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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626480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3-11-30
책 소개
목차
박 씨의 돌
덕경원의 봄
협궤열차
기준 원점
왕버드나무
고별
마지막 인터뷰
스펙큐레이트 1
밍글라바
먼 길, 먼 집
해설│인연의 시간으로 다시_류수연(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세상에는 아주 악한 사람도, 아주 선한 사람도 없다. 상황이 나와 맞으면 좋은 사람이고 맞지 않으면 나쁜 사람일 뿐이었다. 박 씨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늘 열심히 일했고 밭에서 기른 상추나 토마토 등 작물을 주위 사람들과 흔쾌히 나눌 줄도 알았다. 사회성도 좋을뿐더러 착실했다. 무엇이든 열심이어서 어디에 갖다 놓아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사람이었다. 다남동 산기슭에 펼쳐진 밭을 경작하는 가가호호 사람들은 그에 비하면 우물 안 개구리였다.
_「박 씨의 돌」
낭만적이고 한유한 시간이었다. 그의 일탈 행위를 보기 전까지는. 흩날리는 개복숭아 꽃잎들과 텃밭에 가득한 쪽파 향이 어우러져, 무르익음이 절정에 도달한 풍경이었다. 아일랜드의 초록이 가득한 벌판이 생각났고 홍등이 도시 전체를 밝혔던 중국 어느 도시의 에로틱했던 저녁도 떠올랐다. 커피를 마시며 오랜만에 느꼈던 여유로움은 그의 광기 어린 돌발 행동 때문에 산산조각이 났다.
_「덕경원의 봄」
혜경은 살며시 남편의 손을 잡았다. 하얀 면장갑을 통해 느껴지는 투박함이 익숙하고 편안했다. 손에 힘을 주는 남편의 손길이 느껴졌다. 의구심에서 불통의 고통에서 관망과 묵인에서 이해와 관용까지 가기에는 참 많은 세월이 지났다. 갈등과 화해가 반복된 지난한 과정들은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삶이라는 것은 질긴 생명력을 동반하고 있어서, 매일, 이곳이 감옥임에 틀림없어, 하는 고통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여행 중 보았던 호화로운 생일파티가 아니어도 어깨를 나란히 앉아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_「협궤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