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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410638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6-06-17
책 소개
목차
1화. 다시, 봄
2화. 안녕이란 말 대신
3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4화. 시리도록 따뜻한
5화. 아리송해
6화. 기다림의 미학
7화. 그렇게 다른 너
8화. 열어선 안 되는
9화. 이런 사이
10화. 나에게 좋은 길
11화. Long Time No See
12화. 나와 같은, 너와 다른
13화. 계절의 끝자락에서
14화. 계절의 끝자락에서 2
15화. 꽃이 피고, 지는
16화. 당신과 함께
17화. 다시, 시작
저자소개
책속에서
늦은 밤, 옥상의 평상. 두 사람이 아무 말을 하지 않으니 세상이 고요해진 느낌이었다. 방금 전까진 들리지 않았던 바람 소리도 느껴졌다. 봄바람이 옥상에 널린 빨래들을 살랑 건드리고 사라져 갔다. 달빛을 받은 빨래들이 바람의 손길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 밤 풍경을 즐기고 있었을까. 준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그렇게 불편해요?”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말을 꺼내기 직전까지도 할까 말까 망설이던 말이었다. 그런데 준현은 기어코 꺼내고야 말았다.
“…….”
은아는 그 질문에 뭐라 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은아는 그가 불편했던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하게 되는 그녀 자신이 불편했던 거니까. 그냥 거짓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준현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에게 너무 많이 미안해졌던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서로를 멀리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멀리하려고 한 이유는 판이하게 달랐다. 준현은 은아를 위해서, 은아가 힘들까 봐 그녀를 멀리하려고 했다. 그에 반해 그녀는 어떻던가. 스스로 비참해지는 것이 싫어서, 자신이 힘든 것이 싫어서 그를 밀어내려고 하지 않았던가.
은아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까지 그녀를 생각해 준 그에게 당신이 불편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김준현은 이런 사람이니까. 이렇게까지 그녀를 위해 주는 사람이니까. 설사 그의 옆에 있느라 비참해진다 해도, 그 감정까지 감수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안 불편해요.”
은아의 대답에 준현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다문 입술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계속 달싹거리고 있었다. 몇 번이고 열렸다, 닫혔다는 반복하던 입술이 속에 있던 말을 살며시 내보였다.
“제가 은아 씨를 좋아한다고 해도, 안 불편할 것 같아요?”
그의 질문에 은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를 밀어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자마자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준현은 달빛을 머금은 그녀의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좋아해요. 아주 많이.”
그의 진심을 가득 담은 고백이 바람을 타고 흘러가 은아의 귓가에 닿았다. 은아의 눈동자에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는 준현이 오롯이 박혔다. 준현의 눈동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은아가 오롯이 박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눈 속에 담고 그 밤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