈앞에 해처럼 밝은 여인이 보였다. 의식을 잃었을 때 본 여인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눈이 부시도록 투명한 여인이라 놀라움에 마건의 동공이 커졌다.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의 흐름이 멈추듯 했고,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은 주위의 모든 것을 압도했다. 허공에서 엉킨 시선에 정적이 흘렀다.
해아는 강렬한 시선에 몸이 굳고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못했으며, 겁이 날 정도로 심장이 무섭게 뛰었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긴장감은 사내의 움직임으로 흩어졌다.
그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움직이다가 상처에 통증을 느끼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놀란 해아가 다가왔다.
“아, 아직 움직이면 안 됩니다.”
사내는 해아의 말은 안중에도 없는지 고집대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해아는 눈앞에 있는 이의 몸에 독이 펴져 있다 여겼다. 한데 이렇듯 몸을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그저 놀라운 사내였다.
“이런! 내 정신 좀 봐! 잠깐만 기다리세요.”
마건은 부리나케 오두막을 나가는 해아의 뒷모습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저 여인을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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