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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56411208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18-10-01
책 소개
목차
2화. 옆 침상의 남자 25
3화. 골뱅이와 소주 50
4화. 알고 보니 양주 72
5화. 양주가 안 되는 이유 92
6화. 정성과 집착 123
7화. 그럴 만한 가치 155
8화. 조건부 연애 179
9화. 문고리 붙잡고 있는 남자 202
10화. 습관처럼 막장 230
11화. 주는 대로 잘 먹는 남자 247
12화. 하트를 남기는 남매 264
13화. 항상 대던 그 자리 293
14화. 맹물에 맥주 325
15화. 한 수 위 349
16화. 세 번째 세상 374
17화. 황태 말려 북어포 만들기 406
18화. 날씨 예보 ‘나쁨’ 443
19화. 돌아가는 배는 없다 464
20화. 살아 있는 바다 48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쉽습니까?”
아쉽냐고?
너무 가벼운 표현인지라, 그렇다고 답을 할 수 없었다.
황태준이 억 소리 나게 잘사는 집 딸과 결혼하기로 했다고 한다. 여자의 아버지가 놈이 다니고 있는 회사의 사장인가 회장인가 된다고 한다. 참나 꼴에 재주도 좋다 진짜. 어쨌든 어마어마하게 좋은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고,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어 잘 살겠다고 마음먹었단다.
아쉬운 정도가 아니다. 억울했다. 억울해서 돌아 버릴 것 같았다.
그렇지만 붙잡고 매달릴 수가 없었다. 이제껏 자신이 황태준에게 했던 대로라면 잘했다고 보내 주는 것이 맞았다.
고아 소리 안 들으려면 깨끗하게 멀쩡하게 입고 다녀라, 흥청망청 놀 생각만 하지 말고 학점 신경 써라, 당장 초봉만 보지 말고 건실한 곳으로 골라라, 동료들한테 베풀 때 돈 아끼지 마라, 혼자서 미련 떨지 말고 남들 볼 때 열심히 일해라.
중·고등학교 때, 대학 생활 할 때, 입사 준비할 때, 취업해서 제대로 사회생활 시작할 때, 매 순간에 그놈이 잘되길 바라며 그런 잔소리를 했다.
황태준이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한 적 없다. 착각 속에 살면서 황태준만 바라봤던 자신이 멍청했던 것이고, 그렇게 산 자신이 잘못한 것이었다. 황태준 탓을 할 수가 없었다. 발목을 잡을 수 없었다. 제가 그동안에 해 댄 소리가 있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고생을 사서 한 것이 억울하다는 이유로 놈을 붙잡으면 안 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필주는, 제가 멍청하게 살아 놓고 억울해서 쏟는 눈물이 창피했다. 찡하게 아려 오는 눈에 힘을 주었다. 덩달아 어금니까지 꽉 깨물었다.
그때, 여유 있어 보이는 느린 동작으로 담배를 물고 깊이 빨았다가 뱉어 낸 남자가, 커다란 손의 움직임만큼이나 여유 있고 느긋한 말투로 말했다.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생각보다, 빨리 괜찮아집니다.”
경쟁하듯 달리는 차들 사이를 오가던 시선이 남자에게로 옮겨 왔다.
그 말이, 왜 그렇게 큰 울림을 냈는지.
필주는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는 그 말 한마디에 매달리고 싶을 만큼, 사실은 참 많이 힘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