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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56753339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2-08-12
책 소개
목차
형이 돌아온다
일 년이라는 시간
가이드 러너
12월 31일의 기억
이게 운명이라면
늦은 장마
두 발짝 앞 세상
어정쩡한 사이
본다는 것은
엄마와 단팥죽
‘어쩌면’이란 말
리뷰
책속에서
재작년 12월 31일이었다. 아키는 아빠의 고향에서 설을 쇠기 위해 사쿠와 둘이서 센다이행 고속버스를 탔다. 그런데 그 버스가 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승객 마흔한 명 가운데서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의식 불명, 그리고 또 한 명이 크게 다쳤다. 원인은 어이없게도 운전기사의 부주의라나.
아키는 오른팔에 타박상을 입고 몇 바늘 꿰매는 데 그쳤지만, 사쿠는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 갔다. 센다이에 먼저 가 있던 아빠와 엄마는 연락을 받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달려왔다.
나흘째 되던 날 이른 아침, 마침내 사쿠의 의식이 돌아왔다는 엄마의 연락을 받았다. 아키는 아빠와 함께 병원으로 황급히 달려갔다.
이젠 괜찮다. 걱정할 거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병실에 도착했는데, 웬일인지 사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 혼자서 침대 옆 접이식 의자에 앉아 몸을 웅크린 채 울고 있었다.
“안 보인대.”
“뭐?”
아빠가 어깨에 손을 얹자 엄마가 울먹이면서 다시 말했다.
“사쿠 눈이 안 보인대.”
“저기 말야.”
사쿠는 방을 나서려는 아키를 불러 세웠다.
“왜?”
“너는 어때?”
“뭐가?”
“너도 요즘 달라졌어?”
순간, 사쿠는 아키가 숨을 죽인다는 걸 알아챘다.
“딱히.”
사쿠는 곧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는 저도 모르게 쥐고 있던 오른 주먹을 왼손으로 감쌌다. 아까 아즈사가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아키가 육상을 그만뒀대. ……지겨워서래.”
거짓말이다. 그럴 리가 없다. 아키에게 육상은 매우 특별한 의미다. 아키는 그 무엇보다 육상을 좋아했을뿐더러, 거기에 완전히 미쳐 있었다.
“그런 생각해 봐야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엄마, 난 운명이란 말 좋아하지도 않고, 내 인생이 운명 따위로 결정되는 것도 딱 질색이야. 그런데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때도 있더라고.”
“…….”
“이렇게 된 건 내 운명이다. 피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거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런 마음이 돼요. 나도 솔직히 납득한 건 아냐. 이런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인 것도 아니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야 살아갈 수가 있어요.”
엄마는 말문이 막힌 나머지 공연히 코를 킁킁거렸다. 사쿠는 어색함을 떨치려고 앞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엄마, 난 아키랑 달리고 싶어.”