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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56411833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1-11-19
책 소개
목차
2
1
0. PM 07:23
외전 01
외전 02
외전 03
외전 04
외전 05
외전 06
외전 07
저자소개
책속에서
유온은 결국 펜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커피의 얼음이 녹아 달그락거렸다. 물방울이 맺힌 컵 표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온은 당황해서 얼른 노트를 덮었다.
“다녀왔습니다, 유온 씨. 조금…….”
일찍 끝나서, 라는 말이 다 끝맺어지지 못했다. 윤서경은 유온의 얼굴을 보더니 단번에 표정이 얼어붙었고, 동시에 성큼 다가와 유온을 끌어당겨 안았다.
“왜 그래요? 무슨 일입니까.”
“아니…….”
“무슨 일 있었어요?”
말이 빨랐다. 조급한 것처럼 들렸다. 윤서경은 당장 깨지는 물건이라도 품에 안은 듯이 조심스럽게 유온을 다뤘다. 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차분하고 서늘했지만 몸을 안은 팔과 목소리에서 당황이 느껴졌다. 자신의 표정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이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것, 그 하나 때문에. 차가웠던 손끝이 조금 따뜻해졌다.
“무슨 일이에요.”
윤서경이 다시 물었다. 유온은 숨을 크게 쉬었다. 언제부터인가 답답하게 막혔던 숨통이 어느새 트여 있었다. 아마 윤서경이 돌아온 직후부터일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종이에 써 봤어요. 부모님이랑 형들이, 저한테 잘해 준 일…….”
“잘해 준 일?”
“……네. 그리고 못해 준 일도…….”
윤서경의 손이 등을 어루만졌다. 올라온 날개뼈를 쓸고 마른 등을 쓰다듬는다. 아이를 달래는 손길 같았다.
“그게 다예요.”
“그래요…….”
이번엔 그의 숨소리가 들렸다. 길게 내쉬는, 안도가 담긴 한숨이었다. 팽팽해져 있던 공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유온은 익숙한 체향을 맡으며 윤서경의 가슴에 이마를 댔다. 한참 후 윤서경이 물었다.
“괜찮아요?”
“아,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는 몸을 떼더니 유온의 뺨을 만지며 살피고,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어디 한 군데 자신이 놓친 문제가 있진 않은지 찾는 것 같았다. 유온은 그가 내키는 만큼 자신을 살필 때까지 얌전히 있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윤서경의 눈은 조금 일렁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