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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8108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17-04-18
책 소개
목차
1. 꿈결에 홀리었나 봅니다 7
2. 사또, 제 청을 들어주십시오 28
3. 꼬마 신랑 납시오 49
4. 얄궂은 낭군을 어쩌지요? 71
5. 백월성의 주인 91
6. 가슴에 차오르는 열감 119
7. 생명의 은인, 거듭 생명의 은인 140
8. 맞불 할멈 161
9. 선물 파괴자 187
10. 만월 요괴 213
11. 고운 밤 취하고 취해서 234
12. 광우 도사 257
13. 맞춰지는 편린의 기억 282
14. 불가제항(不可梯航)의 운명 303
15. 어린 사또께서는 여색을 심히 밝히시니 328
16. 망각의 문 346
17. 백월성지 이야기 376
외전. 나길은 욕하는 홍실의 입까지 어여쁘다 404
저자소개
책속에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령이 고개를 숙여 깊이 감사를 표했다. 말 없는 상대를 보니 뭔가 모자라는 듯해 덧붙였다.
“제가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까요?”
순간 어둠 속에서 사내의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 눈빛에 화령은 솜털이 곤두섰다. 자신이 위험한 발언을 한 것도 아닌데 왠지 그렇게 느껴졌다. 저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사내의 눈빛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은혜를 갚겠다 했어?”
지나칠 정도로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것은 착각일까?
“네? ……네.”
“흠.”
사내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고민하는 듯, 아니면 일부러 그렇게 보이려는 의도 같기도 하고.) 화령은 몸짓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 다 신비로운 사내에게 시선이 꽂혔다.
눈을 살짝 내리깔고 잠깐의 고민을 끝낸 사내는 눈썹을 들어 올렸다. 뜻 깊은 붉은 눈동자와 마주치자 뜨끔했다. 사내의 붉은 입술 끝이 슬며시 올라간다고 느끼는 찰나, 어느덧 사내는 한 발짝 성큼 다가와 화령과 거리를 좁혔다. 화들짝 놀란 화령이 뒤로 물러나자 그만큼 더, 아니 더 가깝게 성큼 다가오는 사내였다.
“에구머니나.”
놀란 화령이 기겁하여 뒷걸음질 쳐 물러났으나 성큼 다가오는 사내 걸음의 보폭에 거리가 다시 좁혀졌다. 발뒤꿈치가 거칠고 딱딱한 나무에 닿자 더는 물러서지 못했다. 별안간에 다가온 사내는 숨결을 느낄 만큼 근접했다.
“다, 다가오지 말고, 마, 말로 하십시오.”
사방은 어둡고 사람의 기척이 없는 곳이다. 사내는 가까이 다가온 것도 모자랐던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화령은 가슴이 무섭게 뛰었다. 천인 같은 외모를 하였다지만, 뜻을 담고 마주쳐온 붉은 눈빛이 왠지 오싹하여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은혜란 대단한 의미가 있지. 아니 그래?”
“예? 예.”
화령은 두려운 시선으로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화령의 눈길을 꽁꽁 묶어 놓았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미지의 사내에게 향한 두려움에 몸이 주체하지 못하고 덜덜 떨렸다.
“추워?”
“아, 조……금.”
추운 날씨에 입은 옷은 무명의 옷이 전부였기에 추운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추위 때문에 몸이 떠는 게 아니라 눈앞의 상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추워?”
“예? 그야 당연…….”
어? 안 춥다. 전혀 추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현실이 아니라는 듯이 무르익은 봄날의 기운이 느껴졌다.
어리둥절해하는 화령의 얼굴을 보는 사내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내의 여유로운 듯, 그러나 강압적인 분위기가 스며든 음성에 화령은 바짝 긴장했다.
“그대는 내가 아니었으면 조금 전에 본 백발의 그자에게 홀려 지금쯤 만신창이로 희롱당하고 있었을 거야.”
“헉!”
화령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러니 그대가 내게 갚아야 할 은혜는 목숨 값과 같은 무게의 것이지. 아니지, 죽는다 해도 당한 치욕이 없던 일이 되지 않으니 목숨의 무게보다 더 나간다고 봐야지.”
이제는 위협의 기운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기에 화령은 더욱 불길했다.
“그…… 그렇습니까?”
“그러니 내가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해도 그대는 들어줘야 할 것이야. 그렇지?”
협박을 담았으나 속뜻 모를 말에 당황한 화령이 반문했다.
“네?”
슬며시 올라가는 사내의 양 입술 끝이 사악한 느낌이라 소름이 끼쳤다.
“지금 분명히 ‘네.’라고 대답했다.”
“예?”
화령은 기겁했다. ‘네?’가 어찌 ‘네.’가 된단 말인가? 사내도 알 것이다. 그 ‘네?’가 그 ‘네.’가 아닐뿐더러 ‘네.’가 되지 않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